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판독기
휴지를 버리기 위해서는
휴지통이 필요했다
그곳을 뒤져보면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데
각자 무얼 내뱉었는지
공공연한 마음도 알 수 있었다
나도 여기저기서 코를 풀고
휴지통에 버리는 인간의 생애에 대해 생각했다
냄새는 정체를 숨기면서 다녔다
마음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내 이름이 적힐 묘비 앞에서도
누군가가 판독되었다
착지점을 잃은 휴지조각처럼
어슬렁거릴 때
그걸 하나 주워서 걸어가는 사람의
시간마저 날아갔다
휴지가 또 어슬렁거린다
누군가는 휴지통에 왔다 갔을 것이다
휴지통 밖으로 떨어지는 휴지를 보자마자
저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방황을 하며
변하지 않는 길을 계속 걸을 것이다
마음은 생명줄이다
죽지 못해서 냄새를 풍긴다
나에게도 아직 냄새가 풀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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