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입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첫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인데요.
실물경기는 어떨까요? 소상공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29.2%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코로나19로 매출액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보고서 보기
통계가 없어도 소비가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되었다는 것을 모두 느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고, 영업을 계속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경기지표*는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폐업률은 감소했고 어음부도율도 전년보다 낮아졌습니다. 폐업률은 거리두기 강화 시점에 증가하지만, 어음부도율은 더 미시적으로 살펴보아도 코로나 영향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기사 보기
법인 파산신청이 증가했다는 뉴스가 있지만, 법인 파산신청은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20년 증가가 눈에 띄지 않아 다른 변수의 영향이 더 커 보입니다. ☞기사 보기
[코로나19로 거리가 텅 비었지만 폐업률∙부도율은 최저인 이유, 즉 실물경제와 지표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 European Systemic Risk Board)가 판데믹 이후 공공지원 정책이 철회되었을 때 기업 부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기업 부도 상황을 소화해내기 위한 시스템에 대한 것이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간략한 분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고서 보기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전세계 경제 활동이 크게 감소하고 2020년 유로지역 GDP는
5.0%, 세계 경제 성장률은 4.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부도율은 아직 나빠지지
않았다고 분석합니다.
많은 기업이 2020년 초부터 급격한 수익감소를 경험하고, 소매업∙항공업∙여행업∙레스토랑업계가 막대한 매출 손실을 경험하는 상황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파산신청은 2019년 수준입니다.
[파산신청 증가를 막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위 그래프는 2020년 9월까지 유럽연합 중 6개국의 파산 신청 수입니다. 그래프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은 보이지 않습니다.
실물경제와 경제지표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그 이유를 광범위한 공공지원 정책, 계속적인
자금조달, 파산신청을 회피하는 경향에서 찾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20.10.) 논문에 따르면 미국도 8월까지 2019년 수준의 파산 건수를 유지했습니다. ☞논문 보기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전년보다 더 낙관적인 전망이 깔려 있습니다.
기업을 완전히 청산하는 청산파산 신청건수는 12% 감소한 반면, 회생파산 신청건수는 24%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020년 2분기 중 전체 기업 부도 중 회생파산이 43%로, 2019년 같은 분기의 28%, 2009년(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5%에 비해서도 높았습니다.
* 청산파산은 채권자에게 빚을 갚고 회사를 소멸시키는 것이고, 회생파산은 기업을 존속시킬 때 가치가 청산시킬 때 가치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 감독 하에 이해관계자들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기업을 재건시키는 것입니다.
청산파산 신청이 줄고 회생파산 신청이 늘었다는 것은, 시장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재무적 어려움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 이후를 예측할 수 있는 다른 신호는 없을까요?]
그렇다면 향후 5년을 예측할 수 있는 신호가 있을까요?
먼저 신용등급 하락이 있습니다.
위 그래프는 유로지역 신용등급 변동입니다. 2020년 신용등급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신용등급 악화는 신용위험 상승에 선행하는 지표입니다.
문제는 신용등급을 매기는 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신용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훨씬 더 나쁠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 하락은 신용위험 → (연쇄) 도산으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2007년 9월 영국 노던록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한 뒤 2007에서 2008년까지 미국에선 170개의 크고 작은 은행이 도산한 점에 비춰 연쇄도산의 속도를 대강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그래프는 S&P의 미국 부도율 전망입니다.
S&P(2020.10.)는 2020년 미국 기업 부도율이 2019년 6.2%에서 12.5%로, 유럽 기업 부도율이 2019년 3.8% 대비 8.5%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과거 경제위기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투자적격(IG, Investment grade)에서 투자부적격(HY, High yield) 등급으로 떨어지는 기업의 숫자는 사상 최고치로 전망했습니다. ☞기사 보기
기업 적자도 하나의 지표가 됩니다.
위 그래프는 EU 국가 상장회사 자기자본이익률(ROE) 변동입니다.
공기업 절반이 마이너스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기록하고, 하위 사분위는 더욱 큰 마이너스 ROE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상황이 좀 더 낫지만 상장사 실적이 크게 악화된 점은 같습니다.
[보고서의 전망: 코로나 이후는 어떨까요?]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이 매우 부실화 되었지만, 공공지원, 긴급대출, 정부 신용보증, 파산요건 일시정지 등 코로나19 대책으로 부실을 억누르고 있다는 다른 연구들을 인용하며,
정부의 지원 조치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중소기업은 더 많은 부채를 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즉, 많은 중소기업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것입니다. '
과거 경제위기에 비춰보면 연쇄 도산은 몇 달 안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중소기업 안에서도 업종에 따라 타격이 다릅니다. (1) 물리적 근접성을 요하고 (2) 천연자원이나 글로벌 공급망에 노출되며 (3) 공공지원 조치가 부족한 업종의 타격이 큽니다. 숙박업, 요식업, 문화∙예술∙공연업, 여행업 등입니다.
그 안에서도 요식업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완전히 회복되거나 새로운 유통 모델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업은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이 비즈니스 여행을 대체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소매업의 온라인 전환도 코로나19로 가속화되었습니다.
규모에 따른 차이도 큽니다. 특히 기술 분야 대기업은 온라인 경제활동 증가로 인한 수혜를 입었습니다. 경기부양정책으로 주가도 거의 회복되었습니다.
직원을 고용하여 물리적 근접성이 필요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자금 조달과 회생 방안 옵션이 매우 적은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변곡점이 가까워졌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한동안 M&A 과정을 거쳐 안정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경기 회복의 형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은 U자 형태였고, M&A 거래 규모가 회복되는 데 5년 이상이 걸렸으며, 기업 거래 가치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위기이자 기회인 지난한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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