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형아들!
이번주 세모레터 하루 늦었죠? ㅠ
일이 많았다기보다 이번 레터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을까. 그 고민을 오래 했어요.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싶어 쓰다가 또 이건 아니지 싶어 다 지우기도 하고. 그렇게 고민을 하다 결국 하루가 지나서야 이렇게 다시 빈 여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야 오늘의 주제는 1차 오픈 뒤 태민, 동방신기, 가요대전 등의 공연이 열리며 덕후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 후기와 영화 '괴물'의 리뷰 겸 내한 간담회 취재기, 그리고 형아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은 책의 한 줄 소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2023년의 마지막 세모 시작해볼게요!
[주절주절]
인스파이어 리조트 방문기
첫 인상은 '오, 여기 완전 라스베이거스 같은데?'였어요.
저는 차를 타고 리조트에 진입을 했는데요, 멀리서부터 보이는 '인스파이어'라는 번쩍이는 글자가 시선을 압도하더라고요.
제가 인스파이어를 찾은 건 샤이니 태민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날 제 마음이 엄청 급했어요.
공연을 보러 갈 때는 항상 주차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좀 넉넉하게 출발을 했는데, 아니 이런..? 티켓을 집에 두고 온 거 아니겠어요?;; 아시다시피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영종도에 있는데, 영종도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뿐이잖아요 아직 ;; 그래서 인천대교를 코앞에 둔 상태라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어요. 결국 17km를 더 가서(즉 인천대교를 다 건너서) 유턴을 할 수 있었어요...
결국 저는 이날 공연에 조금 늦고 말았죠 ㅠㅠㅠ
하여간 늦는 건 늦더라도 주차가 안 되면 또 낭패잖아요. 올림픽공원이나 잠실주경기장을 생각해 보면 일단 공연 시작 시간부터는 거기 주차가 아예 안 된다고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엄청 초조해하면서 인스파이어로 갔죠. 특히 인스파이어는 리조트 투숙객이나 레스토랑 방문객들도 많을 터라 주차 진짜 헬이겠다 생각했어요.
오잉?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주차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주차 타워는 물론 야외 주차장까지 A, B, C, D, E, 구역 등으로 폭넓게 마련돼 있어 '정말 놀라웠어요. 가신 분들 아시겠지만 그날 정말 엄!청! 추웠거든요? 그런데 주차 안내를 해주시는 분들도 친절하셔서 감사했어요.
그렇게 주차를 하고 들어갔는데.. 와.. 이런 게 자본의 힘인가 싶더라고요. 벽면과 천장을 가득 채운 비디오아트. 화질이 너무나 좋아서 진짜 대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기분까지 느껴졌어요. '오로라'라는 공간이었는데요. 아레나로 가는 길에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대부분 인스파이어의 인증샷은 이곳에서 나오더라고요.
누가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여서 이런 걸 지었을까. 이건 무조건 미국 자본이다 싶어서 찾아 보니 정말 맞더라고요. 미국, 중국 같은 땅이 크고 자본이 많은 나라들을 가보면 돈을 쓸 때는 진짜 미친듯이 쏟아붓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예를 들어 홍콩이나 도쿄의 디즈니랜드는 '우와~ 디즈니랜드다~ 테마파크 왔다~' 이런 느낌이라면 미국의 디즈니랜드는 '뭐임? 나 지금 '카' 마을에 실제 들어온 거 아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상하이는 가보지 못했지만 규모가 정말 압도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인스파이어는 미국의 모히건 그룹이 지었어요. 모히건 그룹의 아시아 첫 진출이기도 하죠.
모히건은 미국 동부의 유력 카지노‧리조트 그룹인데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모히건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가 원주민을 보호하겠다며서 1994년에 모히건 부족에게 카지노 소유권을 주기로 했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모히건 그룹은 미국 코네티컷, 라스베이거스 등 북미 7개 지역에 카지노 리조트를 두고 있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특징은 호텔들이 '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거예요. 어떤 호텔이든 로비에서 각종 쇼의 티켓을 판매하고 또 홍보하고 있거든요. 인스파이어 역시 '엔터테인먼트'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데서 확실히 그쪽을 지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직 1차 오픈이라 곳곳에 오픈 전인 구역들이 많은 건 좀 아쉬웠어요.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였거든요. 음식값이 다소 비쌌는데(1인 기준 식사 4~5만 원 가량 예상해야 할듯) 그 값을 차치하고서도 들어갈 곳이 없었어요. 대부분이 예약이 끝나서요.
그래서 하나 팁을 드리자면!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오로라 공간을 벗어나서 스플래시 베이 쪽으로 가시면 시그니처 레스토랑 '가든 팜 카페'가 있다는 거예요. 여기는 아무래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야 하다 보니 많이들 못 찾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늦은 시간이라 웨이팅이 다 끝난 상태여서 배가 많이 고팠는데 다행히 가든 팜 카페는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어요.
