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Tech Bites
ATB2 Vol.3 · 2026.07.06
ATB 시즌 2 3회차는 "AI와 함께 만들 때, 창작자의 주체성은 어디에 남는가"라는 질문을 네 개의 전혀 다른 입구로 밀어붙인 회차였습니다. 저작권과 작가성, 예술대학 입시, A/B 테스트와 빠른 실험, 그리고 취향과 안목이라는 주제는 겉보기에는 흩어져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모두 같은 질문으로 수렴했어요. AI가 결과물을 더 빠르게 만들수록 인간은 어디에서 여전히 개입하고, 무엇으로 인정받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이번 모임 주제 딥다이브
AI 결과물의 가치는 생성 순간보다 인간이 책임을 거는 방식에서 갈린다
발표: Heen (흰)
Heen의 발표는 AI 창작물을 둘러싼 질문을 두 개의 제도 축으로 나눠 보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법이 저작권을 어떤 조건에서 인정하는가였고, 다른 하나는 미술 제도가 어떤 조건에서 작가성을 읽어내는가였습니다. 같은 산출물이라도 어느 제도 안에 놓이느냐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회차 전체의 첫 문을 열었어요.
법적 사례에서는 Stephen Thaler 사건과 Jason Allen 사례가 핵심으로 제시됐습니다. 프롬프트를 길게 쓰거나 생성 이후 손을 많이 봤다는 사실 자체보다, 최종 표현을 인간이 얼마나 통제했고 그 통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AI를 도구로 썼다는 설명만으로는 권리 귀속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면 미술 제도 쪽으로 가면 질문의 무게중심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Refik Anadol의 Unsupervised 같은 작업은 최종 이미지 한 장보다 어떤 데이터와 규칙을 골랐는지, 전시 맥락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시스템 전체에 어떤 의미를 귀속시켰는지가 더 중요하게 읽힙니다. 여기서 인간은 단순 제작자가 아니라 조건을 설정하고 의미를 떠안는 사람으로 보였어요.
현장 토론은 곧바로 "인간의 통제감"이란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번졌습니다. 잭슨 폴락의 드리핑이나 레디메이드처럼 우연성과 맥락이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예술사를 떠올리면, 예측 불가능성만으로 AI 창작을 밀어낼 수는 없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결국 오래 남은 건 저작권과 예술성은 같은 층위가 아니며, 그 사이에서 인간은 만드는 손보다 선택과 책임의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AI 창작의 핵심 쟁점은 "누가 만들었나"보다 "누가 그 결과를 자기 이름으로 책임질 수 있나"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지금 내 작업에서 결과보다 먼저 설명 가능해야 하는 인간의 개입은 어디에 남아 있나요?
AI를 허용할지보다 학교가 무엇을 뽑고 길러내는지가 더 근본적이다
발표: BK (비케이)
BK는 서울예대와 호원대가 거의 같은 시기에 상반된 AI 입시 정책을 내놓은 사례를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쪽은 허용, 다른 한쪽은 제한처럼 보이지만, 발표의 초점은 규정 찬반보다 대학이 애초에 무엇을 선발하고 무엇을 길러야 하는 기관인지에 맞춰져 있었어요. 입시 정책은 기술 사용법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철학의 표현이라는 시선이었습니다.
서울예대의 경우 AI 작곡을 아예 풀어버린 것이 아니라 사용 구간과 비율을 세세하게 제한하고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BK가 더 중요하게 본 것은 제도의 정교함보다도, 한국 예술대학 입시가 이미 오래전부터 "성장 가능성"보다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예비 작가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굳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AI가 들어오는 순간 학생들은 기존 실기 능력에 더해 AI 활용 역량까지 동시에 증명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따라왔어요.
그래서 이 발표에서 AI는 새로운 위기의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있던 모순을 더 빨리 드러내는 가속기에 가까웠습니다. 대학이 탐색과 실패, 회복의 공간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현업에 바로 내보낼 결과물을 골라내는 기관처럼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긴장이 다시 또렷해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결과를 너무 빨리 만들 수 있는 도구가 학생의 실제 실력과 성취감 사이에 착시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여기에 연결됐어요.
