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당신의 공감력은 안녕하신가요?
“너 T야?”
한숨과 함께 던져진 이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MBTI의 ’사고형(Thinking)’을 뜻하는 이 한 글자에는 “왜 내 마음을 몰라?”라는 원망이 숨어 있죠. “나 우울해서 빵 샀어”란 말에 “왜 우울해?”가 아니라 “무슨 빵 먹었는데?”라고 되물었다가 돌아오는 싸늘한 반응. 그런데, 진짜 공감 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힘들겠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공감의 반경》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가 믿어온 ‘공감의 정의’를 뿌리부터 되묻습니다. 혹시 알고 있었나요? 때론 과잉 공감이 오히려 혐오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이 책을 통해 공감의 경계와 균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선택적 공감’은 어떻게 차별이 되는가? '진정한 공감'은 무엇일까?
오늘의 책 📕 <공감의 반경>, 장대익
정서적 공감의 역설: 우리가 몰랐던 공감의 두 얼굴
이 책의 저자는 과학철학자이자 진화학자입니다. 『공감의 반경』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공감’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책이죠. 진화학의 관점에서 공감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심리학이나 인문학 책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우리는 공감을 늘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왔지만, 과연 그럴까요?
공감은 단일한 감정이 아닙니다. 저자는 이를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온 공감이라는 개념의 복잡함을 드러냅니다.
▪️ 정서적 공감: 타인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되는 상태
- 익숙하고, 쉽고, 자동적
- 마치 감정의 전염과도 같은 현상
- 드라마 속 주인공이 울 때 함께 울게 되는 것
▪️ 인지적 공감: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능력
- 흔히 말하는 ‘역지사지’의 자세
- 자동적이지 않아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
- 이성적 판단이 동반되는 과정
(출처: YTN youtube)
그런데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내 편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공감'이 오히려 타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낳을 수 있다는 것. 가령, 전쟁은 공감 부족 때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편’에 대한 지나친 정서적 공감이 ‘그들’을 향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대표적인 예로, 꼬마 난민 쿠르디의 사례가 있습니다. 그의 안타까운 사진은 전 세계인의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난민법 개선과 같은 실질적 변화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과잉 공감이 비인간화를 부른다
그렇다면 과잉 공감은 어떤 비극을 낳을 수 있을까요? 역사 속 가장 큰 비극들을 살펴보면,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일본군의 전쟁 범죄. 우리는 흔히 이런 잔혹한 행위의 가해자들을 비정상적인 사이코패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합니다. 그들은 공감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기 집단에 대해 과도한 공감을 보인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찰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충', '페미니즘'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들. 이 또한 내집단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공감이 다른 집단을 향한 혐오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지금, 과잉 공감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가며: 진정한 공감을 향한 우리의 여정
오늘 우리는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 눈물을 함께 흘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맹목적인 정서적 공감이 새로운 혐오와 배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우리는 공감을 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봅시다. ‘왜 우울했었는지’보다 ‘무슨 빵을 먹었는지’가 더 궁금했던 순간처럼, 우리는 때때로 상대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에만 집중하곤 합니다. 이제는 인지적 공감, 즉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반대로, 내가 우울해서 빵을 샀는데, 상대가 그 우울함을 정확히 짚지 못했다고 해서 ‘공감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너무 정서적 공감에만 의존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진 않나요? 공감은 언제나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됩니다.
공감의 범위는 확장 가능하며 이때의 공감은 단지 타인의 감정을 내 것처럼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타인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p. 12
진정한 공감은 어쩌면 불편한 시작점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릅니다. 나와 다른 이들의 관점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 내 편에 대한 과도한 감정이입을 경계하는 것, 그리고 타인을 ‘인간 이하’로 규정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찾은 ‘진정한 공감’의 시작이 아닐까요?
당신의 공감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공감은 정말 당신이 원하는 방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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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 증오의 연쇄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작품
- “악마 따위는 없었어,이 섬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 뿐“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3, 인간과 학살
- 미래의 어느 군대, 주인공은 '바퀴벌레'라 명명된 존재들에게서 주민들을 보호하고자 그 벌레들을 사살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그 바퀴벌레도 사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 “인간은 물론 악명이 높지만, 기본적으로 공감할 줄 아는 종족이야.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지.”
✍️ 작성자: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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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질문
- 당신의 공감은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인간 이하'로 대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 진정한 공감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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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채
mbti f형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많이 알려져있는데, 사실 f형은 공감형이 아니라 '감정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을 잘 할 순 있지만 반대로 이 사고가 잘못 발현되먼 자신의 감정만 우선시하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f형이라고 해서 타인에게 공감을 잘 해주는 게 아니란 것인데 이를 둘러싸고 너무 많은 오해가 있고 그게 공고히 되면서 t형이 '싸이코패스'처럼 비치기도 하는 게 억울하기도 합니다. 😂 저는 t 인간으로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 자체를 이해하고 거기에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게 진짜 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반사적인 '힘들었겠다' 식의 위로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 과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반대로 이걸 이해해주지 못하는 자세 역시도 공감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진정한 공감은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와 노력에서 오는 것이겠죠? 오히려 과한 공감이 내집단 바깥을 향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흥미롭습니다. 좋은 뉴스레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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