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어느 새벽, ChagGPT 개발사인 OpenAI 개발자의 라이브 시연을 보던 엘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ChatGPT가 이제는 펜글씨가 적힌 메모지를 찍은 사진의 내용을 읽어 정보를 분석해 내고 있었다. 기능이 확장된 ChatgGPT-4가 등장했다. 이에 한쪽에선 환호를, 다른 한쪽에선 우려를 표하며 이전 버전과 기능을 비교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 후 며칠 동안 새로운 AI 서비스들이 경쟁하듯 줄지어어 발표되고 있다. 이젠 워드 파일이 아니라 종이에 길게 적은 문서도 사진으로 찍으면 바로 AI가 번역하는 시대가 오는 것인가?
엘리는 살짝 소름이 끼쳤다. 물론 이미지 분석은은 아직 사용자들이 바로 사용할 수 없는 베타버전의 기능이고고 간단한 몇 글자에 대한 분석 이었지만 한 기자의 10년과 같은 1주일이라는 말처럼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엘리가 처음으로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접하게 된것은 작년 말이었다. 그 사이 수십권의 책이 출판되었고, 미디어, SNS 에서는 매일 따라잡기를 하는 것 처럼 놀라운 기능이 소개 되고 마치 세상이 당장이라도 바뀌고, 어떤 일자리가 없어지고 어떤 일자리가 생길것인가와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들도 이어지고 있다. 무용담과 같은 AI 경험담들과 함께 한편에서는 없는 이야기를 마치 있는 사실 처럼 천연덕 스럽게 이야기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s,환각) 일컬어지는 현상과 윤리의 문제, 기능적 한계에 대한 논의 또한 한창이다.
없어질 직업으로 다시 한번 등장한 번역가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2018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4,147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가 번역가를 미래 사라질 직업으로 뽑았다. 엘리는 그당시 그 설문결과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통번역가 시각에서 당시의 기계번역의 성능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5년이 흐름 지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아직도 전문분야의 번역은 사람이 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로 통역이 줄었고 지금도 그녀는 번역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종종 기계번역을 활용하면서.
AI 기계 번역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엘리 그녀도 AI 기계번역을 활용하기도 한다. 비록, (다행스럽게도) 완벽한 번역을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사전을 하나하나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조수'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통번역사 커뮤니티에서도 클라이언트나 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양의 작업을 단 기간 안에 처리하도록 요청 받았을 때 융통성 있게 AI번역기를 사용하여 번역 시간을 줄여 급하게 번역물물이 필요한 상황을 해결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담론도 있었다. 그녀 또한 이에에 동의한다. 메뉴얼과 같은 설명위주의 문서는 AI 기계 번역을 활용하여 신속하게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번역가가의 능력이라도 생각한다.
ChatGPT는 달랐다
인터넷의 등장만큼 혁신적이라며 전 세계가 떠들석한 지금 번역가는 다시한번 없어질 직업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래 넌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그녀는 ChatGPT에 번역을 요청해보기로 했다. 대화 하듯이 언어로 부탁을 하는 방식은 복사해서 붙여 넣기만 하면 되는 기존의 기계번역을 사용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왠지 인사도 해야할 거같아서 그녀는 종종 "Hi!" 로 대화를 시작하기도 한다
엘리는 우선 ChatGPT에 관한 블름버그 기사의 헤드라인과 소제목을 구글 번역기와 ChatGPT를 통해 번역해서 결과를 비교해보았다.
찬찬히 둘의 결과물을 살펴본 그녀는 어느 것이 탁월하게 뛰어나다 할 수 없었다. 둘다 “ChatGPT 사용에 대한 정책 초안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라는 어색한 문장을 생성했다. 심지어 ChatGPT 3.5 의 결과물은 구글보다 더 어색했다. 두번 째 줄에 없어되 되는 접속사 ‘그러나’가 첨언되었을 뿐 아니라, '기업들의 반응은 ‘혼합되어 있습니다’로 원문을 직역했다. 번역에서 가장 피해해야할 하는 동어반복도 보인다. 윗문장에 사용된 ‘기업’이란 단어도 또 다시 사용되었다. 기존의 기계 번역보다 나을 것이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휴......’
엘리는 직업이 당장 위태로운것이 아닐까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겠다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녀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던 성능이 향상된 ChatGPT4가 그녀의 이런 안심을 흔들었다. '음, 그럼 이번에 나온 ChatGPT-4는 어떨까?'
“어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3.5 버전의 결과물과 달랐다. 번역이 발전했다. ‘정책초안을 작성하고 있습니다’라는 어색한 표현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로 기업을 주어로 사용했을 때 더 자연스러운 동사로 생성했다. 두 번 째 문장의 ‘그러나’도 없고 ‘기업들의 반응은 혼합되어 있습니다’라는 직역이 ‘지금까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로 직역이 아닌 자연스러온 대체어를 찾았고 반복어(기업)도 없다. 문론 이 번역 또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 도구' 라고 여전히 직역을 해서 어색한 표현을 담고 있고 동사 표현또한 부자연스럽다. 번역가 입장에선 고쳐야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적어도 예시로 삼았던 Bloomberg의 기사 헤드라인과 소제목 번역의 1등을 찾으라고 하면 ChatGPT4 라고 할 수 있다. 결과물의 탁월함보다, 그 기능이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목적, 맥락, 상황이 중요한 번역
ChatGPT-4의 결과물은 영문기사의 대략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수준이라면 무리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엘리에게 블름버그 기사를 한글로 번역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고 한다면 저런 결과물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번역의 시작은 번역글의 목적, 타겟독자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목적에 따라 형식이 결정된다. 그리고 타겟 독자에 따라 어투와 경어,평어를 사용할지를 결정해야한다.예를 들어 어린 학생들을 위한 번역이라면 그 수준에 맞게 어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영 번역인 경우 타겟 독자가 미국인이야 영국인이냐에 따라 영국과 미국에서 같은 단어이지만 스펠링이 다른 단어까지 고려해서 번역한다.
