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새로운 직원의 첫 교육은 내가 도맡아서 했다. 그 시절에는 주 6일을 근무하기도 했고, 카페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다 둘째 딸이 태어나서부터, 일찍 퇴근하고 근무 날을 조금 줄였다. 동시에 새로운 직원 교육에는 손을 뗐다. 주로 메인 바리스타와 소통하고 그들의 자율성과 권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카페를 운영했다. 그래서 새로 온 사람에게 뭔가를 전달하는 감각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다만, 그것이 꽤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라는 것은 기억에 남아있다.
새로운 사람에게 우리를 카페의 문화를 이해시키는 것은 언제나 어려웠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함께 한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일한다는 것은 색이 섞이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사람의 색, 그리고 우리가 지금껏 유지해온 카페의색이 조금씩 더해지는 과정이었다. 갑자기 그 색의 채도나 명암이 급하게 바뀌는 것은 원래 함께 카페를 꾸려왔던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었고, 손님에게도 예의가 아니었다.
동시에 각자가 살아온 방식이 있어서 어떤 태도의 급격한 전환을 요구하는 것도 다소 무례한 요구였다. 그래서 나는 구인광고부터 조금은 특이한 워딩을 썼었다. 구인 광고에 진지한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문구를 거의 매번 적었다. 그 정도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면 우리 카페의 색감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사람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했었고,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삶에서 나아질 구석을 찾는 사람이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뜬구름 같은 구인 광고를 올려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부디 비슷한 사람이 오길 바랐다. 연락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호기심 때문인지 고등학생에게 오는 문자가 많았다. 고등학생인데 일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줄 수있는 시급이 그쪽이 가지고 있는 시간 가치보다 낮으니 안된다고 답장을 보냈다. 대개 새로 오는 사람은 진지한 표정을가진 휴학생인데, 한가한 시간에는 조금씩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복학을 위해서 돈을 마련하고 싶은 경우였다. 동시에 그런 글을 읽고 문을 두드려서인지, 대게 어느 시절의 나와 닮은 구석이 조금씩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직원에게 처음 했던 말은 플라톤의 이야기였다. 주로 손님이 거의 없는 저녁 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 지방 소도시의 작은 카페에서 직원을 교육하는데 이데아를 언급하다니 진지함의 선을 넘은 것은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나는 유리창 속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그런 말을 즐겨 했었다. 세상의 거의 모든 물건은 이데아에 있는 원형을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 말을 하면 대개 이건 뭔 소리인가 싶어서 나를 쳐다봤다. 그러면 나는 잠시 쉬다가 그를 손님이 이용하는 의자에 앉혀 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상 밖의 이상 세계에는 ‘의자’라는 원형이 존재하는데, 세상 속의 다양한 형태의 의자는 그것을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쪽이 앉아 있는 이 의자도 마찬가지다. 지금 불편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그 원형을 고민하지 않고 그저 의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 원형의 형태와 무게와 편안함을 상상하면서 의자를 조금씩 개선하면서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세상은 장인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커피도 부족한 면도 있지만, 조금씩 원형을 지향한다. 그래서 커피를 만들 때, 손님을 응대할 때, 이상향에 있을 카페의 원형을 닮아가려는 느낌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이곳은 이렇게 진지한 공간이다. 당신은 외부인이었던 사람이었고 이제는 내부인이 되었으니 부족한 점이 보이면 가르쳐주고, 괜찮은 방향으로 이끌어 달라.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던 사람은 대부분 나에게 무엇인가를 조금씩 가르쳐 주었던 존재였었다. 그들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금세 그만두기도 하고 생각보다 오래 일하기도 했었다. 그런 구인 광고를 읽고도 문을 두드린 만큼 그들은 조금씩 나보다 나은 사람이었고, 덕분에 시간이 무사히 흘렀다. 그렇게 오늘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또 한 명의 직원을 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맞이해야 할 상황 앞에 서 있다.
사람이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아프다. 목이 붓고 미열이 이어진다. 카페를 운영할수록 그런 증상이 조금씩심해진다. 그것은 아마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싶다. 새로운 바리스타를 교육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나와 닮았던 사람들이 나가는 상황이 서글프다. 아마도, 각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일했지만, 어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없으므로 카페를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주말에 남들처럼 쉴 수 있다면, 받는 급여로 가족의 부양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오래도록 일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나는 여전히 이상향 속에 있을 원형의 카페를 상상한다. 그곳은 아마도 서로에게 친절하고, 편안히 앉아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곳이 아닐까 싶다. 각자가 원하는 향의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도 있고, 풍경도 바다가 되었다, 산이 되었다, 들판이 되었다, 할 것 같다. 그런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갈까. 그런 상상에 빠져 있으면 우리 카페에서 헌신하는 그들에게도 뭔가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주 5일 동안 열심히 행복을 팔고, 주말에는 함께 산책도 하고 그렇게 평화롭게 함께 늙어가는, 그런 시간을 돌려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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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시급 만원 이상(매출 좋으면 더 +)
자격: 라떼 아트 가능한 사람, 책 좋아하는 사람, 진지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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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10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년 동안<경남도민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했고, 2021년에 『너를 만나서 알게 된 것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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