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늘 예술과 그 근처에 있는 것들이라면 제대로 보지도 않고 호감을 먼저 갖는 사람이었습니다. 성격 검사나 직업 검사를 하면 결과지에서 늘 예술이라는 단어를 보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위의 말을 접하게 되었고… 스스로에 관해 더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저 자신을 증명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지 하고 싶은 거 하겠다는 말입니다.
오늘은 쓰고 싶은 글이 없어요...
대신 지난주의 일상을 몇 개 공유해드릴까 합니다.
매주 월요일 잠들기 전에 글을 완성하고 보내는 이 약속을 지키는 일이 저에게는 꽤나 즐겁고 행복한 일로 자리잡고 있어요. 지켜봐주시는 여러분께 늘 감사드려요.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걸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한 인간의 성장을 목도하는 귀한 경험을 여러분께 꼭 선사해드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럼 오늘도 따뜻한 밤 보내세요.
💭
- 서이레, 김화진 작가의 강연(이라고 쓰고 토크콘서트라고 읽는다)에 다녀왔다. <미안해 널 미워해> 라는 서이레 작가의 산문집 출간으로 열린 강연이었고 나는 책을 반쯤 읽어 갔다. 책은 일부만 해도 정말 좋았는데 글을 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로 그 생각을 직접 들으니 더 좋았다. 마지막 즈음 덜덜 떨리는 마음을 안고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서이레 작가님께서 늘 괴로워할 줄 아는 태도를 가지며 살고 싶다고 말씀해주셨고, 김화진 작가님께서 그런 괴로움을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느끼는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 말들을 듣고 저도 크게 공감하고 위로 받았습니다. 다만 저는 최근 그 괴로움에 짓눌려서 아무 것도 못 할 것 같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 마음을 타파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나눠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물론 실제보다 훨씬 매끄러운 버전으로 작성한 것이다. 얻은 답은 두 개였다. 1) 괴로움에 짓눌리면 게을러질 수 있는데 그럴 때에도 자신에게 죄책감 갖지 않기. 2) 이 짓눌림의 경험도 결국엔 다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기.
- 요정같은 친구를 만났다. 나와 비슷한 점이 참 많다고 느끼는 친구다(요정같은 모습이 닮았다는 건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한 듯 보였고 점점 즐거워하다가 끝에는 살짝 지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를 본다고 생각했고 조금은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사실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나 뿐이겠지. 그는 대단하다. 꾸준함이 대단하고 순수함이 대단하고 깊은 마음이 대단하다. 그를 볼 때면 어떤 일에는 효율을 따지지 않는 듯한 모습이 좋고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어 마구 칭찬해주는 모습이 좋고 만남의 끝에는 늘 행운을 잔뜩 빌어주는 모습이 좋다. 나는 우리 삶의 궤도가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그는 존재만으로 나에게 행운이기는 하다.
- 아침 아홉 시부터 동생과 카페에 가고 그 다음엔 멋진 언니를 따라 개장 하루 전의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얻어먹고 그 다음엔 부리나케 달려가 커트를 받고 그 다음엔 애인을 만나 손짜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골뱅이소면과 갈비 같은 것을 해 먹고(어쨌든 나는 골뱅이소면 비비기를 담당했으니 함께한 것으로 쳤다) 누워있다가 마음속으로 기합을 넣으며 일어나 씻고 자러 갔던 하루가 있었다. 이런 날에도 혹시 내가 E인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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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철
악 너무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음.. 다음 이야기도 너무 기대됩니다☺️ 나도 한 예술가 타입으로서 예술가 타입들이 규칙을 싫어하고 출근하기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이 있슴니다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역시 예술은 틀에 갇힐 수 없는 거지...😗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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