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세상에서

2025.05.08 | 조회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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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아무래도 머리가 길기까지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니까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쓰지 않았다.

오랜만에 쓰려니 잘 안 된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이 페이지에 들어온 키보드 위 손가락이 날아다닌다.

새삼스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고맙고 미안하다.

 

요즘은 회고에 소홀했다.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점을 버려둔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 하지는 않았고 외려 무감에 가깝다. 삶을 광내던 노력이 뜸해지니 그 위에 냉소가 내려앉아 뿌얘진다. 실은 그게 광이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아차리고 만다.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얻었던 건 뭘까. 이불을 반으로 가를 수 있는 부끄러움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처럼 나밖에 모르는 사람은 일부러라도 과거를 곱씹어 삼켜 지금까지 받았던 사랑을 되새겨야 한다. 한 술 얻어먹는 일에 백 번 부끄러워 하던 그 때의 반만이라도 가야 한다. 나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말을 꺼내던 그 때처럼 다음엔 어디를 반짝일까 눈꺼풀에 힘을 주고 찾아야 한다.

그 어느 것에도 지겨워질 수 없다. 그 때와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나는 세상을 바꿀 수도 없으므로 몇 번이나 새로 태어나든 그 균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내게도 돌려야 한다. 동화 끝자락 주인공의 행복을 단정짓는 부러운 시선은 내게서는 돌려야 한다. 나는 대회를 열지 않았으므로 결승선 또한 정할 수 없다. 그저 살다가 저기 보이는 것이 결승선인가, 하면 다행이다.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마음도 계속해서 갱신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완벽하게 편한 자세에서도 시간은 지나고 반드시 어딘가 저려올 테니. 나는 매일같이 내 옆에 있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어딘가에 갔다가 오고 그럴 때마다 어딘가 변해 있을 테니. 달력에 적히는 이름은 매번 똑같지만 날짜가 다르면 그 사람도 달라질 테니.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변하는 부분도 항상 생겨야만 할 테니.

나는 오늘의 마음도 결국 잊고 다시 새롭게 깨달아야 할 테지만, 과거는 그래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이겠지만 더 나은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기대가 어쩔 수 없이 내가 내게 해줄 수 있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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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권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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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7 | 조회 98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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