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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EH PLAYLIST #사랑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

BOKEH가 소개하는 4월 2번째 주의 음악들.

2024.04.07 | 조회 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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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EH PLAYLIST #사랑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

봄바람이 흔드는 마음을 살펴보며 BOKEH의 에디터들이 고른 음악

 

 


상욱

얄개들 - <불구경> / 올리비아 로드리고 - <bad idea right?>
얄개들 - <불구경> / 올리비아 로드리고 - <bad idea right?>

 날씨가 말도 안 되게 좋다. 1년 중 며칠 없는 날씨다. 이런 시기에 조심해야 할 말과 마음들이 많다. 봄바람 부는 김에 저질렀던 실수들만 줄여도 밤에 이불을 걷어찰 일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 모든 실수-혹은 진심으로 바랐지만 실수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말과 마음-들을 피하려는 노력이 의미가 있다 장담하진 못하겠다. 잠깐 터져 나온 말과 마음이 <불구경>의 가사처럼 곰팡이처럼 피어아무리 지워내도 오래도록 흐릿한 자국으로 남게 될 때도 있고, 절대 봄에 속지 않겠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겉잡을 수 없이 번진 불길 속에서 한창 불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때도 있다.

 하룻밤 사이 다 피는 꽃처럼 툭 터져 나올 것 같은 마음을 어찌 할 수 없을 때, 가장 안정적인 길로 가는 방법은 보통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다. 그냥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안 저지를 짓이다. 그러나 내가 파랑새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도, 그 파랑새가 내가 찾는 파랑새라는 사실을 납득하기 위해 직접 겪는 방랑의 과정이 중요하다. 봄날의 실수도 실수 그 자체를 안 저지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고 부서진 뒤 이것이 왜 실수였는지 스스로의 잔해를 수습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어차피 실수는 우리가 살면서 끊임없이 저지르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 애인을 다시 만나겠다는 건 정말로 나쁜 아이디어입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씨...

 


언니네이발관 - <인생은 금물> / 김뜻돌 -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
언니네이발관 - <인생은 금물> / 김뜻돌 -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

“첫 데이트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켜라.”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게 쓰이는 데이트 팁이다. 커피의 카페인으로 인한 두근거림을 상대에 대한 호감으로 착각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성급한 선택들로 인해 사랑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봄은 외로움의 계절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적당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여기저기 만개하는 꽃들을 보며 누군가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대개 그렇듯 성급한 선택들은 실패를 불러오기 쉽고, 성급한 사랑이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언니네이발관의 <인생은 금물>은 비관적인 태도로 삶의 전반을 다루고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 받기 싫은 불안정한 삶을 표현하고 있다. 김뜻돌의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우리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특히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되었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사실이다. 두 노래처럼 상처 받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못 이기는 척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미 - <햇님> / 시와 - <처음 만든 사랑 노래>
김정미 - <햇님> / 시와 - <처음 만든 사랑 노래>

 봄을 조심해.

 흔히들 이 시기에는 같이 걷기만 해도 사랑에 빠진다며 계절에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나도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말인지는 안다. 날도 이렇게 좋은데, 술이라도 들어가면 뭔가 단단히 착각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 지들이 막무가내로 사랑에 빠져놓고 계절 탓을 하는가…’

 모두 봄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알고 있던 거 아니었나? ‘거짓말 같던 사월의 첫날*’은 그저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나? 우리 계절에 지지 말고, 봄을 낚아보자**. 그리하여 봄이 되면 나는 그런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에겐 사랑이 가득하다고. 모두 외로움에 지쳐 혼자 춤을 추던거라고.*** 이것도 착각이라면 착각이겠다.

 그래선지 이 계절에는 신중현의 노래나 산울림의 멜로디가 떠오른다. 김정미의 <햇님>, 산울림의 <더, 더, 더>, 이정화의 <꽃잎>. 초연한 봄처녀가 되는 기분으로, 이토록 선명하게 느껴지는 봄이라니. 내가 감각하는 봄의 언어****는 그저 계절이 스쳐가는 것.

 그 기분이 아니라면, 예정되지 않은 일에 휘말려도 괜찮다면, 나는 시와의 <처음 만든 사랑 노래>나 이상은의 <라임 그린 시폰 스카프>를 듣고 싶다. 한껏 명랑해져서는 <라임 그린 시폰스카프>의 가사처럼 ‘함께 지금 여기에 있어. 언제 어디 누구 그런 건 잊어버리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순정만화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아지랑이를 삼킨 것 같은 이 기분은 계절이 도와주는 사랑일거라고 오해하며.

 

*브로콜리너마저 -<잔인한사월>

**전자양 - <봄을 낚다>

***언니네이발관 - <혼자 추는 춤> 

****미스티블루 - <봄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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