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올해 뭐했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의 쓸데없는 시간들을 위한 편지

2024.12.03 | 조회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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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레모해

주 1회 어설프게라도 시작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들에서 나오는 불꽃같은 영감들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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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레모해 드림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윽고 12월입니다.

비닐봉투에 놓았던 수
비닐봉투에 놓았던 수

일회용 비닐봉투에 수를 놓기

비닐봉투에 수를 놓았었던 적이 있습니다. 수놓기는 보통 오래 간직할 옷이나 손수건에 하는 일이죠. 하지만 그날은 그냥 수가 놓인 비닐봉투를 갖고 싶어졌어요. 어차피 버려질 일회용 비닐봉투에 수를 놓는다는 건 참 쓸데없는 일이죠.

 

갑자기 이 비닐봉투가 떠오른건, 연말이 되면 '쓸데없이 보낸 순간들'이 더 선명히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평가하려 합니다.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나는 올해 얼마나 생산적인 사람이었나?"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죠. 그러다 보면 이런 '쓸모없었던' 순간들이 괜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읽으시면 더 좋아요 🎵)

오늘의 추천플리: winter _____ . | peaceful acoustic

fill in the _

 

쓸 데 없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1.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우리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뇌에 아무것도 넣어주지 않을 때,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즉 멍을 때리거나 망상에 빠져있을 때 가장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trivia-starage.tistory.com/164
이미지 출처 : https://trivia-starage.tistory.com/164

재미있는 건,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순간에 뇌는 쓸 데 없는 정보를 지우고 빈칸을 만들게 되는데, 이 여유 공간이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고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마치 우리 뇌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와 같아서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이때 우리 뇌는 과거의 경험을 정리하고, 미래를 상상하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중요한 작업을 합니다.

 

쓸 데 없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2. 무용지용💭

 

2024년의 끝자락을 붙잡고 사는 우리는 모든 순간을 '쓸모 있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무언가를 만들어내야만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무엇이 쓸모 있고, 무엇이 쓸모없는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개념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그는 굽어 있는 나무를 비유로 들었습니다. 곧게 뻗은 나무는 목재로 베어져 사라지지만, 굽고 뒤틀린 나무는 베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남게 됩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그 나무는 오히려 오랜 세월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생명에게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곧은 나무처럼 모든 것이 즉각적인 성과와 실용성으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곧고 효율적인 것만이 진정 가치가 있을까요? 장자의 이야기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야말로 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지도 모릅니다.

 

무용지용은 결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의 속도를 늦추고,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틀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가치들이 있죠. 장자는 말합니다. "너무 곧은 나무는 쉽게 부러진다. 굽어 있는 나무는 오래도록 그 자리에 남아 그늘을 드리운다."

모든 순간을 '쓸모 있게' 만들려는 압박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은 무용하게 느껴지더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 무언가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노동을 위한 재충전이 아닌, 나를 위한 쉼 

 

특히나 올해는 ChatGPT와 생성형 AI가 화두가 되면서 더욱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된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만 바빴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휴식마저도 더 생산성 높은 노동을 하기 위한 "재충전"에 가깝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도구들을 배우고,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졌죠. 그 속에서 우리의 휴식마저 노동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구독자님의 휴식은 어떤가요? "재충전", "내일을 위한 준비", "더 나은 성과를 위한 투자" 같은 말들로 포장되어 있진 않나요? 심지어 휴가를 가서도 인증샷을 찍고, 콘텐츠를 만들고, SNS에 기록하느라 바쁜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뽑아본 올해의 가장 쓸모 없었던 일 1위 🏆

김치티셔츠
김치티셔츠

저의 올해 쓸데 없는 일 1위를 차지한 영광스러운 프로젝트는 '김칫국물 티셔츠 프로젝트'입니다. 시장에서 하얀 티셔츠도 구매하고,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섬유 물감으로 김칫국물이 튄 것 같은 디자인을 만들었어요. 왜 이런 걸 만들었냐고요? 김치찌개를 마음 놓고 먹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걸 만드느라 시간을 쓴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이런 쓸데없는 빈칸의 순간들이 쓸모있다고 믿습니다 :)

 

구독자님의 2024년 나의 가장 쓸데없었던 일 TOP 🏆은 어떤가요? 🤔

 

지금 이 순간, 잠시 시간을 내어 올해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세요. 목적도, 의미도 없었지만 그저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구독자님만의 '2024 쓸데없는 일 TOP 3'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순위를 정하셨다면, 댓글로 함께 나누어주세요. 우리 함께 한 해의 가장 쓸데없지만 특별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해보아요!

아마레모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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