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려주는 일_카페 인사이드_정인한

2021.04.28 | 조회 1.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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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종종 낯선 손님이 무척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번 주에도 그런 손님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아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종종 왔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저기 카페 벽면에 붙어 있던 사진을 가지고 와서 보여줬다. 햇빛에 바랜 사진이라서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진 속에서 어린아이와 환하게 웃는 그녀가 눈앞에 있는 그녀와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있었다. 

아이는 올해 어느 대학교 새내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한가한  앞에서 서서 이런저런 이야깃주머니를 풀어놓았다. 남편의 일자리를 따라서 어떤 도시로 이사를 했고, 거기는 이런 산책로가 없어서 삶의 낙이 줄어버렸다는 이야기, 난생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일에 대한 이야기, 코로나 때문에 폐업을 하고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돌아온 이야기. 나는 젖은 컵을 마른 린넨으로 닦으면서 한참 동안  편의 드라마를 들었다. 

 년째 같은 자리에서 있으면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중학교 시절 우리 카페에 책을 기부했던 학생이 군복을 입고 들리는 경우도 있고, 봄처럼 가냘프던 숙녀가 어느새 임산부가 되어서 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젊은 커플이었던 손님이 결혼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둘이었는데 혼자가 되어서  시절 즐겨 마시던 커피 한잔을 마시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서른  남짓의 공간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미래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공간이 이미 누군가의 추억이 되었다는 사실은 적잖은 위로를 준다. 이렇게 오래된 손님들이 가끔 다시 들러주고, 다른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우리 카페에 우연히 손님이 들어오게 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흔이  내가 쉰이 되고 혹은  나이가 들더라도 이렇게 커피를 팔면서 살아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어떤 손님은 오랫동안  공간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불쑥 들어오면 나는 웃으면서  모르겠다고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글이 쓰는 과정만큼이나 장사의 방법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아마도 최대한 내어주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느낀 것을 조금이라도  내려가는 것처럼, 받은 것은 최대한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 있다면 주문받는 순간이다. 주문은 손님과의  만남이고, 언어를 주고받는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카페의 가장 중요한 룰이기도 하다. 우리는 최대한 손님의 언어를 다시 되돌려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달라고 하는 손님에게는 라고 짧게 말하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커피를  달라고 말하면, 역시 라고 짧게 말하지 않고  커피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손님이  단어를 우리 입으로 다시 말려고 노력한다. 단어라는 공으로 탁구를 하는 느낌으로 소통한다. 그렇게 받은것은 다시 돌려준다는 느낌을 유지하려 애를 쓴다.

 다른 형태로 돌려주는 것이 있다. 약소하지만 매장 내에서 커피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커피 한잔을 무료로 리필해준다. 그것도 우리에게 남은 이윤을 조금  돌려준다는 측면이다. 리필을 해주게 되면 조금  남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기는 하므로 기꺼이 돌려준다. 그렇게 남게 되는 사람이 작은 호의를  베풀면 받은 사람은 마음에 여운이 남는다. 그렇게커피  잔을  즐기고  손님은 다시 찾아오는 편이다.

결국 그들도 우리에게  준다. 아직 급하지 않은 원두를 바리바리 사가는 경우도 있고, 자신들이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가지고  떡이라든지, 작게 포장된 쿠키 같은 것을 우리에게 준다. 그러면  나는 커피를  내어드리거나, 가지고 있는우리의 간식거리를 선물로 내어놓는다.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 카페가 북적이는 날이 오기도 한다. 바쁜데 직원에게 최저 시급을 고집하는 것도 죄책감이 드는일이다. 몸이 이토록 바쁜데,  급여가 같다는 일할 맛이 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해서 통장에 여유가 생긴다면 마땅히 돌려주는 것이 온당한 일이다.  그래야 분주한 상황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친절이 배어 나온다.

바쁜 매장을 보는 손님은 나에게 언제 분점을 내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경영을 통해서 새로운 자리에 카페를  개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적게 남게 되므로 자동차를 조금   것으로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그동안 서로의 빚진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돈이든 마음이든 어떤 형태의 흐름이 카페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드라마 속에서 작은 배역을 차지하는 . 그렇게 낡아가는 인생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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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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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현아

    0
    over 3 years 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처음 하는 일이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열어 폭탄처럼 투하된 광고성 메일들을 지우고 필요한 메일을 챙기는 것입니다. 뻔하고 지루한 그 작업이 요즘 조금 즐거워진건 반가운 글이 도착해있기 때문이죠. 이번 글을 읽으며 저와 카페의 첫인연을 떠올렸어요. 빚진 마음을 해소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시작. 아이들이 어릴때였는데 산책길에 볼일이 급했던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가 화장실을 쓴 적이 있었어요. 지갑도 없이 나온 길이라 음료도 못사고 감사인사만 하고 나왔었죠. 얼마가 지나고 빚을 갚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가서 팥빙수를 먹은게 시작이었어요. 당시엔 제가 커피를 마시지않을때여서 아주 가끔 들렀었는데 그 작은 시작이 지금까지 이어져 저의 소중한 일상이 된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볼일 급했던 아이는 규연이는 아니고 동생 규원이입니다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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