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진심 2025>

1호: 강해지기 위해 약점을 드러내는 일

2025.03.18 |
심진의 프로필 이미지

심진

<월간 진심>은 읽고 쓰는 일을 함께하기 위한 뉴스레터입니다. 반갑습니다 :)

즐겁게 읽었던 책, 좋았던 문장과 생각을 적어 나눠요. 
즐겁게 읽었던 책, 좋았던 문장과 생각을 적어 나눠요. 
첨부 이미지

책을 덮으며 생각했어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지 말자.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기회가 있지 않은가. 부족한 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책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p.112 

책 보러 가기

첨부 이미지

그냥 저는 몹시 어리석고 약하고 모르는 게 많은 사람이에요. 뭔가를 단언하고 주장하는 게 너무 두려운 사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좋은 것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책 <창작과 농담> p.45

책 보러 가기


구독자를 모집하며 <월간 진심>에 원하는 바가 있는지 여쭤보았는데, 누군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는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될 것만 같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 같아 한순간에 세상을 잃은 듯한 기분이 자주 오고 가는데요. 저만 그런 건지, 저와 같은 분들이 있는 건지, 계시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시는지 문득 궁금해지더라구요!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파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써서 보낸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사람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만 골몰하진 않았다. 매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면 더 이상 원하는 것도, 그로 인한 기쁨도 없지 않을까. 신발 양쪽 신고 걸어가듯,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신은채로 균형을 맞춰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듣고자 하는 마음이 세상에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부디 기운나는, 기대되는 날에 <월간 진심>이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다.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전합니다.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전합니다.

 

<강해지기 위해 약점을 드러내는 일>

 올해 들어 가장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습관은 운동과 공복에 유산균을 챙겨 먹는 것이다. 53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어디에서 주워듣기론 66일이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던데, 오늘 아침 변기 위에 앉아 의문을 가졌다. 이건 안 하고 못 배기는 그런 류의 습관이 아니라, 하기 싫어 죽겠던 것이 그럭저럭 할만한 것으로 바뀌는 정도 같은데. 아직 13일 정도 남아서 그런가.

 이렇게 매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을 하지 않아 여유가 많아서다. 물론 일을 할 때도 헬스장을 결제해 둔 상태였지만, 퇴근 후 붐비는 헬스장이나 동트기 전 새벽의 헬스장을 감당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주말에 가서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쯤 있다 오곤 했다. 이를 듣던 친구는 무슨 운동을 그렇게 오래 하냐고 물었다. 근력 운동 30분, 유산소 30분만 해도 1시간이면 거뜬하다며.

 그냥 나는 그렇다. 적은 근육과 조금 많은 지방, 빨갛고 짭짤한 자극적인 것들에 중독된 식습관으로 이루어진 인간. 몸을 잘 모르는채로 두 다리와 중력만 믿고 살아온 인간. 2월의 어느 날, 급성위장염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계속 그런 인간으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사건은 이랬다. 설 연휴 동안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고 보고 싶은 걸 마음껏 보며 즐겁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 속이 메스껍기 시작했다. 입맛이 없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연을 겪었을 때도 멀쩡했던 입맛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아파서 눈물이 났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므로 눈물에 소금기도 없었을 것이다.

 눈을 뜨고 있으면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자꾸만 잠을 잤다. 약으로도 나을 기미가 없어 주사를 맞고 계속 잤다. 음식 냄새를 맡거나 사진만 봐도 토할 것 같았다. 당연히 휴대폰도 할 수 없었다. 펄펄 끓는 이마에 물수건을 올린 채로 ‘위장한테 너무 과했나..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때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강해져야겠다.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다. 처음도 아니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실행한 것이다. 스트레칭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헬스장에 출석 도장을 찍고, 내 수준에 맞춰 어떻게 운동할지 공부했다. 왜 빨갛고 짭짤한 자극적인 것들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는지 돌아보며, 배달 앱을 삭제하고 원재료를 사기 시작했다. 요리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귀찮은 게 싫고 여유가 없었을 뿐. 레시피를 찾아 재료를 준비해, 순서대로만 만들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유튜브를 보면 뭐든 공부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나누려는 사람들로 넘치기 때문이다. 나의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지 배운 뒤에는 직접 가서 실험해 보았다. 어제 본 영상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진짜로 이 부분에 자극이 오네. 여긴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 알듯 말듯 한 줄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가뜩이나 위험한 줄타기에 바람을 불어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남들과의 비교였다.

 헬스장에는 무게를 늘려가며 근육에 자극을 주는 운동 기구들이 많다. 이것들의 특징은 눈에 보이는 ’숫자‘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운동을 하러 갔더니 어마 무시하게 설정된 숫자를 보면서, 그것을 가장 낮은 무게로 바꾸면서 괜히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10키로가 적당한 내가 90키로를 욕심낼 수도 없는 법이고, 90키로가 딱 맞는 사람이 10키로를 해도 시간 낭비일 것이다.

