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 작가님의 Awareness 1부 — 고요함 파트를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 영성과 명상에 대한 이야기인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떠오르는 건 GTM 전략이었습니다. 마켓을 읽는 방식, 조직을 설계하는 태도, 시간을 대하는 자세 —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연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활동모드(Doing)와 존재모드(Being)
현대인의 기본 모드는 '활동모드'입니다. 무언가를 하고, 확인하고, 반응하고, 처리합니다.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하고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Awareness는 이 활동모드 바깥에 '존재모드'가 있다고 말합니다. 신앙에 기대지 않는 영성. 무언가를 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상태에 머물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
"지금 나는 어떤 상태에 머물고 있는가?"
"지금 내 느낌은 어떠한가?"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이 질문을 내면에 던지는 시도가 잦아질수록, 마음의 균형과 고요함이 충전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GTM에서도 똑같은 구조가 작동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활동모드'로 GTM을 합니다. 캠페인을 돌리고, 세일즈 콜을 하고, 콘텐츠를 뿌리고, 지표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그 활동들 사이에서 잠깐 멈추고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나요?
"지금 우리 마켓은 어떤 상태에 머물고 있는가?"
"지금 고객의 반응은 어떤 느낌인가?"
"지금 우리 조직은 어떤 감정 — 어떤 에너지 — 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활동모드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존재모드는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GTM 전략의 진짜 출발점은 후자입니다.
사마타 수행과 레버리지의 역설
사마타(Samatha)는 산스크리트어로 '고요함', '평정'을 뜻하는 불교 명상법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노력이 아니라 내려놓음을 통해 도달하는 평온.
흙탕물이 담긴 병을 생각해보세요. 물을 맑게 만들려고 손을 넣어 휘저으면 오히려 더 탁해집니다. 가만히 놓아두면 흙은 가라앉고 물은 저절로 맑아집니다. 사마타가 말하는 집중의 본질이 바로 이것입니다.
집중이란 고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상태가 아닙니다. 마음속 깊이 이완되며, 충만함과 평온이 흘러나오는 상태입니다. 가만히 숨을 들였다 내쉬는 것에 온전히 머물 수 있다면 — 공허함과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 그때 비로소 업무와 활동에 진정한 몰입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현대인에게, 그리고 현대의 경영자에게 가장 취약한 파트입니다.

GTM에서 이 개념은 레버리지와 정확히 연결됩니다.
"내가 다 해야만 할 것 같다." "모든 일에 개입해야만 할 것 같다." 이 느낌이 드는 순간, 이미 흙탕물 속에 손을 넣어 휘젓고 있는 겁니다.
GTM에서의 레버리지란, 마켓에서 최적의 반응을 센싱하고, 그 방향에 최적화된 구조로 사내의 모든 리소스와 직무와 방향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부서라 하더라도, 마켓의 반응에 따라 R&R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모든 것을 쥐고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방향을 지휘하는 조타수. 사마타 수행자가 호흡에 가만히 머무르듯, GTM 리더는 마켓의 신호에 가만히 머무를 수 있어야 합니다.
내려놓을수록 더 정확해지는 것. 이것이 사마타와 레버리지가 공유하는 역설입니다.
시간을 물성으로 대하는 사람들
Awareness에서 인상적이었던 또 하나의 통찰은 시간에 대한 개념입니다.
시간을 물성(物性)의 관점으로 대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간을 '쪼개고', '아끼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태도가 낳는 결과를 한번 솔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대하는 현대인의 태도가 딱 이 모습입니다. 자동화만 하면 다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을 아끼면, 그 아낀 시간으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자동화를 잔뜩 도입했는데 문제해결은 되지 않고, 오히려 조직의 복잡도만 늘어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셨습니까?
판매를 대하는 태도와도 같습니다. 경영진이 KPI를 찍어 누릅니다. "이번 분기 매출 목표 120%." 어떻게든 밑에 조직들이 해주겠지? 과연 그럴까요?
윗사람 눈치에 맞춰 만들어지는 가짜 판매 실적. 실질 수요 없이 관계로 밀어넣는 다년 계약. 숫자를 만들기 위해 탄생하는 수많은 어뷰징. 이것은 시간을 — 그리고 성과를 — 물성으로 대했을 때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입니다.
Awareness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에 임하기 전에, 시간에 임하는 '태도'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이 일을 몰입하고 경험할 것인가?
GTM에서도 이 질문은 결정적입니다.
마켓에 대한 정확한 질문과 반응. 이것은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시간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면의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가치 중심 질문에 평온한 답변을 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실천이 있습니다.
가치 중심 질문에 평온한 답변을 할 수 있느냐는 것!
-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
- 지금 이 순간 나의 의도는 어떤 것인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상태에서 답할 수 있다면 — 그것이 GTM 전략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판단의 지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이 질문에 불안하게 여러 답이 떠오르고, 어떤 것이 맞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그 상태에서 설계하는 모든 전략은 흙탕물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사마타 수행에서 호흡에 온전히 머무는 것이 모든 통찰의 토대가 되듯이, GTM에서 이 가치 중심 질문에 평온하게 답하는 것이 모든 전략적 판단의 토대가 됩니다.
고요한 조타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존재모드 → 센싱
활동하기 전에,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바라봅니다.
사마타 → 레버리지
모든 것을 쥐려 하지 않고, 내려놓음으로써 오히려 정확한 방향을 잡습니다.
시간의 태도 → 정확한 질문
시간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먼저 세팅합니다.
가치 중심 질문 → 판단의 지도
고요한 내면에서 나오는 답이 전략의 기초가 됩니다.
GTM 전략의 본질은 도구나 프레임워크가 아닙니다. 마켓 앞에 서는 리더의 내면 상태입니다.
파도를 읽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조타수와 같습니다.
그 조타수의 힘은 '더 많이 아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고요함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에서 옵니다.
Awareness는 이것을 영성의 언어로 말하고, 저는 이것을 GTM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그러나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전략의 시작은 고요함입니다!
다음 레터에서 또 만나겠습니다.
영원의 김영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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