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준수 대표님이 운영하는 멘토라이브러리 AI 특강 세 개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AI 시대 리더십, OKR과 성과관리, 그리고 AI 의사결정과 에이전트의 한계. 주제는 제각각이었지만, 세 강연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AI를 도입하기 전에, 먼저 '판단의 지도'를 그려라."
이 글은 세 강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GTM(Go-to-Market) 전략의 렌즈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AI 도구에 매몰되기 쉬운 지금, 정작 놓치고 있는 본질적인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 고객도, 팀원도 더 이상 '지시'로 움직이지 않는다
첫 번째 강연은 백종화 대표의 'AI 시대 리더십'이었습니다.
백종화 대표가 소개한 'Knowledge Doubling Curve'가 강렬했습니다. 버크민스터 풀러 박사에 따르면, 인류 지식이 두 배로 늘어나는 주기가 1900년에는 100년이었는데, 현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리더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 그리고 GTM에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고객도 똑똑해졌다.
과거에는 영업 담당자가 정보의 비대칭을 무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제품의 스펙은 이렇고, 경쟁사 대비 이런 점이 좋습니다." 고객이 모르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었죠.
지금은 다릅니다. 고객은 미팅 전에 이미 AI로 경쟁사 비교 분석을 마친 상태로 옵니다. "내가 아는 거랑 다르다"며 반박합니다. 백종화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답을 가진 시대"**가 된 것입니다.
축구 코치 비유가 이 상황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영국 코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잘하는 게 뭐지?"라고 중립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패스", "슛", "압박"이라고 답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게 합니다. 반면 한국 코치는 "드리블 너무 많아, 효민이한테 패스해"라고 지시합니다.
GTM에서의 고객 커뮤니케이션도 같습니다.
- 지시형 GTM: "우리 제품은 이런 기능이 있습니다. 도입하세요." → 고객이 이미 아는 정보를 반복할 뿐
- 질문형 GTM: "현재 어떤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병목을 느끼세요?" →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우리가 해결사가 될 여지를 만듦
백종화 대표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리더가 30분의 여유를 만들어야 중립 대화가 가능하다." GTM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르게 피칭하고 클로징하려는 조급함 대신, 고객이 자기 문제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 세일즈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입니다.
또 하나, 백종화 대표가 강조한 '지식 공유 시스템'도 GTM 조직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블랭크의 사례처럼, 고객사별 미팅 기록을 노션에 체계적으로 쌓고 모든 팀원이 동일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 이렇게 하면 한 사람이 퇴사해도 고객 맥락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GTM은 개인 역량이 아니라 조직 역량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GTM 시사점
-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 시대, '가르치는 영업'에서 '질문하는 영업'으로 전환하라
- 고객에게 여유를 주는 구조(디스커버리 콜, 워크숍 등)를 GTM 프로세스에 설계하라
- 팀 내부에서도 지식 공유 시스템을 만들어, 개인 역량이 아닌 조직 역량으로 GTM을 돌려라
2. 방향 없는 실행은 AI가 빨라질수록 더 위험하다
두 번째 강연은 장영학님의 'AI 시대 OKR·성과관리 딥다이브'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것이었습니다.
AI가 단순 실행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왜 이 방향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실행 자체가 비용이었습니다. 보고서 하나 만드는 데 3일, 데이터 취합에 반나절. 그래서 "일단 해봐"가 통했죠. 실행이 느리니 방향이 조금 틀려도 중간에 수정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AI가 실행 속도를 10배 이상 끌어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방향이 틀린 채로 10배 빠르게 달리는 조직이 됩니다.
이걸 GTM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AI로 콘텐츠를 10배 빠르게 찍어내고, 광고를 자동 최적화하고, 리드를 자동 스코어링한다고 해도 — "우리가 왜 이 시장에 가는가", "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만드는가"라는 방향이 정렬되지 않으면, 빠른 실행은 오히려 리소스 낭비를 가속화할 뿐입니다.
OKR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Why의 소통입니다. "매출 100억"은 Objective가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자" — 이런 문장이 조직원에게 영감을 주고, 모든 실행의 나침반이 됩니다.
GTM 전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채널 전술이나 퍼널 최적화 이전에, "우리가 이 시장에 존재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AI 도구부터 도입하는 조직이 많습니다.
장영학님은 젠슨 황의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젠슨 황은 매주 수백 명의 직원에게 "이번 주 최우선 업무 5가지"를 제출받고 직접 검토합니다. AI로 실행이 빨라진 만큼, 짧은 주기로 방향을 확인하고 정렬하는 리듬이 필수가 된 것입니다.
장영학님이 한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적은, 많은 기업이 AI 교육이라며 바이브 코딩이나 도구 시연만 하고 정작 업무 프로세스 분석은 건너뛴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한 AI 도구 쇼만 진행되고, 회사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 문장이 GTM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AI 마케팅 툴을 잔뜩 도입해놓고, 정작 우리 GTM 퍼널의 어디에 어떤 판단이 일어나는지 분석하지 않으면 — 도구만 늘고 성과는 그대로입니다.
