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던 중 갑자기 술에 취한 낯선 사람 B가 욕을 하며 시비를 걸어왔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B의 욕설이 점점 더 심해졌고 A에게 다가와서 위협적인 행동까지 했다. 결국 참다 못한 A는 B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B는 A의 뺨을 수차례 가격하며 심각한 폭행을 가했다.
심각한 타박상을 입은 A는 결국 B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며칠 뒤 A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B가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는 이유로 A를 폭행죄로 맞고소한 것이다.
위 사안은 건너 아는 지인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있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먼저 시비를 걸어온 상대방의 멱살을 잡은 행위, 과연 죄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멱살을 잡는 행위도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
형법 산책
도대체 폭행죄가 무엇이길래 멱살을 잡는 행위도 폭행죄라는 것인가? 형법 조문을 살펴보자.
형법 제260조 제1항은 폭행죄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형법 제26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폭행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라 함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위법한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86,83감도535 판결).
따라서 멱살을 잡는 행위도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A는 폭행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A'가 너무 억울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형법은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지라도 벌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와 '정당방위'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고 있다.
즉, A가 B의 멱살을 잡은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정될 경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고,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로 인정될 경우에는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 벌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 위법성이 조각되면 벌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판례는 폭행이 "싸움" 과정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정당행위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래 대법원 판례를 읽어보자.
그러나 싸움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소개한 대법원 판례의 뒷부분을 마저읽어보자.
위 대법원에서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 아니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벌하지 아니할 수 있다. 위 대법원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상대방 등의 위 공격행위가 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甲은 그러한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사회관념상 상당성 있는 방어행위로서 유형력의 행사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위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A로서는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하여 자신이 멱살을 잡은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
참고로 폭행죄를 저지른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여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여 기소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본 검토 내용은 당 작가의 검토 의견이며, 실제 소송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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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생법’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유튜브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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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 20여 권의 저서를 쓴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변호사인 정지우가 LG 계열사 IP팀 사내변호사 정유경과 함께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저작권 책을 썼다. 작가이자 문화평론가로서 콘텐츠 창작자들의 생태계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저자가 현직 변호사의 관점에서 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뢰할 만하다. 1부 〈저작권의 원리〉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최대한 지양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생생한 비유와 예시로 저작권의 기본 개념을 재미있게 습득하도록 했다. 2부 〈저작권의 해결〉에서는 콘텐츠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저작권 문제를 총망라해 1부에서 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콘텐츠의 시대, 저작권에 대한 지식은 필수다. 이 한 권의 책이 콘텐츠 창작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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