엘리라면 금융전문지의 헤드라인과 소제목인만큼, 아티클 형식에 맞춰 다음과 같이 할 것이다.
“후훗, 넌 이런건 못하잖아“ 엘리는 혼잣말을 잔뜬 쫄았던 마음을 위안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ChatGPT-4에 맥락설정과 역할 부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맥락이 중요한 번역에서 상황설정이 가능한 ChatGPT
다시 ChatGPT-4에게 요청했다. ChatGPT대화창에 결과물을 생성하기 위해 입력하는 문장을 프롬프트(Prompt)라고 한다. 그녀가 작성한 프롬프트(Prompt)이다. 출처가 블름버그 기사임을 알려주고 뉴스에이전시의 한국인 편집자처럼 하라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헤드라인은 굴은글씨로 표시하라고까지.
그러자 이번에는 이런 결과가 나왔다. IT 회사의 인터넷 매거진 형식대로 하라는 요청따라 헤드라인과 소제목을 만들었다며.
“헐......!!!”
그녀는 무척이나 놀랐다. 어색한 감이 있지만 문장의 완성형이 아닌, 정말 언론매체의 헤드라인과 소제목을 생성했다. 굵은 글씨로 만들라는 요청까지 성실하게 수행해 낸 것이다. 순간 떠오르는대로 작성해서 요청했는데 나온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순간 멍해졌다. 한 문장을 제목 형태로 줄이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짧은 시간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간결하게 만드는 작업은 원래 그대로의 문장을 전부 번역하는 것 보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니 이거 AI가 목적에 맞는 형태로 까지 번역을 해낸다면, 메뉴얼에 이어 또 다른 영역도 AI에게 내주어야 하는건가?’
ChatGPT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잠시 절망적으로 보던 그녀는 놓쳤던 한 가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저 포맷은 기존 AI 기계번역 처럼 한번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번역 결과물이 나온후 그녀가 구체적으로 상황과 역할을 요청을 해서 입력을 하는 중요한 과정이 있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에서 결과물을 생성하기 위해 대화창에 입력하는 내용을 프롬프트(Prompt)라고 한다. 그리고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한 프롬프트의 조합을 찾는 작업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거창한 용어처럼 들리지만 번역결과물이 생성된 후 엘리가 목적을 생각해서 구체적인 역할과 형태를 제시한 것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인 것이다.
그렇다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번역을 할때 훨씬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된다. 기존의 AI 기계 번역을 사전을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만큼 사용했다면, 이젠 목적에 맞게 포맷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ChatGPT는 번역가를 사라지게 할 것인가?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왔다. 누가 그녀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면 한참 뒤의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여전히 “아니요!” 대답할 것이다. 복잡한 맥락이나 상황이 얽힌 원문을 입력했을 때의 결과물은 여전히 탁월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원래의 의미대로 번역되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엘리가 ChatGPT에 블록체인 매체의 글을 번역해달라고 요청 했을 때의 결과는 엉망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블록체인의 레이어, 스마트 컨트랙, 전자지갑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모르니 정보전달이 전혀 안 될 뿐 아니라 문장조차 뒤틀린 결과물이 생성되었다. 잘못된 번역을 판단하는 일은 번역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인 것이다. AI만 믿고 번역을 했다가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가 사실로 둔갑될 수 있다.
그리고 놓치지 않아야할 포인트가 있다. 정말 중요하고, 보안이 필요한 내용은 DATA 유출에 대한 염려로 ChatGPT와 같은 AI로 번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ChatGPT에 입력되는 내용은 더 나은 결과값 생성을 위해 서버에 저장되고 활용된다. 그래서 여전히 기업차원에서 ChatGPT 접근을 못하게 막아놓아 이에 대한 논의도 많이 진행중이다. 물론 이 문제도 해결방법을 모색중에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설령 보안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맥락하나, 쉼표 하나에 따라 큰 자금이나, 결정이 좌지 우지 되는 문서를 인공지능에게만 온전히, 전부 맡길 수 있을까? 직업의 위태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통번역을 해왔던 엘리는 그 리스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녀가 CEO가 되어 중요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한 문서가 있다면 절대로 AI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다.
AI를 잘 활용하는 번역가
엘리는 결론을 내렸다. AI가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오늘 경험한 것처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을 잘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생산성있고 효율적으로 작업업 할 수 있겠다고. 인턴 역할을 하는 직원을 두고 일하는 셈이겠구나. 인턴이 해온 결과물을 그녀만이 판단하고 알 수 있는 영역을 바탕으로 속도감있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두려움은 사라지고 앞으로의 작업들이 흥미로워 지기까지 했다. 특히나 한영 번역의 경우, 방대한 영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번역 결과물의 목적에 맞게, 영어권 타겟리더에게 많이 사용되는 형태로 번역물을 다듬을 수도 있을 것이다. AI를 잘 활용할 줄 안다면 지금보다 더욱 빠르고, 탁월하게 일하는 능력있는 번역가로 존재할 것이다.
문뜩 그녀는 해외 SNS에서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AI Will Not Replace You People Using AI Will"
에필로그(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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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통역사로 먹고살기’를 썼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세상과 세상, 언어와 언어사이의 소통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그 가운데에서 새로운 탐험과 경험을 즐기고, 그 재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소망해요. 모두가 재미있게 영어를 재매있게 학습하게게 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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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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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jh3690
gpt4 의 번역 성능의 대한 전문가에 의견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잘 정리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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