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실 안에 코끼리가 있는가?_교실 안의 코끼리_고운

2022.09.16 | 조회 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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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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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에 코끼리가 있다. 넓적한 귀를 마구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쿵쿵거리기도 하고 눈을 껌뻑거린다. 단단한 회색빛 다리 주름 위로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돌아다닌다. 신경질적으로 휘두르는 꼬리가 교사의 책상 위 먼지를 쓸고 간다. 교실 안에 꽉 차 있는 코끼리도 교실이 영 불편하다. 모른 척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코끼리를 교실에서 빼내자니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 그냥 가만히 두고 없는 것처럼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태연하게 생활하는 수 밖에 없다.

  시사 용어 중에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서도 이야기하지 않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방 안에 고양이, 강아지도 아니고 큰 동물인 코끼리가 있다면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끔 사회 전반적으로 다 알지만,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곤란해질 수도 있는데 심지어 해결할 수도 없으니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것들이 있다.

  과학자 대다수가 기후 위기가 임박했다 주장하지만 당장 돌아가는 공장을 멈출 수 없으니 보통의 소비생활을 유지하는 대중이 그렇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이 통계 작성이례 역대 최저치이지만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으니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하듯 관망하는 태도가 그렇다. 모두가 다채로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런 일들이 왕왕 있다. 교실에서도 그런 코끼리가 있다.

  가령, 반에 서로 성향이 맞는 학생들끼리 무리가 형성되는데, 학생들끼리는 저들마다 집단의 친구들과의 소속감을 증명하고 표출하고 싶어한다. 어떠한 집단에도 속하지 않는 소외되는 학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의도적으로 따돌림을 하는 것은 아니라서 교육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그렇게 겉도는 학생이 있으면 아무래도 교사의 입장에서는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생일이 가까워오면 아기자기하게 꾸민 생일 파티 초대장을 소수의 친구에게만 전달한다. 받고 싶었지만 받지 못한 학생은 신경을 쓰지 않는 척하지만, 얼굴이 굳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생일 초대가 생각보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 반 모두에게 초대장을 돌리라고 하기에는 생일을 주최하는 학생의 부담이 크고 생일 파티를 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의 추억을 방해할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도 소외된 친구를 다양한 무리에 끼워 주라는 부탁은 어린 학생들에게 부담이다. 다 큰 어른들도 서로 잘 맞지 않으면 동료로는 지내도 친구로는 지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집단 내 소외감 형성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일 뿐 아니라 종 보편성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교실 안에는 이러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의 소외감을 비롯해 서열, 집안 환경, 심하게는 학대, 폭력 등 사회가 담고 있는 문제점의 축소판 격의 코끼리가 존재한다. 교육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무심코 지나치고 있던 코끼리를 마주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사가 코끼리를 선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모른 척 덮어 두고 있으면 언젠가 곪아 터지는 것들을 보아왔다. 코끼리를 교실 밖으로 몰아내든, 코끼리 미끄럼틀을 만들어 버리든, 냉장고 안에 집어넣든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글로 적으려 한다. 그렇게 교실 안에 코끼리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 글쓴이 - 고운

아이들은 이 조그만 교실 사회에서도 여러 번 넘어지고 일어서며 성장한다. 그런데 유독 자꾸만 같은 곳에서 넘어져 상처가 되는데, 그곳에 엄청 커다란 코끼리가 멀뚱히 서 있다. 교실 속 코끼리를 아이들과 함께 바라보고 이해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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