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과 유서를 자랑하는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가 인공지능(AI)으로 창작된 예술 작품만을 모아 경매를 진행하는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열어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온라인 경매는 2월 20일부터 오는 3월 5일까지 뉴욕 록펠러 센터 갤러리에서 디지털 아트, 조각, 아크릴화, 유화 등 20여 점의 AI 작품을 선보입니다.
크리스티와 경쟁사 소더비(Sotheby’s)가 과거에도 AI 작품을 일부 선보이기도 했었고, 크리스티 역시 과거에 AI 작품을 경매에 포함한 적은 있지만, 전체 경매를 AI 작품으로만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경매의 주요 출품작 중에는 레픽 아나돌의 '기계 환각(Machine Hallucinations)' 시리즈가 포함됐습니다. NASA의 화성 정찰 궤도선이 촬영한 이미지들을 AI로 재해석한 이 작품의 추정가는 15만~20만 달러(약 2억~2.7억원)입니다. 아나돌은 올해 말 로스앤젤레스에 AI 예술 전문 박물관 '데이터랜드'를 개관할 예정입니다.

알렉산더 레벤의 '무제 로봇 페인팅'은 AI 생성과 실시간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10x12피트 크기의 이 아크릴화는 새로운 입찰이 들어올 때마다 로봇이 캔버스에 그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화합니다. 추정가는 100달러에서 170만 달러까지 폭넓게 책정됐습니다.
AI 예술에 쏟아지는 관심과 반발
지난 2022년 11월 출시된 챗GPT를 시작으로, 간단한 자연어 입력만으로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다양한 AI 모델이 대중화되면서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 디지털 아트 판매 책임자인 니콜 세일즈 자일스(Nicole Sales Giles)는 “AI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하며, 창작 수단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경매는 6,300명 이상이 서명한 취소 청원이 등장할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일부 AI 작품이 무단 도용된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다”는 이유에서죠. 많은 작품이 라이선스 없이 저작권이 있는 작품으로 훈련된 AI 모델을 사용해 제작되었으며, 이는 "인간 예술가들의 작품이 대량으로 도난당하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합니다.
AI 예술, 어디까지가 창작일까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히는 핀다르 반 아르만(Pindar Van Arman)의 ‘Emerging Faces’는 서로 다른 두 AI 모델이 ‘대화’하듯 한 작품에 개입하여 얼굴 이미지를 그리는 과정을 담은 9점의 회화 시리즈입니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해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만든 레피크 아나돌(Refik Anadol), 소프트웨어로 왜곡 작업을 시도했던 1960년대 미국 작가 찰스 추리(Charles Csuri)의 선구적 컴퓨터 아트 등, 이번 경매에는 그림·조각·사진뿐 아니라 완전히 디지털화된 작업까지 다채로운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AI는 인간의 창작을 보완·확장하는 도구”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직접 구축한 데이터 세트나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도용 우려를 줄이고, 새로운 미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디지털 아티스트 야부즈(Sarp Kerem Yavuz)는 “Midjourney 등 대형 모델은 인터넷 전반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학습하기에, 특정 작품만을 거론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AI 작품의 저작권과 예술 윤리
AI 예술에 대한 예술가들의 문제 제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AI의 학습 과정이 합법적인가.
둘째, 기존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활용해 ‘표절’ 혹은 ‘도용’에 해당하지 않는가.
크리스티 측은 “예술가가 이전 예술사조를 참고하고, 이를 토대로 새 작품을 창조하는 것은 예술사의 전통적 관행”이라며, 예술적 영감과 데이터 이용의 경계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모든 예술적 혁신은 논란과 함께 시작된다”는 말처럼, AI 예술 역시 예외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터키 예술가 사르프 케렘 야부즈도 "미드저니가 인터넷 전체를 기반으로 훈련되어 개인 저작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일러스트레이터 레이드 서던(Raid Southern)은 “만약 이러한 작품이 유화였다면, 크리스티가 도난 또는 위조 가능성이 큰 작품을 경매에 내놓았을 때 어떻게 대응했을지 의문”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최소한 예술가의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작품은 제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서던은 이어 "한두 사람에게서 훔치는 것은 나쁘지만 수백만 명에게서 훔치는 것은 괜찮다는 주장이죠?"라며 꼬집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혼돈 속에 새로운 장르 탄생?
AI 예술은 점차 대형 갤러리와 주요 경매사를 중심으로 시장 주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저작권·표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 출처와 이용 방식에 대한 투명성 확보, 창작자와의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AI가 새로운 표현 수단이자 영감을 주는 매체라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혁신적 예술가들은 AI를 창의성 확장의 도구로 삼아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첨예한 갈등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예술계는 ‘AI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 윤리적 데이터 활용, 예술적 자유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와 관행이 정립된다면, AI 예술은 인류 창작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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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41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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