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볼 다른 관점 이야기
이번 호 주인공은 마오르 슐로모(Maor Shlomo)입니다.
혼자 만든 AI 앱 빌더 Base44를 창업 6개월 만에 Wix에 1,100억 원(8,000만 달러)에 판 사람이죠.
아마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작년부터 여러 매체와 뉴스레터에서 다뤄졌거든요. 레니의 뉴스레터 인터뷰도 있고, 국내 뉴스레터에도 소개됐어요. 솔로프리너 성공 사례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조금 다르게 쓰려고 합니다.
"어떻게 성공했나"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건 이미 충분히 나와 있어요. 코드의 90%를 AI가 썼다거나, 광고비 0원으로 사용자를 모았다거나 하는 이야기죠.
우리가 볼 건 다른 지점입니다.
"잘 되고 있는데 왜 팔았을까."
그리고 "손해 보지 않는 타이밍을 어떻게 알았을까."
AIMIT 독자분들은 대부분 40대에서 60대 사이의 솔로프리너입니다. 이미 20년, 30년치 경험 자산을 갖고 계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께 "AI로 앱 만드는 법"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건 이것입니다.
내가 만든 걸 언제, 어떤 형태로,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마오르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팔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먼저 상황부터 정확히 봐야 합니다.
2025년 5월, 마오르의 상황입니다.
- 월 순이익: 2억 8,000만 원(20만 달러)
- 사용자: 40만 명 이상
- 직원: 본인 포함 거의 없음
- 외부 투자: 0원
- 지분: 100% 본인 소유
그리고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했어요.

"코딩하고, 제품 만들고, 사용자 피드백 받아서 개선하고. 이게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거든요."
돈도 벌고, 성장도 하고, 즐겁기까지 했습니다.
이 상황이면 보통 안 팝니다. 계속 하죠.
실제로 마오르도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어요.
"솔직히 처음엔 확신이 안 섰어요. Base44가 너무 잘 되고 있었거든요. 혼자서도 충분히 큰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결국 팔았습니다.
그가 본 것은 '지금'이 아니라 '속도'였습니다
마오르가 판단의 근거로 삼은 건 자기 실적이 아니었어요.
시장의 속도였습니다.
당시 같은 시장에 있던 경쟁사들 상황입니다.
- Lovable: 약 400억 원 투자 유치
- Bolt: 약 300억 원 투자 유치
- 백만 달러(약 14억 원)짜리 해커톤 개최
마오르는 이 자원이 없었어요.
혼자 버티려고 그가 한 일이 있습니다. 'Hackathon 4Good'이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자기 돈 5,000달러(약 700만 원)만 상금으로 걸었어요.
반응이 폭발해서 3,000팀이 참가했고, 결국 Amazon, Google, MongoDB 같은 대기업들이 후원에 나섰습니다.
기지를 발휘해 버틴 거예요. 하지만 지속 가능한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마오르가 본 게 있어요.
"지금은 괜찮지만, 이 속도를 3년 더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결정적이었던 한 문장
Wix의 CEO 아비샤이 아브라하미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첫 만남에서 그가 한 말이 이거였어요.
"모든 사람이 우리가 당신을 인수해야 한다고 말하네요. 적어도 한번 이야기해볼 가치는 있을 것 같아요."
재밌는 건 마오르가 먼저 제안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Base44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Wix가 Base44를 인수해야 한다"고 포스팅하기 시작했고, 그 얘기가 흘러들어간 거예요.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아비샤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작은 보트를 타고 거대한 파도와 싸우고 있어. 잘하고 있지만, 우리와 함께라면 항공모함을 타고 싸울 수 있어."
마오르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 말이 맞았어요. 경쟁사들은 수백억, 수천억 투자받고 있는데, 저는 혼자서 맨몸으로 싸우고 있었으니까요."
파도가 나빠서가 아니었어요.
내 배가 그 파도에 맞지 않았던 겁니다.

협상력의 역설
여기가 이번 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마오르가 직접 한 말이에요.
"제가 협상에서 가장 유리했던 점은, 꼭 팔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거예요. Base44는 이미 수익을 내고 있었고, 성장하고 있었고, 저는 행복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데이팅할 때랑 비슷해요. 너무 간절하면 상대방이 알아채고 협상력이 떨어지죠. 저는 진심으로 '안 되면 말고' 마인드였어요."
이 문장을 뒤집어 보면 이렇게 됩니다.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이미 늦은 겁니다.
돈이 떨어져서, 지쳐서, 더 이상 못 버텨서 파는 건 협상이 아니에요. 그냥 정리하는 거죠.
가장 좋은 조건으로 넘길 수 있는 시점은 안 팔아도 되는 때입니다.
이건 규모와 상관없이 적용됩니다.
월 300만 원 버는 1인 강사도, 컨설팅하는 4060 프리랜서도 마찬가지예요.
생각해볼 만한 상황이 있습니다.
10년 동안 운영한 온라인 강의 사업이 있다고 해볼게요. 지금은 월 500만 원씩 안정적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나오는데 따라가기 벅차요.
이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A. 더 버틴다. 수익이 떨어질 때까지 하다가, 정리할 때쯤엔 넘길 가치가 거의 없어집니다.
B. 지금 정리한다. 아직 수익이 나오고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 넘기면, 인수하는 쪽도 살 이유가 있어요.
마오르는 B를 택한 겁니다.