토론은 자연스럽게 예술 입시를 넘어 개발자 채용과 조직 평가로 확장됐습니다. 모두가 같은 모델을 쓸 수 있는 환경에서 무엇을 역량으로 볼 것인지, AI를 사용하는 능력과 기본기를 어떤 비율로 함께 볼 것인지가 비슷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BK의 발표는 학교 이야기처럼 시작했지만, AI 시대의 평가 체계 전반을 다시 묻게 만드는 발표로 남았습니다.
AI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종종 평가하려는 능력이 무엇인지부터 흐리게 만듭니다. 우리 조직이나 팀은 지금 결과물을 뽑고 있나요, 아니면 앞으로 더 자랄 수 있는 판단력을 보고 있나요?
AI는 결과물보다 창작의 초반 실험 비용과 선택 구조를 먼저 바꾼다
발표: John (존)
John의 발표는 과거의 A/B 테스트 글을 오늘의 AI 환경과 겹쳐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인터넷이 정적인 구조에서 동적인 구조로 바뀌고 데이터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더 좋은 것을 한 번에 만드는 능력보다 여러 버전을 빠르게 만들고 실제 반응 속에서 살아남는 것을 고르는 구조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 먼저 놓였습니다. 창작을 창조론보다 진화론의 언어로 읽는 시선이었어요.
이 발표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A/B 테스트를 단순 최적화 기술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이미 있는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한 실험이라면, AI가 들어오면서 이제는 상품과 창작의 초기 단계 자체가 훨씬 더 실험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일단 빠르게 만들어 보고, 반응을 보고, 버리고, 다시 조정하는 루프가 훨씬 넓은 범위에서 가능해졌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순간 인간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잘 만드는 사람의 우위가 줄어드는 대신, 수많은 시도 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선택자와 해석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집니다. AI는 생산성을 올리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선택 권한의 일부를 시장과 유저 반응 쪽으로 넘기는 시스템처럼 보였고, 이 시점부터 창업가와 디자이너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자유 토론에서는 곧바로 반론도 나왔습니다. 선택받은 결과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곧 좋은 디자인일까? 라는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빠른 실험은 강력하지만, 사랑받는 결과물은 여전히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서사와 기준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발표의 문제의식이 다시 창작자의 주체성으로 되돌아왔어요.
실험 비용이 낮아질수록 만드는 능력보다 남길 것을 고르는 능력이 더 희소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작업에서 속도를 높인 뒤 새로 병목이 되는 판단은 무엇인가요?
평균이 쉬워질수록 희소해지는 것은 취향보다 선택 기준의 밀도다
발표: Jess (제스)
Jess는 AI가 예측과 결과물 생산 비용을 낮출수록 무엇이 상대적으로 더 귀해지는가를 묻는 데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Ivan Zhao의 발언과 Prediction Machines, HBR 계열 논의를 함께 끌어오며,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은 단순 생성 능력이 아니라 판단, 큐레이션, 안목, 그리고 취향일 수 있다고 정리했어요. 발표는 취향을 감성적 취향표현이 아니라 평균에서 벗어나려는 기준의 문제로 다뤘습니다.
