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개업한 A는 식당 홍보를 위해 외주업체에 전단지 제작을 맡겼다. 외주업체로부터 마음에 쏙 드는 전단지를 받아 전단지를 배포하며 식당을 홍보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폰트 저작권자라고 주장하는 B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하였으니 합의금을 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게 되었다.
전단지에서 B의 글자체를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A는 저작권을 침해한 걸까? 그리고 B의 요구대로 합의금을 줘야할까?
저작권법 산책
폰트 저작권이라니? 글자체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말인가?
위 사안의 결론을 알기 위해서 가장 먼저 폰트, 즉 글자체에도 저작권이 인정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판례를 읽어보자.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폰트 도안'과 '폰트 파일'의 저작물성을 다르게 인정하고 있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체(폰트)는 컴퓨터에 저장되는 폰트 파일, 즉 서체 프로그램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는데, 우리나라 대법원은 폰트 파일 자체의 저작물성은 인정하면서, 이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표현된 결과물, 즉 서체 도안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 저작권자의 폰트파일 자체를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전송,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로 보지만, 사례에서와 같이 그 폰트파일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글자가 인쇄된 인쇄물을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폰트파일은 저작권법상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 A가 전단지를 배포한 행위는, 폰트 저작권자인 B의 '폰트파일'을 직접 사용한 행위가 아니고, 폰트파일을 이용한 결과물인 '폰트 도안'이 인쇄된 전단지를 배포한 행위이므로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참고로 위 사안에서 B의 '폰트파일'을 사용하여 전단지를 제작한 외주업체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해당하는 B의 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외주업체가 B의 허락없이 서체파일을 복제하여 사용하였다면 복제권의 침해가 되고, B의 허락 없이 서체파일을 변경하여 이용하였을 경우 2차적저작물작성권과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결국 A는 B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으므로, B의 합의금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A는 B에게 자신에게 저작권 위반의 책임이 성립하지 않음을 반박하는 내용의 '내용증명 회신'을 하면 족할 것이다.
※ 본 검토 내용은 당 작가의 검토 의견이며, 실제 소송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알쓸생법’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유튜브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펄케이
폰트 사용에 대한 부분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 선까지는 허용되는 건지, 어디부터는 허용할 수 없는건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나 안내가 되어있지 않은 점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상 포스터를 많이 만드는 입장에서 저작권에 위배되는 범위를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 비영리 목적인 경우에도 저작권법에 위배가 되는건가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