 가만… 어차피 응애하고 태어날 때부터 90키로 드는 사람이 있었겠나. 무게도 저 사람이 쌓아온 시간이다. 이곳에서 잠깐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모를 뿐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비교가 점점 사라지고, 내가 쌓아갈 시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저도 20키로, 30키로 할 수 있어요! 하면서 은근히 무게를 늘리지 않고 정확히 원하는 곳에 자극이 오며, 그날 일정 횟수 이상 반복할 수 있는 무게를 찾아 집중했다. 어제는 15키로를 들었는데, 오늘은 안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매일 숫자가 늘어나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컨디션에 맞게 조절하며 제대로 된 자극을 느끼는 것이다. 내 근육들도 어제는 기분이 좋았고 오늘은 별로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잘 보살피니 얘들도 만족하는지, 살이 빠지고 근육량은 차츰 늘어가고 있다.

 콜라병 몸매를 갖거나 아주 마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저 강해지려고, 약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먼저 어떤 곳이 약한지, 어떤 부분이 강해질 필요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나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약한 부분을 알게 되면 강해질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약하다는 걸 인정하고 시간을 쌓다 보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몸은 그렇게 만들 수 있다.

 몸이 강해지면 마음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단단해진다. 이렇게 점점 온갖 불안과 걱정으로부터 멀어진다. 내일 입을 운동복을 벌써부터 개어두었다.

 

이 코너는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로 채워지는 공간입니다. <월간 진심>은 읽고 쓰는 일을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 읽은 글에 대한 감상부터맞춤법을 신경 쓰지 않은 글 등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저나 여러분이나 글을 잘 써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저 편하고 즐겁게 써보면 어떨까요? 물론, 쓰고 싶을 때 쓰시면 좋겠습니다. 꼭 이곳이 아니어도요. 
이 코너는 여러분이 보내주신 글로 채워지는 공간입니다.
<월간 진심>은 읽고 쓰는 일을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 읽은 글에 대한 감상부터
맞춤법을 신경 쓰지 않은 글 등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저나 여러분이나 글을 잘 써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저 편하고 즐겁게 써보면 어떨까요?

물론, 쓰고 싶을 때 쓰시면 좋겠습니다.
꼭 이곳이 아니어도요. 

✏ 가볍게 써보기 ✏

 


첨부 이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어쩌면 저는 마지막으로 쓰는 이 글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편지처럼 생각하고 안부를 전할 수 있어서요. 제가 원하는 말투와 온도로 쓰고 있는 이것을 읽게 될 한 사람을 상상하며 씁니다. 여잔지 남잔지 나이는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먹고 잘 사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읽고 쓰는 데 관심이 있다는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요. 이것 말고는 모든 걸 몰라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알려주셔도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 함부로 오해하거나 적당히 이해하고 싶지 않답니다.

제가 1년 6개월 만에 월간 진심을 다시 찾은 것은 <0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무엇보다 이걸 통해 제가 행복하기 때문이에요. 무엇을 읽을까, 어떤 문장을 나눌까, 어떤 생각을 글로 써볼까. 이 과정에서 저는 이미 충분한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행복하진 못할 거예요. 그만큼 쓰는 사람에게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다시 한번 구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뉴스레터가 발송되는 주기, 날짜, 시간,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딱 하나 정해진 건 3개월만 운영한다는 것인데요. 3월 18일 첫 레터를 보냈으니, 6월 중순쯤 끝나겠네요. 그 후 다시 기약 없는 방학을 보낼 것이고, 언제든지 돌아오고 싶습니다. 여러분만 괜찮으시다면요.

이제 막 시작했으니 끝은 잠시 미뤄두고, 남은 <월간 진심>을 이야기하자면.. 여러분의 이야기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관심 있는 것들 중 하나가 이걸 읽는 사람들이거든요. 어떤 시간을 보내야 의미 있을지, 어떻게 늙어가게 될지, 무엇을 하며 재미와 의미를 느끼는지.. 그런 질문을 하다 종종 생각을 풀고 싶을 때 여길 찾아주세요. 저도 그렇게 바통을 받아 이어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신인이 정확한 2025년의 첫 편지라 많이 떨리네요. 저는 즐겁게 읽고 쓰다가 또 찾아오겠습니다. 언제나 읽는 여러분이 있어 쓰는 제가 있습니다. 남은 하루도 편안히 보내시길요!

 

2025.03.18 (화)
눈이 오는 3월 오후,
심진 보냄

답장 보내기

📧 hannakwak25@gmail.com
🕪 인스타그램: @simzin_note
⍢ 블로그: 진심이 좋아서 심진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심진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심진

<월간 진심>은 읽고 쓰는 일을 함께하기 위한 뉴스레터입니다. 반갑습니다 :)

뉴스레터 문의simzin@dowhatyou.love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