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조직문화 혁신

[방구석5분혁신.리더십] 천장지구 : ‘작은 채움’을 넘어 ‘커다란 비움’으로

'천장지구'는 단순히 홍콩 영화 제목만이 아니었습니다. 노자 형님이 이야기하는 '천장지구'의 통찰을 '구독자' 님과 공유합니다^^.

2023.05.24 | 조회 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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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5분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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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아, 야구 몰라요” 하던 야구해설가가 있었다. 어디 야구만 모르랴. 우리 삶도 한 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나름의 오묘한 질서로 오늘도 세상은 돌아간다. 무질서 속의 질서. 자연의 섭리다.

 

삶의 모든 상황에는 상대가 있다. 씨줄이 있으면 날줄이 있고, 왼쪽이 있으면 오른쪽이 있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해가 있으니 달이 있고, 불이 있으니 물이 있다. 긴장과 균형이다. 세상만사, 이런 시소의 섭리를 축 삼아 운행된다. 이 축이 무너지면? 사달이 난다.

 

노자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천장지구 기부자생 고능장생(天長地久 其不自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이 장구한 것은 천지가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유구한 것이다. “살고자 하는 자,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 살 것”이라는 말과 겹쳐진다. 역설이다.

 

 

역설은 자체의 주장을 스스로 거역하는 논설이다.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를테면, 변하되 변치 말라는 거다. 변치 말되 변하라는 거다. 비움과 채움도 마찬가지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얻으려면 버려야 하듯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 그저 채우려고만, 그저 얻으려고만 한다면? 끝내는 파국이다.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Stay Foolish, Stay Hungry”의 지혜를 역설했던 스티브 잡스도, 이 얘길 한 거다.

 

도덕경 7장. 노자는 이어 얘기한다. 시이성인 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是以聖人 後基身而身先 外基身而身存). 천지의 장구함을 보았기에 성인은 스스로를 뒤로 물린다. 그럼에도 남들이 외려 앞으로 밀어준다. 스스로를 도외시함에도 남들이 되레 귀히 대접한다. 숨기고 가림으로써 빛나는 리더십이다.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드러나는, 역설의 리더십이다.

 

2016년 5월, 국립생태원 주최 ‘우리 들꽃 포토에세이 공모전’ 시상식. 당시 시상자는 초대 원장이었던 최재천 교수였다. 장려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유치원을 갓 졸업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최재천 원장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꿇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나를 낮추었더니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높여본다.

 

‘천장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리더십의 통찰은 깊고 크다. ‘겸손’이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나를 낮추는 태도다. 내가 틀렸을 수 있음을, 내 말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포용하는 마음이다. 내 실수와 내 약점을 인정하는 자세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은 반대 방향으로 내달린다. ‘리더인 나는 완벽하다’ 혹은 ‘완벽해야 한다’는 망상에 빠진다. 항상 앞장서려 하며, 늘상 통제하려 든다. 예컨대, 회의에서 중요한 건 의견 자체의 가치다. 하지만 내 의견에 동조하냐 아니냐를 먼저 따진다. 내 의견과 같은 의견은 좋은 거고, 내 의견과 다르면 나쁜 거다. ‘나만 정답이요, 정의요, 진리’라는 오만과 착각이 스스로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 반대 의견은 씨가 마른다.

 

자기를 비우지 못하고, 자기를 버리지 못하니 혁신은 요원하다. 어제의 나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며, 미래와는 정반대로 달려간다. 답습의 늪이다. 회의는 일사천리, 리더의 의견대로 결론을 맺지만 팔로워의 마음은 닫혀만 간다. 소통의 증발이고, 열정의 실종이다. ‘영혼 없는 조직’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그렇게 죽어간다.

 

겸손해야 경청할 수 있다. 경청은 소통의 마중물이고, 소통은 주인의식을 빚어낸다. 직원들이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해봐야 입만 아프니 입을 다물 뿐.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다.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인생을 쫓기듯 그렸네” <미스터트롯> 정동원 군의 노래 <여백> 중 한 대목이다. 모조리 채운다고 능사가 아니다. ‘당무유용 (當無有用)’이라 했다. ‘없음’이 곧 ‘쓸모 있음’이다. 그릇이 그렇다. 가운데 움푹 비어있는 부분이 있어야 그릇으로서 의미가 있는 거다. 그걸 다 채워놓으면 더 이상 그릇이 아니다.

 

하늘과 땅은 비우고 버려서 지금껏 장구하다. 그래서 자유롭고, 그래서 거침이 없다. ‘작은 채움’에 매몰되지 말고 ‘커다란 비움’으로 시선의 높이를 올려야 한다. 리더가 바라보는 그 높이가 바로 우리 조직의 수준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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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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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ystal. Lee

    0
    11 months 전

    버리고 비우기.... 생각해 보니 오늘 아침 제 책상 위 부터 좀 비우고 시작해야 할 거 같아요^^ 좋은 아침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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