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험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키워드 중 ‘물경력’이라는 표현이 있죠. 도대체 이 말, 어디서 온 걸까요? 제 생각엔 물수능/불수능을 구분짓던 세대들이 사회에 나와 만들어 낸 말이 아닐까 싶어요. 같은 맥락으로 학창시절 대학이름 앞글자를 따서 서열 공식처럼 외우던 버릇이 지금의 IT 회사를 부르는 ‘네카라쿠배당토’로 넘어온 것 같고요. 아무튼 저는 선호하지 않는 표현들이긴 합니다. 납작해진 단어에 많은 것들이 갇히고 닫혀 버린 것 같아서요.
* 참고로 물수능은 2001년 언론에서 처음 쓴 신조어였다고. 혹시 물경력의 기원(?)을 아는 분이 있다면 구독자 스페이스에 남겨 주세요. 암호는 10minleft 입니다!
형체가 없는 시간에 이름을 붙이면 사실이 됩니다. (Ex. 연애한지 D+몇일째...) 잘못 붙인 이름은 사실과 달라지겠지요. 저는 물경력이 잘못 붙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간에 다들 참 애썼잖아요? 고생했고 서러웠잖아요? 뭐라도 배워 왔을 거고요. (하다못해 그 회사 근처 맛집이라도!) 그런데 어째서 누가 엎으면 쏟아져버리는, 찰랑찰랑 위태로운 물일까요. 오히려 치열하게 불태운 불꽃 같은데요.
밤하늘에 새빨간 형광빛 불꽃을 마구 쏘아올리는 풍경을 상상해 보세요. 모양도 소리도 제각각이지만 즐겁지 않나요. #9. 남다른 핫핑크 편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저는 명상이 반드시 고요하고 차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빨간 불꽃놀이를 찍은 사진 한 컷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지금부터 깊은 심호흡을 세 번 해 보세요. 코로 깊이 들이 마시고, 입으로 후-뱉으며 내쉽니다. 지나간 시간이 후회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후회는 짧게 끝내고, 사진 속 멈춰 있는 불꽃처럼 빛났던 내 노력들을 인정해 주세요. 더 하고 싶었던 것, 더 배우고 싶었던 것을 이제부터 하나씩 잡아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막막함은 서서히 지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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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잘못 붙인 이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볼게요. 저의 최근 직함은 ‘과장’이었습니다. 일찍 과장을 달았는데 승진이 아니라 대외직함제도 때문이었습니다. 직급이 없는 수평 조직의 젊은 직원들이 외부 미팅을 할 때, 무안한 상황을 피해 가라고 회사에서 지정해주신 것이었어요. (실제로 대리,주임급이 카운터파트로 나가면 '팀장 나와!' 하시는 분들 아직 있죠.)
그렇지만 저는 ‘과장님, 과장님’ 하고 불러 주시는 거래처 분들께 도리어 묻고 싶었어요. ‘정말 저를 과장이라고 생각하세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습니다. ‘몇 살인데 과장이야? 쟤 뭐 돼?' 하는 듯한 남들 눈이 무서워 몇 배로 노력하고 날을 세웠습니다. 외면을 치장하느라 명품 브랜드를 충동 구매하기도 했어요. (진짜 흑역사죠? 지금은 당근에 다 팔았어요...) 수월하게 일하라고 붙여준 직함이 저에게는 짐이었어요. 구독자님에게도 물경력, 과장처럼 잘못 붙여진 단어가 있는지 궁금해요. 그것을 떼 버리면 어떻게 될지도 한 번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시길. 아마 구독자님 이름만으로도 불꽃처럼 충분히 빛날 겁니다. 👍
⌜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서있는 곳 마다 모두 참되다. ⌟ - 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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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 하기 싫을 때 놀러오셔도 좋아요 -
5월의 책, 함께 읽어요
저는 요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무문관 : 나와 마주서는 48개의 질문)>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쉽게 답하기 어려운 48개의 ‘화두’를 풀이한 불교철학 책입니다. 어려운듯 안 어려운 듯 어려워요... 그런데 생각할 것이 많아 좋더라고요. 지금 1/4 정도 읽었는데 끝까지 읽고 싶어서 구독자 분들과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5/12) 저녁 9시에 인스타그램 @mental.stylist 계정에서 라이브 켜고 조금 읽어 볼게요. 5월 한달 동안 이 책을 한 장이라도 읽어 보셨다면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려 주세요. #멘탈스타일링 해시태그를 달아주시면 댓글과 좋아요 남기러 갑니다. 👋
출근10분 전 불안한 모두를 위해, 출근길 마음챙김을 위한 콘텐츠를 만듭니다.
멘탈 스타일리스트 비잉벨(아라)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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