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독후감은 아닙니다만

2025.03.11 | 조회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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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들

사실 『불안』을 읽은 건 꽤 오래전이고,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의 메시지만큼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옛날 신분 제도가 있던 시절에는 낮은 신분으로 태어나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기회가 제한되었죠. 불합리한 제도라는 데 이견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신분 제도를 없애고 재능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로 바꾸었습니다.

대신, 이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신분 탓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오로지 본인의 능력과 노력 부족인 것이죠. 그것이 바로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Status Anxiety)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읽고, 당시에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떤 노력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더라도, 한편으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문제를 잉태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신분제 철폐라는, 누가 봐도 옳은 변화에도 '부작용'이 있다면 다른 제도들은 말할 것도 없지 않겠나 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비관주의에 빠지거나 냉소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없어지는 날은 오지 않습니다. 어떤 수준의 문제와 싸우느냐가 문제죠. 저수준의 문제들을 이미 다 해치우고 평가 기준을 이만큼이나 올려주신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제를 만들어낸 것과 동일한 수준의 의식(사고방식) 수준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을 아인슈타인이 했다고 합니다. 물리 문제든 사회 문제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고 수준을 도약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위 불안 문제로 돌아오면, 이제는 개인의 성공이 단순히 그의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의 공공 인프라와 때로는 행운의 도움을 받는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라 정량적인 분석과 이론적인 설명이 뒷받침하고 있죠. 그렇다면 신분 제도의 불합리함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이 제도를 고친 것처럼, 우리도 새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면 됩니다.

그렇게 문제의 수준을 높여가야 하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오히려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기사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밀려오는데, 현실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분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퇴근길에 광화문 집회에 들렀습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이런 열망이 반드시 실현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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