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이 중요한 한국어와 주체가 중요한 영어_통역 그리고 영어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_엘리

"우리 집"&"My House"

2022.07.03 | 조회 1.2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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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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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라는 관계

 

엘리는 우리라는 말을 들을 때면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 진다.  엘리, 점심은 먹었어?” 우리 엘리, 점심은 먹었어?” 같은 질문이지만 우리라는 단어 하나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게 두 문장 사이의 간극을 벌여 놓는다. ‘우리라는 단어는는 소속감, 친밀감과 같은 관계를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우리에게 있어 우리의 의미는 상대방과 나를 포함하는 대명사가 아닌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관계의 대상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붙어 누군가를 부른다는 것은 그녀의 관계안에 함께 해도 좋다는 친해졌다는 그런 의미이다.

 

우리 집으로 가자~!’

 

2PM 준호의 우리집이라는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이 곡의 공식 영어 제목은 My house이다. 한국어 그대로 번역하자면 Our house 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그가 말하는 우리 집은 그의 집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좋아하는 엘리는 어학원에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우리집, 우리엄마, 우리아빠라는 표현을 Our home, our mom, our daddy라고 쓰는 실수를 하곤 했다. 그리고 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기초 수준의 성인들도 종종 하는 실수 중 하나이다.

 

 

그녀는 문득 이러한 흥미로운 정서에 관해 읽었던 글과 생각이 이어졌다. 심리학과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은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의 정서적 차이와 이로 인한 언어적 차이를 서술했다. 동양인은 관계를 중시하여 집단 내 조화로움이 미덕이고, 서양인은 본질을 중시하여 본인만의 특색을 드러내는 것이 미덕이다. 그래서 동양은 행동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 동사가 중요하고, 서양은 사물의 본질을 나타내는 명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랑해… 사랑해요…”

 

너무 익숙한 문장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랑하는 그들. 혹은 사랑의 고백이 있는 그 순간.  '사랑해'  동사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단어 하나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영어에서라면 사정이 다르다. 사랑해 Love라는 만으로는 그 어떤 표현도 할 수 없다.

 

“I love you.”

 

라고 해야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

누가(주어) 어떤 대상(목적어)을 사랑(동사)하는지가 반드시 담겨 있어야 한다. 한편 이 문장을 그대로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면 오히려 어색한 문장에 되어 버린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이 만큼 오글거리고 어색한 대화가 있을까 생각하니 어색한 웃음을 담은 입꼬리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

 

 

“ I (나)" 가 중요한 영어

 

엘리는 그토록 주체,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나 ‘나’ 가 중요한 그들이라 ‘ I ‘는 언제나 대문자일까 종종 궁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내리질 못했지만 자신이 중요한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면 사소한 일상의 영어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비행기에서 입국신고서 등을 작성할 때 가끔 받는 질문이 있다.

 

“First Name, Last Name 이 무엇인가요?”

 

한국어는 박OO 처럼 성을 먼저 쓰고 뒤에 자신 고유의 이름이 따라오는 성명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 권에서 First Name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나의 고유한 이름이다. 내 고유의 정체성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성인 Last Name을 기입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First NameGiven Name, Last Name Family Name 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정서는 주소를 쓰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그녀의 주소를 기입하자면,

 

‘대한민국 서울시 OO 구, OO도로명 OO번지, OO 아파트 OO동 OO호’

 

하지만 영문주소 형식은 반대이다. 대상이 속해 있는 가장 작은 구역부터 큰 구역으로 향해가는 것이다. 아파트 동호수에서 시작해서 국가로 작성해야 한다. 해외 주소일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번지수 부터 국가 이름까지이다. 이 또한 편지를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주체가 중요해서 이지 않을까?

‘OO-OO S Apt, 11, OO 1-ro, OOgu, Seoul, Republic of Korea.

 

엘리는 통번역일을 하면서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이러한 차이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그에 흥미를 느껴 꼬리에 꼬리 물 듯 생각아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언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도 하고, 인류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기도 한다. 이게 또 하나의 재미랄까. 그렇다.

 

글쓴이 : ‘통역사로 먹고살기’를 썼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세상과 세상, 언어와 언어사이의 소통을 도우며 살아가며, 세상과 사람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도 소망해봅니다. 아이들과 학생들이 재미있게 영어를 익히도록 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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