GTM 시사점
- AI 도구 도입 전에, GTM의 Objective를 정성적으로 정의하라
- 실행 속도가 빨라진 만큼, 방향 점검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가라
- "왜 이 시장인가"에 답하지 못하면, 빠른 실행은 빠른 낭비가 된다
- AI 도구 쇼에 현혹되지 말고, 먼저 우리 GTM 프로세스의 구조를 그려라
3. 에이전트를 설계하려면, 먼저 '마름모'를 세라
세 번째 강연은 강양석 대표의 'AI 의사결정·에이전트 한계'였습니다. 세 강연 중 가장 프레임워크가 날카로웠습니다.
강양석 대표는 '지능'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입력(지식) → 처리(추론) → 출력(결정)
그리고 이 세 요소를 각각 분해합니다.
- 지식: 경험 지식, 정보 지식, 논리 지식
- 추론: 연역, 귀납, 유추, 가추
- 결정: 운영적 의사결정 vs 전략적 의사결정
현재 AI(LLM 포함)가 잘하는 영역은 명확합니다. 정보 지식 → 귀납적 추론 → 운영적 의사결정. 즉, 대량의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최적화하는 일입니다.
반면 AI가 못하는 영역도 명확합니다. 상대가 있는 게임(전략적 의사결정), 경험에서 나오는 안목(경험 지식), 원리에서 출발하는 판단(논리 지식 + 연역 추론).
이것을 GTM에 대입하면 아주 실용적인 프레임이 나옵니다.
GTM 프로세스에서 '마름모'를 찾아라. 마름모란 플로차트에서 판단이 일어나는 지점입니다. 강양석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직무 프로세스를 그릴 때 마름모 개수만 확인하면 에이전트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GTM 퍼널을 그려봅시다.
- 리드 스코어링: 행동 데이터 기반 점수화 → 정보 지식 + 귀납 추론 + 운영적 판단 → AI 자동화 가능
- ICP(Ideal Customer Profile) 정의: 시장 상황, 경쟁 구도, 우리 강점의 교차점 판단 → 전략적 의사결정 → 인간이 해야 함
- 콘텐츠 A/B 테스트 분석: 클릭률, 전환율 패턴 → 운영적 판단 → AI 자동화 가능
- 가격 전략 수립: 경쟁사 반응, 고객 심리, 시장 포지셔닝 → 상호 전략적 상황 → 인간이 해야 함
이렇게 GTM의 각 단계를 '운영적 판단'과 '전략적 판단'으로 구분하면, AI에 맡길 것과 인간이 집중할 것이 자연스럽게 분리됩니다.
강양석 대표가 강조한 또 하나의 핵심은 **"부분의 합이 전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성능 좋은 에이전트들을 조합했더니 전체 성능이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는 최신 논문 사례를 소개하며, 수요 예측 에이전트의 98% 정확도가 로지스틱스 에이전트와 결합되면 무너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뷔페 비유가 인상적이었는데 — 맛있는 음식만 모아놓으면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지고, 메인과 서포트가 구분된 코스 요리에서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GTM에서도 같은 함정이 있습니다. 각 채널을 개별 최적화한다고 전체 GTM 성과가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콘텐츠 마케팅, 퍼포먼스 광고, SDR 아웃바운드를 각각 AI로 최적화해도, 이것들이 하나의 고객 여정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오히려 고객 경험이 파편화됩니다.
GTM 시사점
- GTM 퍼널을 플로차트로 그리고, 판단 지점(마름모)을 모두 식별하라
- 각 판단이 '운영적'인지 '전략적'인지 구분하라
- 운영적 판단은 AI에 맡기고, 전략적 판단에 인간의 역량을 집중하라
- "부분 최적화의 합 ≠ 전체 최적화"를 기억하라 — 채널별 최적화가 전체 GTM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세 강연이 수렴하는 지점: GTM 설계의 3개 레이어
정리하면, AI 시대의 GTM 전략은 세 개의 레이어로 설계해야 합니다.
첫째, 맥락 설계 — "고객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라"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 시대, 일방적 메시지 전달은 효과가 없습니다. 고객이 자기 문제를 정의하고, 우리가 그 해결사로 자연스럽게 포지셔닝되는 맥락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입니다.
둘째, 방향 정렬 — "왜 이 시장인가?" OKR의 Objective처럼, GTM의 출발점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AI가 실행을 가속화할수록, 방향의 정확성이 성패를 가릅니다. 그리고 이 방향은 짧은 주기로 재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판단의 지도 — "AI에 맡길 것과 인간이 할 것을 분리하라" GTM 프로세스의 모든 판단 지점을 식별하고, 운영적 판단과 전략적 판단을 구분하세요. 운영적 판단의 자동화에서 효율을 얻고, 전략적 판단의 품질에서 차별화를 만드세요.
마치며
세 강연의 공통 메시지는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AI는 '무엇을 하느냐'의 도구이지, '왜 하느냐'의 답이 아니다.
GTM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AI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 고객에게 왜 우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답을 명확히 가진 조직만이, AI의 속도를 진짜 무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도구를 먼저 잡지 마세요. 지도를 먼저 그리세요.
참고 강연
- 백종화, 「AI 시대 리더십」 — 멘토라이브러리
- 장영학, 「AI 시대 OKR·성과관리 딥다이브」 — 멘토라이브러리
- 강양석, 「AI 에이전트 도입을 위한 조직 진단과 설계」 — 멘토라이브러리 (딥스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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