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ds and Wants_일상의 마음챙김_진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2022.09.17 | 조회 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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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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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는 조금 특별하다. 입사이후 처음 경험하는 대면행사를 진행해야 하고, 이번주에 시작한 화상 회의의 2주차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10월 말에 있을 두번째 대면행사를 위한 준비도 해야한다. 이제야 일이 손에 익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니 마치 얼음이 가득 든 양동이를 뒤집어 쓴 기분이 든다. 오늘따라 화상 회의 툴에서는 에러가 자꾸만 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 오후에 하려고 했던 급한 일들을 계속 미뤄야만 했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진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며칠 전엔 도로 연석에 타이어를 긁고야 말았다.동전크기만큼 떨어져나간 타이어 조각을 주우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늘 아침엔 출근길에 가져갈 커피를 내린다고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캡슐을 넣지 않은 채로 버튼을 눌렀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내 마음에 안차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날, 그런 날은 마음이 앞서는 날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속담을 국어책에서 배울 때는 와닿지 않았지만 앞선 마음으로 동동거리다가 저질러놓은 실수를 수습하고 있노라면, 그 말을 한 사람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잔뜩 쌓여 나만 쳐다보고 있는 느낌,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하나를 집어들었는데, 이내 놓치고 마는그런 순간들을 피해가자, 그러려면 급한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다른 경로를 찾아봐야한다, 아마도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마음이 바빠서 동동거리게 되는 이런 날에 내가 기억하려 애쓰는 것이 있다. Needs 와 Wants의 구분이다. 아이가 유치원 때 받아온 활동지에서 처음 이 리스트를 봤던 것 같다. Needs엔 물, 밥, 이불 등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필수품들의 그림이 붙어있었고, Wants엔 TV, 게임기, 사탕 같은 것이 보였다.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들, 그리고 필요를 넘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의 목록, 이런 것들을 잘 구분하며 사는 것, 말로는 쉽지만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지켜나가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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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약 몇 주간, 나는 내 앞에 놓인 “할 일 리스트”들 중  꼭 해내야만 하는 것들을 잘 골라서  Needs 리스트에 배치해야 한다. 첫번째로 고려할 것은 일이 완료되어야 할 시간이다. 오늘치의 Needs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는 일들은, 내일, 모레의 Needs 리스트에 채운다. 두번째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아침부터 바쁜 날엔 아이를 깨워서 욕실에 들여보내는 일은 남편이, 방과후 태권도장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일은 내가 한다. 

이런 저런 사항을 고려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각각의 일을 완수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체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다. 욕심껏 벌려놓은 일을 전부 해내고야 말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다짐해봐도 어떤 일을 해내는데는 일정 시간과, 집중력, 그리고 숙달된 스킬이 필요하다. 눈앞에 쌓인 일들을 모두 Needs 리스트에 넣고, 척척 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겠지만, 하루는 24시간이고, 우리 모두는 뇌를 하나만 가지고 있다. 한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구분과 적절한 배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원래 에어쇼에 가볼까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탁트인 활주로를 보며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자주 올려다보지는 않는 하늘을 바라볼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주말에 에어쇼에 다녀오는건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가깝다. 하고 싶은 일을 마냥 미뤄야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해야 하는 일"을 실수 없이, 잘 처리하고 나서 하고싶은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 꼭 해야 할 일은 다음주의 나를 위해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잘 충전하는 일이다. 

대신, 가을이 가기 전에 가족 소풍을 한 번은 다녀와야 겠다 다짐하며 내일 아침엔 아이와 함께 와플을 만들어볼까 한다. 계량컵에 우유를 따르고, 계란을 깨서 볼에 넣는걸 “내가 내가 한다구!”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옆에서 거품기를 살살 돌리라고 잔소리를 할 게 분명하다. 와플이 만들어지면, 아껴둔 커피 캡슐을 꺼내 우아한 브런치 타임을 가져봐야겠다. 다른 일들은 다음주의 나에게 미뤄도 주말 아침, 아이와의 시간은 미루거나 생략하고 싶지 않다. 


* 매달 17일 ‘일상의 마음챙김’ 진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스와 시사 인터뷰를 맛깔나게 진행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미국 수도에 있는 한 국제기구에서 참여자들의 의미있는 경험을 비추기 위해 행사 진행을 돕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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