이 관점에서 AI는 평균적으로 그럴듯한 결과를 더 잘 만드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래 사랑받는 작업은 대개 익숙함 위에 작은 비틀림, 누적된 세계관, 선택과 배제의 흔적을 함께 품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Jess는 취향이 남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의 목록이 아니라, 왜 그것을 택했고 무엇을 거절했는지가 축적된 기록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현장 반응도 즉각적이었습니다. 여러 참여자가 제스의 발표에서 "사람 손으로 쓴 것 같은 밀도"를 느꼈다고 말했고, 매끈하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 결과물과 다소 거칠어도 사람의 서사와 안목이 묻어나는 결과물의 차이가 화제가 됐어요. 블루 아카이브 게임이나 타란티노 영화 같은 사례가 언급되며, 취향은 단순 요소 조합이 아니라 맥락과 연속성 속에서 드러난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물론 발표는 취향을 인간의 마지막 성역처럼 낭만화하지도 않았습니다. AI가 이미 취향 패턴을 꽤 잘 읽고 있고, 모두가 취향을 강조하는 시대가 오면 그 집요함 자체가 또 다른 평균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함께 남겼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은 질문은 "취향이 중요하다"가 아니라, 그 취향을 어떤 기록과 선택의 구조로 증명할 수 있느냐는 쪽이었어요.
취향은 취향 자체보다도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배제했는지 설명할 수 있을 때 더 강한 역량이 됩니다. 지금 내 작업에는 결과물보다 선택 기준의 흔적이 얼마나 남아 있나요?
현장 토론 하이라이트
이번 회차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훅은, AI가 평균적으로 매끈한 결과를 더 잘 만들수록 우리는 오히려 어디에서 "인간의 것"을 감지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좋은 평균은 점점 흔해지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거칠지만 사람 냄새 나는 결과물에 끌릴까
자유 토론은 Jess의 발표를 계기로 "평균적으로 그럴듯한 것"과 "실제로 사랑받는 것"의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AI가 더 빠르게 더 무난한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매끈함 자체보다 결과물 안에 남아 있는 서사, 세계관, 선택과 배제의 흔적에 더 민감해진다는 감각이 공유됐어요. 다소 거칠더라도 사람의 안목과 맥락이 느껴지는 결과물이 왜 더 오래 기억에 남는지에 대해 논의가 깊어졌습니다.
이 대화가 더 흥미로워진 지점은 그 감각이 단순 취향론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Heen의 발표가 보여준 것처럼 제도는 여전히 누가 책임질 수 있는 인간인지 묻고 있었고, John의 발표가 보여준 것처럼 빠른 실험은 많아졌지만 무엇을 남길지는 여전히 인간이 골라야 했습니다. 결국 창작자의 주체성은 손기술의 독점보다, 어떤 기준으로 고르고 버리며 그 선택을 자기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다시 정의되고 있다는 데 토론의 결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이 훅은 "AI 반대" 같은 도덕적 슬로건보다 훨씬 생산적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인간만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을 신비화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왜 그 결과를 남기기로 했는지와 무엇을 책임지기로 했는지를 더 선명하게 바깥으로 꺼내놓는 일일지 모릅니다. 바로 이 질문이 현장에서는 발표 내용을 넘어 서로의 작업 방식과 판단 기준까지 흔들어 놓았고, 그 밀도는 뉴스레터보다 직접 들을 때 훨씬 더 재밌게 살아납니다.
Tech Bite — 이번 호의 한 줄
"AI가 넓히는 것은 생성량이고,
창작자의 주체성은 여전히 선택과 책임의 밀도에서 드러난다."
-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기준은 오히려 암묵지로 숨어버리기 쉽습니다. 지금 내 작업에서 가장 먼저 밖으로 꺼내 문장으로 남겨야 할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요?
- AI를 쓰는 능력을 평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기본기와 판단력의 비율이 새로 흔들립니다. 우리 팀이나 학교는 어떤 능력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이름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나요?
- 평균적인 완성도가 풍부해질수록 사랑받는 결과물은 연속된 맥락과 세계관에서 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만드는 작업에는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고유한 결이 무엇으로 남아 있나요?
해당 내용은 팩트 체크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각 러너들의 인사이트를 알아보자는 취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뉴스레터는 일부만 담습니다. 취향과 책임, 제도와 창작이 한 자리에서 어떻게 부딪혔는지는 ATB 현장에서 더 입체적으로 이어집니다.
Academy Tech Bites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Academy Tech Bites · ATB2 Vol.3 · 기록 운영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