그리고, 팔고 나서 더 벌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마오르는 그냥 돈 받고 떠나지 않았습니다. 계약에 어닝아웃(earn-out) 조건을 넣었어요.
앞으로 몇 년간 Base44를 Wix 안에서 더 키우면, 성과에 따라 추가 금액을 받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냐면요.
매각 후 9개월 만에 Base44의 연간 반복 매출(ARR)이 1,370억 원(1억 달러)을 넘었습니다.
매각 시점에 48억 원이었으니 9개월 만에 28배가 된 거예요.
그리고 Wix의 2025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마오르는 성과 조건을 달성해서 추가로 약 1,230억 원(9,000만 달러)을 받을 예정입니다.
원래 매각 금액인 1,100억 원보다 더 큰 금액이에요.
팔았는데 더 벌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완전히 손 떼는 매각"이 아니라 "함께 키우는 매각"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중장년 솔로프리너를 위한 엑시트 체크리스트
여기서부터가 우리 이야기입니다.
마오르의 판단을 4060 솔로프리너 상황으로 옮기면 이런 질문들이 나옵니다.
질문 1. 이 일을 3년 더 지금처럼 혼자 감당할 수 있나요?
지금 잘 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3년 뒤에도 같은 체력과 속도로 할 수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마오르는 6개월 만에 "혼자로는 안 되겠다"를 봤어요. 나이가 있으면 그 판단이 더 빨라야 합니다.
질문 2. 내가 없으면 멈추는 구조인가요, 남는 구조인가요?
내가 직접 강의해야 굴러가는 사업은 팔 게 없어요. 내 노동력이 곧 상품이니까요.
반면 커리큘럼, 시스템, 고객 데이터, 브랜드가 정리돼 있으면 넘길 수 있습니다.
팔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두는 것 자체가 자산화입니다.
질문 3. 내 경험을 사고 싶어 할 사람은 누구인가요?
꼭 회사에 팔아야 하는 게 아니에요.
- 같은 업계 후배 (승계)
- 관련 사업하는 소규모 업체 (인수)
- 교육 기관, 플랫폼 (콘텐츠 라이선스)
- 프랜차이즈나 라이선스 형태
마오르에게 Wix가 있었듯, 각자에게 맞는 상대가 있습니다.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해요.
질문 4. 완전히 넘길 건가요, 함께 키울 건가요?
마오르는 어닝아웃을 선택했고, 그 덕에 매각 금액보다 큰 돈을 추가로 받게 됐습니다.
4060 솔로프리너에게도 이 선택지가 있어요.
완전히 정리하고 은퇴하는 것과, 고문·자문·파트너 형태로 남으면서 수익을 나누는 것. 후자가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 5. 지금 팔 필요가 없나요?
이게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팔 필요가 없다"고 답할 수 있는 지금이, 사실 가장 좋은 협상 시점이에요.
역설적이지만 그렇습니다.

지금 해볼 수 있는 것
당장 팔 계획이 없어도 준비는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 내 사업을 문서로 만들어보세요.
어떤 고객이 왜 오는지, 어떤 과정으로 서비스가 나가는지, 매출은 어디서 발생하는지. 이걸 문서로 정리하면 그 자체가 자산이 됩니다.
머릿속에만 있으면 넘길 수 없어요.
둘. 나 없이 돌아가는 부분을 조금씩 늘려보세요.
전부 자동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건 내가 없어도 된다"는 영역이 하나라도 늘면 가치가 올라가요.
셋. 내 업계에서 인수·승계 사례를 찾아보세요.
같은 분야에서 누가 누구에게 넘겼는지, 얼마에 거래됐는지 알아두면 나중에 협상할 때 기준이 생깁니다.
넷. 연락해볼 만한 상대를 3곳만 적어보세요.
지금 연락하라는 게 아니에요. "내 사업을 사고 싶어 할 만한 곳"을 미리 알아두는 겁니다.
마오르에게 Wix가 먼저 연락해온 것도, 그가 자기 사업을 계속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마오르 슐로모가 보여준 건 "6개월 만에 1,100억을 버는 법"이 아닙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재현되지 않아요.
대신 그가 보여준 건 판단 기준입니다.
- 잘 되고 있을 때 출구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 내 실적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본다
- 팔 필요가 없을 때 협상한다
- 완전히 떠나는 것 말고 다른 형태도 검토한다
이 네 가지는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경험 자산을 가진 분들일수록 잘 만드는 것만큼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잘 되고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 출구를 그려볼 때입니다.
"제가 협상에서 가장 유리했던 점은, 꼭 팔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거예요." — 마오르 슐로모
참고 자료: Lenny's Newsletter 인터뷰, Calcalist Tech, TechCrunch, Inc. (2025.12), Wix 2025 Q4 재무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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