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맨션 임장기

아파트야? 호텔이야?

2022.12.01 | 조회 1.6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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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생

99년 04월 10일 生, 20세기 끝물에 태어나버린 사람.

내가 20살 베이비때부터 함께했던 직장인 모임의 주축이 되셨던 슬기님이 남산예술원에서 결혼하셨다. 바로 옆에 남산맨션이 있어 결혼식 끝나고 꼭 임장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고 그대로 실행. 시간 내서 가기에는 굉장히 엄한 곳에 위치함.

남산맨션은 1972년 준공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특한 아파트 중 하나.

남산맨션 외관
남산맨션 외관
로비 공간
로비 공간
남산맨션 내부
남산맨션 내부

1. 외관 및 내부 인테리어 등이 호텔과 굉장히 유사하다. 어렸을 때 엄마아빠랑 광진구에 있는 쉐라톤 워커힐에 몇 번 다녀온 기억이 나는데, 거기 옛날 복도랑 느낌이 흡사. 관리가 상당히 잘 되어있음. 엘리베이터도 신식, 로비도 리모델링.

2. 최초 용도가 호텔이었기 때문. 아파트먼트식 레지던스를 지으려다가 기억나지 않는 상당히 복잡한 모종의 이유로 고급 아파트로 계획이 변경됐다. (정치적 이유임. 내겐 딱히 흥미롭지 않았음.)

3. 과거 행정처리의 오류로 현재 남산맨션은 명백히 주거용도로 사용되며 매매도 버젓이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건축물대장의 건축물 용도는 여전히 ’관광호텔’로 되어있다.

최근 실거래가 정리
최근 실거래가 정리

4. 호실 수가 워낙 적어 매매가 잘 되지 않지만, 최근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대충 4800만원/py 정도 됨. 서울 한가운데에 남산 코앞인데 혜자다.

5. 여기서 오 뭐야 생각보다 괜찮네 한 번 살아볼까 하시는 분들 분명히 계실 수도. 하지만 이 포인트에서 남산맨션 매수의 최대장벽이 존재. 건축물의 용도가 ‘관광호텔’인 만큼 주택이 아니기에,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옴. LTV고 자시고 100% 현금매수해야된다. 현금으로 10억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주택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서울의 아파트를 두고 굳이 남산맨션을 선택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 한마디로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의 아파트. 실제로 보면 주차되어있는 차량들도 하나같이 개성이 넘친다.

남산맨션의 뷰. 남산맨션에 거주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고 생각.
남산맨션의 뷰. 남산맨션에 거주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고 생각.

6. 입지만큼은 정말 희소한 편에 속한다. 남산 전역이 경관관리구역으로 묶여있음에도 혼자 경관지구 무시하고 우뚝 서있다. 창밖에 보면 액자마냥 남산의 수많은 나무들이 반긴다. 그렇다고 개포동마냥 서울의 변두리도 아니다. 단지 내에 조그만 문을 지나면 남산 둘레길과 바로 연결된 샛길이 나온다. 집 코앞 산책로가 남산 둘레길인 입지는 없다해도 무방하다.

7. 입지가 그렇게 희소하면 어차피 건물 무너져도 땅은 남는데 장기투자 마음먹고 재건축 바라보고 매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주변 지역이 전부 경관관리구역으로 묶여있을 뿐더러 비오톱 1등급이다. 개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용적률도 227%라서 높은 편. 보상이 어느 정도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보상 보고 들어가는 건 말이 안되고. 과거 외인아파트마냥 없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긴 하지만, 실낱같은 재건축의 희망을 품고 들어가는 것은 글쎄 잘 모르겠다. 호가가 생각보다 낮은 데는 이유가 다 있다.

남산맨션 토지정보
남산맨션 토지정보

8. 남산맨션 꼭대기층에는 한남클럽이라는 사교클럽이 존재. 이십사절기라는 꽤나 유명한 한식집이 위치하는데, 내가 구경하러 들어갔을 때는 불도 꺼져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닫았나. 암튼 구경 좀 하다가 밥도 먹을 수 있으면 먹으려 했는데 그건 좀 아쉽쓰. 뭔가 옛날 잘 살던 할아버지 집 구경하는 느낌.

한남클럽
한남클럽
한남클럽 내부
한남클럽 내부
한남클럽 내부 2
한남클럽 내부 2

9. 1층에는 상가가 위치하는데, 벵땅이라는 의류 편집샵은 밖에서 대충 구경해보니 약간 멋쟁이 할머니들이 쇼핑할 것 같은 곳. 코딱지만한 보마켓도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꽤 많다. 1층에 위치한 상점들은 전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특색있는 곳들이었다.

주상복합..인가?
주상복합..인가?

10. 호갱노노 보니 최근 마무리한 수도관 교체 및 개별난방 교체 공사가 누수 등 문제가 꽤 있었다 한다. 수도관이 50년 됐는데도 녹물 하나 없었다 하니, 자재는 진짜 좋은 거 썼다 싶다. 댓글에서 실거주하시는 분이 르엘 같이 대형 시공사가 붙어서 차라리 전면 리모델링을 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 뻔했다고 하시는데, 백퍼 동감. 돈은 뭐 훨씬 많이 들었을 테지만, 그만큼 매가로 돌려받았을듯. 아깝다 아까워,,

11. 아 맞다 단점 하나. 층고가 좀 낮다. 2미터 정도 되는 듯. 같은 평수여도 훨씬 더 답답해보인다. 문에 머리 부딪힐 것 같아서 좀 무섭다.

사실 정보전달이 위주라기보다는, 임장 경험을 기록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된 글이다. 다소 가볍더라도 여기서 더 무거워지면 하기 싫어질까봐 이 정도 톤&매너를 유지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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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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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세

    0
    3 months 전

    인사이트 좋고 잘 읽혀서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

    ㄴ 답글 (1)

© 2024 99년생

99년 04월 10일 生, 20세기 끝물에 태어나버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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