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몰라)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 (몰라)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오늘도 사랑 갈무리. - 나훈아 <갈무리> 중
크리스마스 이브다. 잊을 수 없을 첫 발행 일이다. 작정한 건 아니었다. 얼추 이 날로 발행일이 잡히다 보니 맘마저 설렜다. 하고 싶은 일이었고, 오랫동안 공을 들인 일이었기에 기왕 확실한 축복과 은혜마저 배경이 되고 보니 괜한 안도감에, 맘이 한결 훈훈해졌다. 왜 하고 싶어 했는진, 왜 공을 들일 정도로 해야 했는진 모르겠다. 테스 형을 부르짖던 나훈아의 <갈무리> 가사처럼 도대체 밑도 끝도 없이 왜 이러는진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무언갈 갈무리 하고픈 진한 욕망이 고개를 쳐든 것임엔 틀림없다.
정리되진 않았어도 맘은 통하겠거니 하고 어렵게 꺼낸 이야기에 하나같이 고개를 내젓는 지인들. '할 수 없다'가 돌아온 답이었다. "내가 뭐라고 글을 써" "난 글쓰기 싫어" "안 써", "못 써" 암....자신 없을 나이다. 모르는 바 아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뭐라고', '뭐든 그만 둘 나이에, 여적 가만 있다 난데없이 무슨' '그냥 조용히 살다 가는 거지', '참, 별스럽다' '주책바가지, 관종도 아니고'. 살다 보니 우린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고, 손에 쥐어지는 이력도, 능력도, 재력도 마땅히 없다. 그럼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는 나이. 속상했다. '앞으로 앞으로' 미래지향을 꿈꾸는 자는 과거를 돌아보지 말라 했던가. 돌아보면 좀 어때. 꽃(발음 조심) 같았던 과거의 우리는 뭐든 해냈는데 말이다. 돌아보면 실은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아님을 알게 되는데도 돌아보려 하질 않았다. 마치 소금 기둥이라도 되어 사라져버릴 까봐.
하늘이 도왔다. 아니, 사람이 도왔다. 혼자서는 세상에 나서기 두려웠던 쫄보의 손을 잡아준 동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글 하나 쓰는 게 뭐라고 출마의 변을 내뱉는 것처럼 이리 장대한 건지, 쓰는 나도, 볼 누구도 이상스럽다. 이 맘을 잊지 말자 싶어 앞으로의 글 공간 이름에 박아 넣었다.
<이상한 요일들>
처음의 이 이상異常함이 언젠가는 또 다른 이상理想함으로 날아오를 어떤 날을 기대한다. 덧붙여 실은 두 이상함이 그리 다르지도 않았음을 우리 모두가 증명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앞으로 다섯 명의 요일 지기가 주말 제외하고 매일, 1년 동안 글을 쓰기로 했다. 시작은 다섯 명이지만 언젠가 스무 명이 될 그날 또한 기대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 한 달에 한 번으로 평생 가는 <이상한 날들>이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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