이곳에는 무려 비건 버거도 있었는데요. 대체육을 사용한 버거로 담백하고 맛이 좋았답니다.
인스파이어는 현재를 '소프트 오픈 기간'이라고 하던데 이 기간 동안 투숙객들은 스플래시 베이의 스위밍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요. 객실은 1275개에 달하며 각기 다른 콘셉트의 3개 타워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내년 1분기에는 쇼핑, 다이닝,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인스파이어 몰'이 본격 오픈하며 2분기에는 야외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인 '디스커버리 파크', 유리돔 형태의 실내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가 전면 개장합니다. 또한 독특한 콘셉트의 초대형 인터내셔널 푸드코트(드디어 밥 편히 먹겠네요T^T), 국내 최대 실감콘텐츠 전시관, 실내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오픈할 계획이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어날 전망이에요.
축구장 64개 크기인 인스파이어 리조트. 근처에 있는 파라다이스 리조트보다 큰 규모인데요. 파라다이스의 경우 실내 테마파크(호텔 델루나 촬영지이기도 해요), 전시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성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호텔인 아트파라디소 등을 갖추고 있죠. 파라다이스로 몰리던 수요가 인스파이어로 확실히 나눠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Alog]
'괴물'은 누구인가
영화 '원더풀 라이프'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죠. '괴물'을 보고 왔습니다.
'괴물'은 개봉 이후 35만 명이 넘는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국내 개봉작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됐어요. 여기에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쓴 작품이기도 하고요.
언론 시사회 때 일정이 겹쳐 참석을 못 했고, 그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화상 간담회도 후배가 갔었거든요. 그러다 이번에 요리와 미나토 역 배우들이 한국을 찾은 현장에 가게 됐고, 그걸 계기로 영화까지 보게 됐답니다.
간담회에서 진짜 놀랐던 게; 어리디 어린 두 배우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의 장래가 너무 촉망되더라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비주얼, 분위기가 가능한 거죠.
특히 히이라기 히나타가 입국 당시 "볼하트 해줘"라고 하던 한국 팬들의 반응이 인상 깊다고 하면서 즉석에서 볼하트를 해줬을 때는 그냥 녹아웃 되고 말았어요. 저도 모르게 귀여워서 "하앙" 하는 소리를 내고 있더라고요;;; 나이 들수록 볼살 너무 빠지고 있는 이모 입장에서 히이라기 군의 젖살 정말 너무 부럽고 웃음이 나는 부분이고요.
그래서 간담회 마치고 '괴물' 보러 가야겠다 생각했죠. 저렇게 해맑은 표정의 두 배우가 '괴물'이라는 묵직한 작품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해서요.
영화는 사실 그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같았어요. 제가 느끼기에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메시지 자체가 참신하다기 보다는 그걸 풀어내는 방식에 신선함이 가미된 느낌이거든요. 죽음과 사후세계를 다룬 '원더풀 라이프'도 그랬고,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브로커' 같은 작품도 그렇고요.
'괴물'은 학교에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 엄마가 진실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사건과 연관된 각각의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과연 누가 괴물인가'라는 생각을 곱씹게 해줘요.
위에서도 말했듯 저는 그러한 류의 메시지가 신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질문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렸다는 것만큼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되는 인물은 두 아이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임에도 끝까지 이 두 인물의 심리와 시선은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이 둘은 철저하게 어른들의 시선 아래에만 존재해 있죠.
또 하나 섬뜩했던 건 계속해서 '범인' 혹은 '책임자'를 찾으려고 하는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증거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밀어넣으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자, 그럼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요. 혹시 객석에 앉아서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판단하고 있는 저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 아닐까요.
'괴물'이 흥행하면서 이 영화의 마니아들을 일컫는 '몬스터 버스터'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역시 좋은 작품은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는 법 아닌가 싶습니다.
[금주의 한줄]
어쩌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는 형아들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나오는 달리기 만트라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서문 '선택 사항으로서의 고통'에 나오는 말인데요. 하루키가 어느 날 파리의 한 호텔방에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를 읽다 마라톤 러너에 관한 특집 기사를 봤다고 해요. 러너들에게는 달리는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는 '만투라'가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소개된 만트라입니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워하는 건 선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힘들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젠 안되겠다'인지 어떤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다"라고요.
안타깝게도 삶이란 건 중도 포기나 재시작이 불가능하잖아요. 내년의 대회를 기약하며 포기? 절대 불가능하죠. 이런 삶에서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고통 속에서도 다음 발을 내딛는 것 아닐지. 그리고 그것이 나이테처럼 우리 삶의 궤적 안 어딘가에 새겨지는 것 아닐지 싶습니다.
2023년 마지막 세모였습니다.
2024년에 만나요!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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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터
오늘도 잘 보고갑니다!ㅎ 하루키의 만트라는 산정을 향해 다시금 돌을 굴리는 카뮈의 시지프가 떠오르게 하네요! 해피뉴이어!
세모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시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카뮈를 떠올렸답니당. 계속 좋은 생각 나눠주셔요.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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