Stephen (17)

유예

2023.02.13 | 조회 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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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주머니 머랭

머랭이 녹아 주머니가 붙어버리기 전에 도착하자

나를 멀리로 띄워 보내고 초라한 심정을 노잣돈 삼아 눈꺼풀에 얹어둡니다.
아름다운 속눈썹과 함께 나의 지금은 영원히 닫혔습니다.

나의 미래는 나의 미래에서 만나게 되겠죠.
때로는 모든 일이 말장난 같아요.
버림받고 싶은 마음도 사랑해야 하는 마음도 당장은 내게 바르게 읽히지 않습니다.

스테판, 알고 있나요.
나는 기운을 다 썼어요. 
작고 쉬운 나는 여기에 돌멩이처럼 두고 미래의 내가 제대로 이르러 지어야 할 것을 짓고 세우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요.
조금 전 띄워 보낸, 내가 죽일 수밖에 없었던 나의 현재가 무사히 닿아서 단단하고 강한 뭍에서 자라길 기원하며 무릎을 꿇고 버티는 것밖에는 할 수 없어요.

나는 거기에 없을 테니까 틀린 것은 이제 없겠죠.
지금의 나는 거기에 없으니까요.
거기에 없는 나는 여기에 있으니까요.
여기에 없는 나는 거기에 있어서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겠죠.

나의 미래를 만난 나의 미래가 다시 나를 밀어 보낸다고 해도 알 수 없어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지는 것. 
이것이 내가 알고 싶은 유일한 것입니다.

스테판, 때로는 모든 일이 말장난 같아요.
이 전부가 전부 가벼운 거죠.
그래서 잘 채이는 거겠죠.
작고 쉬운 나는 미래에 나를 다 버려서 가벼우니까요.


-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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