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당신은 자신을 누구라고 소개하고 싶나요?

저는 저를 방랑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2024.10.28 | 조회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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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팔 정도의 차이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온 안녕의 편지, 수필과 소설 그 사이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깥을 잠시 걸었습니다. 시야에 나무와 건물과 거리가 들어오면서 도처에 '영감'이 널려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나는 헤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흩어진 다양한 영감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보이기에는 방랑자입니다. 여행가라고 하기엔 철저하지 못하고 수집해 내는 정보도 적습니다. 그저 길이 있으면 걷고 앉을 곳이 있으면 앉을 뿐이에요. 그리고 종종 길을 잃습니다. 가끔은 의도하기도 합니다.

'유랑'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저의 걸음은 대부분이 어둡고 조용하기에 그 단어가 주는 파스텔 색조의 빛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지만 썩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마음이 떠돌고 있어요. 이것이 때때로 괴롭습니다. 몸이 고정된 상태에서 규칙적인 일들을 일주일간 똑같이 해내면서 마음만은 두둥실 어딘가를 배회하고 또 어딘가에 콕 박혀 답답하게 갇혀 있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그 이질감이 사라지리라는 것을 알고, 그것이 당장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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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간 필연적으로 한곳에 머무르게 됩니다.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올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전보다 덜 반짝이게 되고, 아는 것이 제법 늘어나면서 그 시기가 점점 더 가까이 와 있음을 느낍니다. 그전까지는 계속 저는 저를 '방랑자'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나의 어리숙함과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외롭지 않게 포장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보다, 당신을 누구라고 알려주고 싶은지가 궁금합니다. 어느 회사의 회사원, 어떤 학교의 학생 말고 당신이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빗댄 무언가 혹은 하고자 하는 바람, 이루어지지 않은 상상의 무언가를 말입니다. 나의 소속과 직업이 나를 나타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혹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산책을 잠시 해보세요.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들을 응시한 채 집중하며 걸음을 떼 보면 아주 특이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나뭇가지와 내 시선은 가만히 있고 그 뒤의 배경으로 깔린 도시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느껴져요. 서로 다른 층의 요소들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요. 이 특별함을 당신도 한 번 느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평범을 깨면 흩뿌려지는 무언가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나에게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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