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을 잡았을 뿐인데_알쓸생법_로에나

시비를 건 상대의 멱살을 잡은 것도 죄가 되나요?

2021.04.30 | 조회 5.5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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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던 중 갑자기 술에 취한 낯선 사람 B가 욕을 하며 시비를 걸어왔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B의 욕설이 점점 더 심해졌고 A에게 다가와서 위협적인 행동까지 했다. 결국 참다 못한 A는 B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B는 A의 뺨을 수차례 가격하며 심각한 폭행을 가했다.

심각한 타박상을 입은 A는 결국 B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며칠 뒤 A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B가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는 이유로 A를 폭행죄로 맞고소한 것이다.

 

위 사안은 건너 아는 지인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있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먼저 시비를 걸어온 상대방의 멱살을 잡은 행위, 과연 죄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멱살을 잡는 행위도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

 


 

형법 산책

도대체 폭행죄가 무엇이길래 멱살을 잡는 행위도 폭행죄라는 것인가? 형법 조문을 살펴보자.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형법 제260조 제1항은 폭행죄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형법 제26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폭행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라 함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위법한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86,83감도535 판결).

따라서 멱살을 잡는 행위도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A는 폭행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A'가 너무 억울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형법은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지라도 벌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와 '정당방위'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고 있다.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1조(정당방위)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즉, A가 B의 멱살을 잡은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정될 경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고,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로 인정될 경우에는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 벌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 위법성이 조각되면 벌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판례는 폭행이 "싸움" 과정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정당행위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래 대법원 판례를 읽어보자.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행하여지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그러나 싸움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소개한 대법원 판례의 뒷부분을 마저읽어보자.

 

그러나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위 대법원에서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 아니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벌하지 아니할 수 있다. 위 대법원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甲과 자신의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상대방이 자신의 아들 등과 함께 甲의 아파트에 찾아가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출입문을 열어주자 곧바로 甲을 밀치고 신발을 신은 채로 거실로 들어가 상대방 일행이 서로 합세하여 甲을 구타하기 시작하였고, 甲은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상대방 등에게 상해를 가하게 된 사안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상대방 등의 위 공격행위가 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甲은 그러한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사회관념상 상당성 있는 방어행위로서 유형력의 행사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위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A로서는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하여 자신이 멱살을 잡은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

참고로 폭행죄를 저지른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여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여 기소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 본 검토 내용은 당 작가의 검토 의견이며, 실제 소송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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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생법’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유튜브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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