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바빴다. 그리고 며칠 동안 더 바쁠 것 같았다. 경험상 그랬다. 아직 벚꽃이 남아 있었다. 아름다운 것이라 사람을 불러 모으는 걸까. 그것이 한시적이라 더 그런 걸까. 추운 겨울이 끝났고, 봄은 왔는데 그 계절을 느끼기에는 벚꽃만 한 것이 없어서 그런 걸까. 상춘객들은 군중을 이루어 그 아래를 걸어 다녔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꽃비를 맞으며 처음으로 봄이라는 계절을 만난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며칠 동안 커피를 쉴 새 없이 내렸다. 카페에 정말이지 많은 손님이 방문했다. 간만에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년만에 보는 손님, 처음 보는 외지인도 많았다. 오랜만에 보는 손님은 아직 우리 카페에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고, 처음 보는손님은 어떤 것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오래도록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나는 평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목소리가 쉬도록 더 많은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카페에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가 잘 나가고, 커피를 부족하면 무료로 더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앉아서기 다려 달라고 말하고, 기다려줘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주문받고, 다시 받은 주문을 확인하고, 주문서를 차례대로 붙여놓고, 앉은 자리를 주문서에 적어놓았다. 그렇게 붙은 종이가 여덟 개가 되었다, 다시 줄었다가 어느새 다시 일곱 개가 되곤 했다.
가게에 손님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 먼저 자주 오는 단골손님을 돌아가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돈되어야 할 카페 환경이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제대로 치우지 못한 테이블도 있었고, 화장실 컨디션도 평소와 달랐다. 꽃비 내리는 풍경이 그것을 채워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특이하게 바쁜 시즌은 득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작은 골목이라 주차가 어려워서 차들이 얽혀있는 상황이 많았다, 관공서에서 주차 문제로 신고가 들어왔다고 카페 주변을 오가기도 했다. 새롭게 일을 배우는 직원들의 표정도 조금은 어두워 보였다. 무엇보다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사색을 즐겨하는 우리 카페 단골들에게 미안했다. 이런 바쁜 시기에는 조율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 며칠 동안 손님들에게 커피를 한잔이라도 더 내려주려고 노력했다. 예상하지 못한 커피 한잔이 작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덜 남기는 것. 조금이라도 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내가 느끼는 피곤을 대가로 어떤 형태의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괜찮은 일이라 생각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유독 힘들었던 것은 이렇게 바쁜 시즌에 메인 바리스타 두 명이 모두 카페를 그만두었기 때문이었다.
S와 K는 모두 창업을 할 예정이었다. 꽃이 피어나고, 나들이가 시작되는 이 계절은 뭔가를 새롭게 도모하기에 괜찮은 시기이지 싶었다. 우리 공간이 싫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뭔가 새롭게 도전하기 위해서 나가는 것이라면 나도 도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끝나고 처음 맞이하는 봄이었다. 가는 길을 축복하고 꽃잎을 뿌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리 카페도 뭔가 새로운 에너지가 생길 것이라 믿어보자,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졌으니 기회라고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손님들이 느끼는 이질감을 최소화하는것이었다. 우리 카페 머그잔에 적혀 있는 문구처럼. 변화는 있지만, 변함은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장사라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처럼 손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확하게 주문을 받는 것, 예전보다 서툰 라테 아트가 되겠지만, 한잔 한잔 정성을 다하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수많은 꽃잎은 다 떨어지고, 듬성듬성 새잎이 돋아나지 않을까 했다. 그러다 무성한 녹색이 되겠지.
어느새 언제 바빴느냐는 듯 다시 한적한 거리가 될 것 같았다. 그 거리를 바라보며 바에 기대어 서서 차분하게 커피를 음미하는 날이 올 것 같았다. 그렇게 한적한 시간을 오래도록 지내다 보면, 또 이런 날을 그리워할 것 같았다. 꽃비 내리던 바쁜 날들, 수북이 쌓인 영수증들, 오래된 인연을 보내고 새로운 사람들과 뭔가 이루어보려고 했던 오늘을 그리워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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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11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년 동안 <경남도민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했고, 2021년에 『너를 만나서 알게 된 것들』을 썼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ung.in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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