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을 도용당하다_알쓸생법_로에나

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내 극본이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드라마로 나왔다면

2021.04.23 | 조회 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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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내가 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드라마 대본과 너무나도 유사한 작품이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면 정말 당황스럽고 화가 날 것이다.

이 경우 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그 드라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고(제2조 제1호),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제2조 제2호).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기 때문에(제10조 제2항), 저작자가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창작과 동시에 저작물의 저작권자가 된다.

따라서 공모전에 출품한 극본을 직접 집필한 작가는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창작과 동시에 저작자가 된다.

저작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2.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제10조(저작권) ②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저작물은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연극저작물,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영상저작물 등 다양한 종류로 분류될 수 있는데, 그 중 “극본”은 어문저작물에 해당한다.

극본을 탈취당한 작가가 드라마 제작사를 상대로 어문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저작권 침해 요건을 알아보자.

 


 

저작권 침해 요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 
2. 침해저작물과 피침해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

저작권 침해 요건
어문저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기 위하여는 우선 그것이 ‘창작성 있는 표현’에 해당하여야 하고, 또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주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 ② 객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저작물과 피침해저작물과의 실질성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06. 11. 14.자 2006라503 결정).


여기서 요건 ①은 침해자가 저작물을 보고 베끼거나 저작물에 기반하여 피침해저작물을 만드는 것, 즉 모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요건 실질적 유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아이디어/표현 이분법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래 표를 살펴보자.

 

* 아이디어/표현 이분법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이를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남녀주인공이 있었는데 여자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되는 비극적적인 결말의 드라마 각본을 내가 생각했다고 하자. 이 경우 나는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줄거리를 지닌 드라마를 제작한 모든 제작사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위 줄거리는 아이디어에 불과할 뿐 창작적인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내 안에 너 있다"와 같은 독특한 대사를 각본에 표현하였는데 다른 드라마에서 이를 그대로 도용하였다면 이는 저작권침해가 될 수 있다. 창작적인 표현형식인 '대사'를 모방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며,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결국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의 내용이 내가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의 아이디어만을 모방하여 새롭게 각색된 것이라면 나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에 의해 아이디어는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문저작물 중 소설, 극본, 시나리오 등과 같은 저작물은 등장인물과 작품의 전개과정(이른바 sequence)의 결합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고 작품의 전개과정은 아이디어(idea), 주제(theme), 구성(plot), 사건(incident), 대화와 어투(dialogue and language)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각 구성요소 중 각 저작물에 특이한 사건이나 대화 또는 어투는 그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서울고등법원 1995. 10. 19. 선고 95나18736 판결).

따라서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 나오는 특이한 사건이나 대화 또는 어투 등이 내가 집필한 극본과 유사하다면 나는 드라마 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판례를 아래에 소개한다.

원고의 이 사건 소설과 위 피고의 "연인"이라는 연속극의 대본을 비교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소설과 위 피고의 대본 사이에는 소설과 대본이라는 표현형식, 그 주제 및 구성에 있어서는 전체적인 개념과 느낌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이 인정되나 그 구성요소 중 일부 사건 및 대화와 어투에 있어서 공정한 인용 내지 양적 소량의 범위를 넘어서서 원고의 이 사건 소설과 동일성이 인정되고,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이상, 위 피고의 "연인"이라는 연속극의 대본의 일부는 원고의 이 사건 소설의 존재를 알고 이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비록 원고의 이 사건 소설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그 본질적인 부분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고 이른바 통상적인 아이디어(idea)의 영역을 넘어서 위 소설의 경험적, 구체적 표현을 무단이용하였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서울고등법원 1995. 10. 19. 선고 95나18736 판결).

 

참고로 특이한 사건이나 대화 또는 어투 등이 유사하지 않아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도 아이디어를 도용당한 경우에는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검토 내용은 작가의 검토 의견이며, 실제 소송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다를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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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생법’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유튜브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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