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차 에디터 사(실 일하고 싶은)사(람)
안녕하세요, 백수 사사입니다, 근데 이제 에디터였던….
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봤어요. “노동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지난 1년간 최소 한두 번 퇴사를 생각했다. … 10명 중 1명은 ‘거의 매주’ 퇴사를 생각한다.” 참 이상하죠. 어디선 취업난이 심각하다는데, 직장인들은 매주 퇴사를 생각한다니.
기사엔 이런 댓글이 달렸어요. “퇴사가 아니라 환승 이직을 해야 승리자다.” 네, 저는 패배자입니다. 이직 지원서 하나 써보지 않고 그냥 그만뒀어요. 아, 저도 퇴사 다음을 떠올려봤어요. 어렵겠죠. 1년짜리 경력을 들고, 회사를 왜 나왔는지, 내가 뭘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 증명 또 증명해야겠죠.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나만 미워했어요. ‘아, 왜 나는 남들이 잘 다니는 회사 하나 다니지 못하는 걸까’ 하면서요. 하지만 이상해요. 10명 중 7명이면 평균보다 많잖아요. 그래서 어느 날부터 저는 많은 걸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님, 상사, 엄마(?), 애꿎은 동료, 좁은 자취방, 한국 따위의 뻔한 것들을요.
때마침 10년 경력의 기획자인 동료(이하 근면성실 백수)도 회사를 나왔어요. 가볍게 만난 식사 자리는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퇴사자 모임은 신세 한탄이 많아서 무거워질 수밖에 없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가 불쑥 제안했어요. “우리 이 이야기를 레터로 풀어보는 건 어때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눈치채셨겠죠. 이 레터가 ‘퇴사’에 대한 답을 드리진 못합니다. 다만 질문을 던질 뿐이에요. 옆자리 동료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해 주세요. 직장 동료랑 속 터놓고 얘기할 순 없잖아요. 아닌가요? 아님 말구요…
🧑💻 10년 차 기획자 근면성실백수
안녕하세요, 근면성실 백수에요.
직장을 10년쯤 다녔습니다. 회사를 처음 다닐 때는 일을 정말 못해서 ‘사실 난 바보였나?’라는 생각을 하며 퇴근을 한 적도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일을 10년쯤 한 상태로 타임슬립하고 싶다. 뭐든 척척해내겠지?’라는 어이없는 상상을 했습니다. 네. 정말 얼척없는 소리였네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일은 쉽지 않고 잘하려고 할수록 어려워요. 하지만 10년이잖아요. 그쯤 되면 뭐라도 잘해야지,라는 압박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그 생각이 저를 번아웃으로 이끌었어요. 저는 직장 생활 10년 만에 처음 번아웃을 겪고 나가떨어졌습니다.
이 레터는 ‘걍 무조건 잘해야 함’을 신봉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실패를 겪고 ‘나도 실패할 수 있네’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글로 남기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직 없는 퇴사에 대하여 짧은 생각이다, 이직 실패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저의 퇴사는, 일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많이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퇴사는 실패가 아닌 기회란 말이죠? 이 기회를 잡아 나는 어떤 생각을 바꾸었고,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더 생각해 볼 예정인지 열심히 글로 남기려고 합니다.
사실 이 레터는 정말 가볍게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힘들어서 퇴사했는데 또 부담되고 힘들게 무언가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가볍다고 가벼운 이야기만 하진 않을게요. 어떤 식으로든 이 레터가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레터도 내일 밤 9시에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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