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자 갑은 플랫폼 이용자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느끼고 행동할 수 있도록 현실세계를 그대로 모방한 가상세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갑은 세모문 뉴스레터를 구독하면서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전시되어 있는 건축물의 경우 저작권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우선 개방된 장소에 있는 건축물을 모방하여 메타버스 세계에 구현하고자 한다.
그런데 정말로 개방된 장소에 있는 건축물을 메타버스 세계에 구현할 경우 아무런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보호하고 있고(저작권법 제2조 제1호),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의 예시로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
즉, 건축물이나 건축설계도도 창작성이 인정될 경우 건축저작물로 보호받게 된다.
또한, 저작권은 크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뉘는데, 그 중 저작재산권의 종류에는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방송권, 전송권, 디지털음성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이 있다.
이 중 건축물을 메타버스에 구현할 경우 "복제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이 문제될 수 있다.
한편,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은 미술·건축·사진 저작물이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으나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등에는 그 이용이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과 같이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복제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례에서 갑은 개방된 장소에 전시되어 있는 건축물을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 자유롭게 복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 먼저 저작권법상 '복제'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저작권법은 “복제”는 “인쇄ㆍ사진촬영ㆍ복사ㆍ녹음ㆍ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2호).
즉, 건축물을 사진촬영하여 이를 책, 게시판, 엽서 등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건축물을 모방하여 이를 시공하는 행위 등이 “복제”에 해당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건축물을 모방하여 메타버스에 구현하는 행위를 “복제”라고 볼 수 있을까? 즉, 현실세계의 건축물을 모방하여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해 메타버스 영상 또는 이미지로 구현하는 행위를 사진촬영·복사·그 밖의 방법으로 유형물에 고정하는 “복제”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이 <현실세계의 골프코스를 이용하여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용 3D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한 행위>에 관해 판단한 다음 판례를 살펴보자.
즉, 법원은 현실세계의 골프코스를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하여 3D 골프코스 영상으로 창작해 스크린골프라는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행위가 “복제”가 아닌 “2차적저작물의 작성”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은 “복제”에만 적용되는 조항이고, “2차적저작물작성”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골프코스를 스크린골프라는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행위에는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건축물을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행위도 "복제"가 아닌 "2차적저작물작성행위"로 판단될 것으로 생각된다.
즉, 공중에 개방된 장소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건축저작물이더라도 이를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것이 "복제"가 아닌 "2차적저작물작성"행위로 판단된다면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이를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경우, 그러한 행위가 저작물의 공정이용(제35조의5) 등 별도의 저작권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저작권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행위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당 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실제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알쓸법놀(알면 쓸모있는 법률놀이터)’ 글쓴이 - 로에나
대기업 IP팀에서 사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가끔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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