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미국 상무부가 앤트로픽에 편지 한 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전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AI 모델 두 개가 동시에 꺼졌습니다.
해킹도 아니고, 서버 장애도 아니었습니다. 한 나라 정부의 결정 한 번으로, 수많은 나라의 이용자가 같은 시간에 같은 도구를 잃은 겁니다.
오늘은 이 사건이 단순히 "미국 정부와 AI 회사의 갈등" 뉴스가 아니라, AI를 업무에 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짚어보겠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6월 12일 저녁 5시 21분(미국 동부 시각),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통제(Export Control, 특정 기술이 해외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정부가 막는 조치) 지침을 받았습니다. 내용은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인 Fable 5와 Mythos 5를, 미국 국적이 아닌 모든 사람이 쓰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외국인 직원도 예외 없이 포함됐습니다.
앤트로픽은 국적별로만 골라서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이용자에 대해 두 모델을 껐습니다.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탈옥(Jailbreak, AI에 걸려 있는 안전장치를 우회해서 원래는 막혀 있는 답을 끌어내는 기법)" 가능성에 대한 국가안보 우려였습니다. 앤트로픽은 "이미 다른 AI 모델에서도 똑같이 발견되는 수준의 경미한 문제"라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가야 합니다. 이번에 막힌 건 막 공개된 최상위 모델 두 개뿐이고, 평소 우리가 업무에 쓰는 AI 도구들은 그대로 작동했습니다. "오늘부터 AI를 못 쓴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그래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 세 가지
첫째,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취약점이 발견돼서 회사가 자체적으로 점검하느라 멈춘 게 아닙니다. 한 나라의 정부가 "이건 막아라"라고 하니, 전 세계 서비스가 멈췄습니다. 이 결정에는 그 정부와 해당 회사 사이의 더 큰 갈등(국방부와의 분쟁, 진행 중인 소송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즉, 우리가 쓰는 AI 도구의 작동 여부가 기술력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치적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둘째, 멈추는 데 걸린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편지를 받은 지 몇 시간 안에 전 세계 서비스가 내려갔습니다. 계약 기간이 남았는지, 요금을 냈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만약 이게 여러분이 매달 돈을 내고 쓰는, 업무의 핵심 도구였다면 어땠을까요? 대체 수단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바로 멈추는 상황입니다.
셋째, 최신일수록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이번에 막힌 건 가장 오래되고 안정적인 모델이 아니라, 가장 최신이고 가장 성능이 좋은 모델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일수록 각국 정부의 관심과 견제 대상이 되기 쉽다는 뜻입니다. 지금 가장 좋다고 소문난 도구를 업무의 중심에 두는 건, 동시에 가장 빨리 흔들릴 수 있는 도구를 중심에 두는 일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 사건을 보고 "그럼 AI 쓰지 말아야 하나"로 가는 건 방향이 틀렸습니다. 대신, 도구를 고르고 쓰는 방식을 조금 바꿔보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하나, 업무를 한 가지 AI에만 몰아넣지 않기.
뉴스레터 초안, 회의록 정리, 자료 검색처럼 반복하는 업무가 있다면, 같은 작업을 다른 AI로도 한 번씩 시켜보고 결과를 비교해두세요. 평소엔 익숙한 도구를 쓰더라도, 그게 안 될 때 바로 옮겨갈 수 있는 두 번째 도구를 미리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큽니다.
둘, 로컬 LLM(Local LLM, 인터넷 서버가 아니라 내 컴퓨터에 직접 설치해서 돌리는 AI 모델)을 한 번쯤 경험해보기.
LM Studio(내 컴퓨터에 AI 모델을 설치하고 실행하게 해주는 무료 프로그램) 같은 도구로 Qwen3나 Gemma3 같은 모델을 한 번 깔아보면, "인터넷이 안 되거나 특정 회사 정책이 바뀌어도 돌아가는 AI가 내 손에 있다"는 감각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쓰라는 게 아니라, 비상시 대안이 있다는 걸 아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셋, AI 정책 뉴스를 가볍게라도 챙겨보는 습관.
