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한없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장사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복잡하다. 장사를몇 년 해본 결과,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아지게 되면 기회가 아니라 위기에 가까운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에게 만족을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 앞에 ‘많은’ 이 붙게 되면 더 어렵게 된다.
먼저, 주문이 쌓으므로 딜레이가 어쩔 수 없이 생긴다. 바 위에 해결하지 못한 주문지가 다섯 개가 붙으면, 그때부터 살짝 땀이 나기 시작한다. 거기에 있던 손님이 나가게 되고, 정리해야 하는 테이블이 생기면 마음이 더 바빠진다. 나간 자리를 정리하는데, 빠르게 하다 보면 꼼꼼하지 못해서 실수하기도 한다. 커피 얼룩이 테이블이 남아있기도 하고, 의자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물질을 그대로 두기도 한다.
이럴 때는 화장실 컨디션도 나빠진다. 한 시간마다 한 번씩 보는 편인데,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만들고 정리하느라 화장실을 체크하는 것은 뒷전이 된다. 그곳을 치워야 하는데 싶은 순간에도 주문은 계속 들어온다. 싱크대 안에는 테이블에서급히 가지고 온 머그잔 혹은 유리컵이 가득 쌓인다. 오븐 앞에도 수거해온 트레이가 있는데 그럴 때는 꼭 사이드 메뉴를원하는 새로 손님이 들어온다.
오븐 앞에 있던 트레이를 급하게 치운다. 사이드 메뉴를 만들 공간을 확보하다가 잔을 떨어뜨린다. 뾰족한 소리가 천장으로 튀었다가 사방으로 퍼진다. 바닥에는 장애물이 생기고 기다리는 손님은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머피의 법칙처럼 전화가 울린다. 아마도 테이크아웃 손님일 것이다. 이런 순간을 요즘 표현으로 ‘어쩔 주문’이라고 했던가.
며칠 전에 딱 그런 상황이 있었다. 그날은 카페 앞 산책로에서 프리마켓이 열렸다. 주관한 곳은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인 소녀 감성 아줌마였다. 줄여서 ‘소감아’라고 부른다. 해당 카페는 회원 수가 칠만 명을 향해가는, 이 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커뮤니티다. 스케일을 알기 때문에 다른 직원을 부를까 싶었지만, 그날은 또 다른 직원들을 호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오전 시간은 평소처럼 혼자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프리마켓은 열한 시부터 시작이었지만, 아홉 시부터 셀러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먼저 카페 손님이 되어서 본격적인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만들고, 설거지하고, 테이블을 닦고, 그것을 무한 반복했다. 제빙기의 얼음은 열한시가 되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쁜 오전이었다. 그래도 실수는 두 번 밖에 안 했다. 유리잔을 두 개 깨어 먹었고, 아이스 라테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서 그것은 미안한 마음에 서비스로 드렸다.
그런 날에 중요한 것은 물을 선제적으로 마셔주는 것이다. 커피를 연속해서 만들다 보면,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을 내가마실 틈도 없기 때문이다. 미리 수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좋다. 주문서를 두 장 해결했으면 어깨를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된다. 동시에 심호흡도 해준다. 바쁘면 숨 쉴 틈도 없다고 느껴지는데, 실제로 숨을 의식적으로 쉬게 되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
또, 해야 할 행동을 입으로 말하면 실수가 줄어든다. 뜨거운 라떼 두잔 과 바닐라 라테 아이스 세잔을 만들어야 하면, “뜨거운 라떼 두잔, 바닐라 라테 아이스 세잔”이라고 혼자 말하고 그대로 행동한다. 비고츠키가 말하는 자기중심적 언어인데, 실제로 효과가 있다.
아무튼, 그날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날 오후에 글을 써야 했는데 정말이지 몇 줄 못 쓰고 책상에 앉아만 있었다. 아무래도 체력이 고갈되어 머리도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다음에 행사를 하게 되면, 미안하지만 다른 직원들에게 더 간곡히 요청해야지 싶었다. 역시나 실제로 해야 봐야지 노동 강도가 실감 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좋았다. 거리에 사람이 구름처럼 몰리고, 축제의 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것들을 누리지 못했던 시간이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긴 세월 동안 얼어붙어 우리는 몇 번이나 탈출을 꿈꿔왔던가. 요즘은 마을마다 작은 축제가 열린다. 그날은 우리 카페 거리도 그랬다. 그날은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랬고, 나무가 그늘을 선물 했었다. 사람만이 구름처럼 흘러 다녔다. 나도 카페 밖을 나가서 조금은 흐르고 싶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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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10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년 동안<경남도민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했고, 2021년에 『너를 만나서 알게 된 것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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