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부러움을 느낄 때 ‘부럽다’ 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상대방에 대해, 혹은 어떤 상황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는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나면 그 감정이 슬그머니 휘발되는 느낌이 든다. ‘아, 나는 지금 이게 부럽구나, 이렇게 되고 싶었구나’라고 인식하고 나면 재미있게도 ‘그렇구나....!’가 따라온다. 싱거우면서도 평화로운 마침표가 아닐 수 없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판단 받지 않고 수용되는 감정들은 더이상 성내지 않고 스르륵 녹아버리는 것 같다. 얼마 가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부럽다’고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우스개 표현처럼 다른 이의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자신을 마주하자면 왠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정말 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인정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부럽다는 감정을 숨긴 채 입을 꼭 닫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려니 그 감정이 이상하게 변이를 거치기 시작했다. 부러움을 넘어 시기하는 마음도 들었다가 괜히 미운 마음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못나게 변형된 마음인 줄도 모르고 한동안 그 마음을 모시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부러운 마음을 억누르다 보니 다른 감정도 올바로 작동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감정이란 신기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가 억압되거나 딱딱하게 마비되면 연결된 다른 감정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걸 배웠다. 1차 감정들을 순수하게 꺼내지 못하니 그 위에 여러 핑계를 댄 2차 감정들이 몰려드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고야, 이게 뭐냐. 내 맘이 내 마음이 아니구나!
좋은 건 좋다고, 싫은 건 싫다고, 화난 건 화났다고 말하는 것처럼 부러운 것은 부럽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거짓말에 휘둘려 가슴속에 감정을 숨겨둘 땐 곰팡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어지럽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어 햇빛 아래 놓아두니 쨍하고 조그만 가루로 말라버린다. 한 줌도 안 되는 이 작은 감정이 뭐라고 그걸 어둠 속에서 배양하고 있었나 말이다.
살다 보면 부러운 사람도 많고, 부러운 장면도 많다. 사람은 제각각 다르니 누군가는 나의 어떤 모습을 바라보며 그런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내게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누군가의 멋진 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다. 적당한 자극과 열등감은 때론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 감정을 나의 연료로 사용할 것인가, 나의 마음을 더럽히는 곰팡이처럼 놔둘 것인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부러운 건 부럽다고 말할 참이다. 내 인생에 들어온 수많은 존재와 그들이 건네는 오색의 빛깔 앞에서 넋을 잃고 침을 흘리며 ‘부럽다’고 고백해 볼 참이다. 부러워서 정말 닮고 싶다고, 당신의 영혼이 그토록 빛나는 이유를 겸손히 듣고 싶다고 고백할 참이다.
* 매달 13일, 23일 ‘마음 가드닝’
글쓴이 - 이설아
<가족의 탄생>,<가족의 온도>를 썼고 얼마 전 <모두의 입양>을 출간했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입양가족의 성장과 치유를 돕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로 있으며, 가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손에 잡히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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