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

1/?

2025.12.08 | 조회 32 |
0
|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의 프로필 이미지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아무래도 머리가 길기까지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니까요...

며칠 전 블로그를 쓰는데 문장을 적는 족족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잠시 당황했고 이내 언짢았다. 실은 최근 글이 잘 읽히지 않았고 그래도 줄줄이 이어진 문장들을 눈알에 쑤셔넣으면 그대로 두개골을 관통해 나가버리고 말아 그저 글자만 남고 감정은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요즘은 원해서 하는 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밖으로 돌리고 있는 중에는 아무리 찾을래도 내 안의 말은 찾을 수 없지. 내 말을 성심성의껏 들어주고 또 그 모습에 자부심 가지던 시간이 분명 있었는데. 다시 흐려졌다. 실체도 없는 의무감 같은 것에 짓눌려 얼굴을 땅에 댄 채 어딘지도 모르는 결승점에 언젠지도 모르는 마감 기한 안에 들어가야 한다며 벌벌 떨고 있다. 별, 웃기지도 않다.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나인 투 식스는 절대 할 수 없다며 큰소리치고, 내로라하는 대학에 들어가 피 터지게 열심히 사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유자적하며 대책도 없이 현실과 안정을 내팽개쳤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인생에 도움도 안 되는 뜬구름 잡는 말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조금 특별한 사람이 된듯한 기분에 취해 행복해하던 나는 어디로 갔지? 그러니까 내가 꼭 쥐고 따라가려던 가치는 그곳에 그대로 있을 텐데 나는 어디에 정신이 팔려서 갈피를 잃은 것이지? 나, 내 것이 아닌 걸 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다. 맞지 않는 옷에 몸을 구겨넣을 수는 있지만 불행한 거다. 나는 즐겁고 싶다. 마음이 따뜻해짐을 자꾸 느끼고 싶다. 별, 그냥 별을 좇아 가라.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내 이상한 고집을 겪는 게 한두번도 아니면서 매번 이리 어쩔 줄 몰라하면 어쩌나 싶다. 다른 건 상관 없고 내 삶을 더 풍요롭게. 그래. 그렇게 만드는 거다. 알차게 부지런히 바쁘게 열심히가 아니라 풍요롭게. 나는 남들이 등 떠밀어주길 바라는 습성이 있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뒤에서 받쳐주겠다. 뒤를 돌아 이 언짢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내 것이 아닌 아름다움에 한눈팔다 주저앉지 않도록. 갖지 않아도 괜찮다며 정신승리 하는 일도 너랑 내가 같이 하면 그럴듯한 주장이 되니까. 이미 가진 것들을 떠올리며 이번에야말로 뾰족한 사람이 되어 보기로.

어쩜 나는 이럴 때만 이곳을 찾을까?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보셨듯 저는 요즘 무기력을 벗어나는 중인데요. 구독자님은 요즘 어떠신가요? 저처럼 무기력하신가요? 활기가 넘치는 때를 보내고 계신가요? 날이 추운데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끼니는 잘 챙기고 계신가요?

언젠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재미난 대화를 나누게 될 날을 꿈꾸며 저는 자러 갑니다. 언제 확인하시든, 좋은 시간 되시길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음 뉴스레터

1209

2/?

2025.12.09 | 조회 31
© 2025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아무래도 머리가 길기까지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니까요...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