며칠 전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정부와 AI 기업의 갈등이, 며칠 안에 내 업무 도구의 작동 여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이 보여줬습니다. 깊이 분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만 알고 있어도, 변화가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Fable 5와 비슷하게 작업하는 법 - 루프 엔지니어링
'프롬프트'보다 '루프'를 설계하세요
최근 SNS에서는 "이제는 프롬프트 한 번 잘 쓰는 게 아니라, AI가 스스로 점검하고 고치는 '루프'를 설계하는 게 핵심"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향 자체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몇 배 더 좋아졌다" 같은 구체적인 수치까지는 어디까지가 확인된 내용인지 분명하지 않으니, "이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루프(Loop)란, AI에게 한 번 시키고 결과를 그대로 받는 게 아니라 시도 → 점검 → 수정을 반복하게 만드는 작업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 초안 써줘"가 아니라, "초안을 쓴 다음, 육하원칙·과장 표현·핵심 메시지·독자가 이해하기 쉬운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서 다시 써줘"라고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적용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점검 기준을 미리 정해주세요.
"잘 점검해줘"는 너무 막연합니다. "이 글이 ① 결론부터 시작하는지 ② 전문용어에 설명이 붙어 있는지 ③ 한 문단이 너무 길지 않은지"처럼, 체크리스트를 직접 적어주는 쪽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둘째, 작업과 점검을 분리해보세요.
같은 AI에게 "쓰고, 스스로 평가해줘"라고 하면 자기 결과물에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번은 "써줘", 다른 대화(또는 새 채팅)에서는 "이 글을 위 기준으로 비판적으로 점검해줘"라고 나눠서 요청하면 더 솔직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반복할 때마다 배운 걸 메모로 남겨두세요.
"이번에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왜 그랬는지, 다음엔 뭘 다르게 할지"를 한두 줄로 적어두면, 다음에 비슷한 작업을 시킬 때 그 메모를 함께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의 일관성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Fable 5 같은 비싼 최신 모델이 아니어도, 이 "시도 → 점검 → 수정" 구조 자체는 오퍼스나 소넷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AI에게 일을 어떻게 맡기느냐입니다.
클로드는 이미 자동으로 대신 답해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클로드에는 자동 모델 전환(Auto Model Switch)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Fable 5로 가는 요청이 막히면 같은 대화 안에서 곧바로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로 바꿔서 답을 내놓습니다. 이 기능은 웹·모바일·데스크톱 앱에서 기본으로 켜져 있어서 따로 설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혹시 꺼져 있다면 설정(Settings) 안의 Capabilities 항목에서 켤 수 있습니다.
무거운 작업에는 오퍼스 4.8을 직접 선택하세요. 긴 보고서 검토, 복잡한 분석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은 처음부터 오퍼스 4.8로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가격은 Fable 5의 절반 수준이면서, 한 번에 훨씬 더 긴 글을 기억하고 참고할 수 있는 컨텍스트 창(Context Window, AI가 한 번에 읽고 기억할 수 있는 글의 양)을 갖고 있습니다.
일상 업무는 소넷 4.6으로 충분합니다. 뉴스레터 초안, 회의록 정리, 간단한 코드 작업처럼 매일 반복하는 일이라면 소넷 4.6으로도 큰 차이를 못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짧고 단순한 작업은 하이쿠 4.5, 그리고 무료 플랜도 있습니다. 데이터 정리나 짧은 답변처럼 양은 많지만 단순한 작업은 가장 가벼운 모델로도 충분합니다. 비용이 걱정된다면 무료 플랜의 기본 모델만으로도 일상 질문과 가벼운 초안 작업은 무리 없이 처리됩니다.
결론적으로, Fable 5가 막혔다고 작업 흐름을 전부 새로 짤 필요는 없습니다. 오퍼스 4.8을 메인으로, 소넷 4.6을 보조로 두는 조합이면 대부분의 업무는 그대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 특정 AI 도구에 의존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결국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특정 도구의 성능이나 프롬프트 마법 한 줄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언제든 외부 환경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에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어떤 도구가 사라지더라도 내 안의 콘텐츠를 꺼내어 여러 채널로 확장하고 유기적으로 굴릴 수 있는 '나만의 자동화 흐름'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어렵게만 느껴지고, 본업이나 매장 운영만으로도 바쁜데 혼자서 브랜딩부터 마케팅, 콘텐츠 생산까지 다 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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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26년 6월 27일(토) 14:00 ~ 17:00 (3시간)
- 장소: 홍대입구역 4번 출구 도보 5분 거리 (한빛빌딩 A동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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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스 안내
- 일시: 2026년 6월 27일(토) 14:00 ~ 17:00 (3시간)
- 장소: 홍대입구역 4번 출구 도보 5분 거리 (한빛빌딩 A동 2층)
💡 오늘의 레시피
도구를 고를 때 한 번씩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게 갑자기 멈춘다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오늘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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