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네요 벌써! 어떻게 2023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죠. 한 달 밖에 안 남았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2023년 형아들은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저는 회사에 지각변동급 변화가 있어서 조금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바빴어요.
어떤 한 해가 됐든 이맘때가 되면 지난 11개월을 돌아보게 되죠. 올해 저는 주로 영화 담당 기자로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작품들을 많이 봤어요. 그러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또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많이 해보게 됐던 것 같아요.
오늘 세모 뉴스레터에서는 최근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시즌2로 돌아온 '스위트홈' 체험존 이모저모 보여드리고, 하나도 기대 안 되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다시 닦아 광을 낸 오너먼트들 자랑 좀 해보겠습니다.
[주절주절]
정우성이라는 사람
영화 '서울의 봄' 혹시 보셨나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인데요. 한국의 운명을 바꿨던 12.12 군사반란 그 9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정우성은 이태신 역을 맡았어요.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전두광 일당을 '반란군'으로 규정짓고 끝까지 싸우는 인물이죠.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이태신이 홀로 바리게이트를 넘어 가는 장면을 그의 캐릭터성이 잘 드러난 장면으로 꼽았는데요.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끝까지 자기자리를 지키는, 그런 고요하고도 강인한 인물을 그리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사실 전두광이 워낙 유명한 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태신은 전두광이란 인물을 설정한 뒤 그와 선명한 대비를 그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전두광이 불이라면 이태신은 바다죠.
김성수 감독은 아마도 정우성이라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이태신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김 감독은 이런 말을 했어요. "명분을 세울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명분과 탐욕의 전쟁이 벌어지면 어느 순간 명분에 섰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서 탐욕의 뒤꽁무니로 붙는다. 결국 혼자 남게 되는 사람이 기를 쓰는 것처럼 보이기보다는 지조 있는 선비처럼 보이길 바랐다."
김성수 감독은 이태신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고민하는 정우성 배우에게 유엔난민기구에서 연설하는 정우성 배우 본인의 사진을 줬다고 해요. 정우성 배우는 "감독님 이게 뭐냐"고 웃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 배우에게 어떤 면면을 봤는지 알겠더라고요.
사실 저도 기사로나 김앤정 채널 등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꽤 많이 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은 참 이야기하기 어려운 토픽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정우성 배우는 굉장히 오랫동안 공적인 자리에서 해왔죠. 자칫하면 특정한 이미지가 씌워지고 배우로서 활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도요.
지난 4일에도 정우성 배우는 서울시청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난민 그리고 함께 사는 세상'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있는 게 민주주의 국가잖나. 이 사회에서 이 정도의 목소리를 낼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죠.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명분의 편에 서 있을 사람. 영화 '비트'부터 정우성 배우와 함께했던 김성수 감독은 그에게서 바로 그런 면을 봤던 것 아닐까요.
"이태신과 같은 사람이 사회에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한 기자의 말에 정우성 배우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이태신이 있다." 정우성 배우의 말로 이 글은 마무리할게요.
"우리 모두에게는 이태신도 있을 수 있고 우유부단한 장군도 있을 수 있고, 전두광 같은 면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아가 발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여러분이 이태신을 좋게 봐주셨다면, 그것은 여러분 안에 있는 어떤 마음과 일맥하는 감정으로 이태신을 봐주셨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러분이 이태신이 '서울의 봄'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으로서 정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면, 그건 여러분의 마음 속에 이태신과 같은 그런 인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Alog]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스위트홈2'이 나왔는데요. 시즌1 과몰입러였던 저로서는 확 바뀐 시즌2가 너무나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시즌3은 아주 재미있다고 하니 6개월 더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 봐야할 것 같습니다.
시즌1이 좋았던 이유는 '스위트홈'이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선한 의지와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시즌2는 스케일은 뻥튀기됐지만, 인물이나 메시지는 다소 평이해졌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무려 3년을 기다렸고, 좋아하는 인물도 많은 작품이기에 최근 서울 성동구에 마련됐던 팝업 체험존에 다녀왔습니다.
체험존은 밤섬에 있는 안전기지를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어요. 도착하면 색연필 같은 걸 손등에 그어 사람인지 괴물인지를 확인(?)하고요. 들어가면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크리처들의 특성과 스케치를 전시한 공간이 있었어요.
'스위트홈'을 본 분들은 아시죠? 괴물화의 증상은 코피와 동공확장인데요. 카메라 앞에 서면 코피가 쏟아지고 동공이 확장되는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어요.
또 안에 전시돼 있던 차는 실제 '스위트홈'에서 서이경 역의 이시영 배우가 탔던 레토나라고 하네요.
최근에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작품과 관련한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나 체험존을 운영하는 분위기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오프라인 행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또 작품을 작품 안에서만이 아닌 여러 층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고요.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AB컷]
저의 소소한 크리스마스의 기쁨은 바로 오너먼트를 모으는 건데요. 어디 갈 때마다 하나, 둘씩 사기 시작한 게 벌써 꽤 숫자가 늘었어요.
트리에 오너먼트들 걸다 보면 그걸 샀을 때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귀여운 건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으니까 기분이 좋아져요.
대부분 디즈니픽사 캐릭터이긴 한데. 그래도 한 번 보실래요? 제 오너먼트들입니당. ㅎ-ㅎ
여행 가면 누구는 엽서를 사오기도 하고, 누구는 마그넷을 사오기도 하고, 또 누구는 열쇠고리 같은 걸 모으기도 하잖아요. 형아들은 혹시 여행 가면 꼭 하나씩 쟁여오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궁금합니다.
그럼 세모는 12월 2주차에 또 재미있는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Mingming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세모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양양
오너먼트 너무 귀엽네요!! 저는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의 빵을 사온답니다. ㅋㅋ물론 다 먹어서 없어지긴하지만 여러 지역의 빵의 맛이 같은 빵이라도 조금씩 달라서 즐거워요!!
세모
어머!! 빵 너무 신선한데요?? 먹을 것에 그 지역 특색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겠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남아공에서 먹었던 크루아상 맛이 아직도 충격적으로 남아 있거든요. 진짜 엄!청! 맛있어서요. 그냥 평범한 호텔 조식 뷔페에서 먹은 건데도요. 앞으로도 맛있는 빵 많이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