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과 상해 사이_알쓸생법_로에나

폭행죄와 상해죄는 어떻게 다른가요?

2021.05.14 | 조회 3.3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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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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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죄와 상해죄가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신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 행사"는 폭행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폭행을 가하여 피해자가 다쳤다면 형량이 훨씬 더 무거운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번에 아래 사례를 소개하며 멱살을 잡은 A도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A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던 중 갑자기 술에 취한 낯선 사람 B가 욕을 하며 시비를 걸어왔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B의 욕설이 점점 더 심해졌고 A에게 다가와서 위협적인 행동까지 했다. 결국 참다 못한 A는 B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B는 A의 뺨을 수차례 가격하며 심각한 폭행을 가했다. B의 심각한 폭행으로 A는 온몸에 심각한 타박상과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B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B는 상해죄로 처벌받게 된다.

아래에서 A에게 적용되는 폭행죄와 B에게 적용되는 상해죄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형법 산책

폭행죄

© RyanMcGuire, 출처 Pixabay
© RyanMcGuire, 출처 Pixabay

 

먼저 폭행죄에 대해 살펴보자.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형법 제260조 제1항은 폭행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 판례는 "신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 행사"를 폭행죄의 폭행으로 보고 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폭행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라 함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위법한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것인바, … (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86,83감도535 판결)

 

따라서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일체의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 폭행죄로 처벌받게 되고,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형법 제260조 제3항에 의하면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낼 경우 기소를 피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A가 멱살을 잡은 행위도 '신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 행사'로서 폭행죄에 해당하지만, A가 B와 합의하여 처벌불원의사를 받아낸다면 처벌되지 않는다. 

 

상해죄

다음으로 상해죄를 살펴보자.

제257조(상해, 존속상해) ①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형법 제257조 제1항은 상해죄를 규정하고 있다.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경우에는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면 폭행죄로 처벌되지만, 유형력의 행사 결과 사람이 다쳤다면 상해죄로 처벌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람이 다쳤다'는 것, 즉 '상해'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법원은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아래 판례를 보자.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였는지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039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듯이, ①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이고, ②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③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폭행으로 인해 상해를 입은 자는 자신이 상해를 입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다친 신체 부위의 사진을 찍어두거나 곧바로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상해진단서"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상해죄로 처벌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폭행죄보다 형량이 훨씬 더 무겁다. 또한, 상해죄는 폭행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검찰이 인지하여 기소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B의 폭행으로 인해 A는 온몸에 심각한 타박상과 자연치유되지 않는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으므로 B에게는 상해죄가 적용되고 A와 합의하더라도 양형참작사유로만 고려될 뿐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참고로, 대법원은 피해자가 장시간 기절한 경우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1주간 치료를 요하는 동전 크기의 멍이 든 경우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 장시간 기절을 상해로 인정한 사례 오랜 시간 동안의 협박과 폭행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여 범인들이 불러온 구급차 안에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면, 외부적으로 어떤 상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생리적 기능에 훼손을 입어 신체에 대한 상해가 있었다고 본 사례(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도2529 판결). *1주간 치료를 요하는 동전 크기의 멍을 상해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 피고인이 피해자와 연행문제로 시비하는 과정에서 치료도 필요 없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으나, 그 정도의 상처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극히 경미한 상처이므로 굳이 따로 치료할 필요도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인체의 완전성을 해하거나 건강상태를 불량하게 변경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해자가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팔 부분의 동전크기의 멍이 든 것이 상해죄에서 말하는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도2673 판결).

 

 


 

정리하자면, A가 B의 멱살을 잡은 행위는 폭행죄에 해당하며 그 정도가 경미하여 벌금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  B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있으면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A가 벌금형도 피하고 싶다면 자신이 다친 부위의 사진을 찍어두고 가급적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상해진단서를 받은 후 B와 합의하여 처벌불원의사를 받는 것이 좋다. 

B의 행위는 상해죄에 해당하며 A가 심각한 상해를 받은 것이 입증된다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 A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A와 합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훨씬 무거운 형량이 내려질 것이므로 A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유리하다.

 

※ 본 검토 내용은 당 작가의 검토 의견이며, 실제 소송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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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생법’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유튜브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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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 20여 권의 저서를 쓴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변호사인 정지우가 LG 계열사 IP팀 사내변호사 정유경과 함께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저작권 책을 썼다. 작가이자 문화평론가로서 콘텐츠 창작자들의 생태계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저자가 현직 변호사의 관점에서 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뢰할 만하다. 1부 〈저작권의 원리〉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최대한 지양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생생한 비유와 예시로 저작권의 기본 개념을 재미있게 습득하도록 했다. 2부 〈저작권의 해결〉에서는 콘텐츠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저작권 문제를 총망라해 1부에서 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콘텐츠의 시대, 저작권에 대한 지식은 필수다. 이 한 권의 책이 콘텐츠 창작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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