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추적 60분>에서 방영된 ‘은둔 청년’ 관련 영상은 19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시청자가 댓글을 통해 공감했고, 어떤 이들은 “이건 나의 이야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은둔’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은둔 청년’, 혹은 ‘은둔형 외톨이’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사회와 교류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단순히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방이나 집 같은 제한된 공간에 장기간 머무르며 외부와의 접촉을 거의 단절한 상태를 의미한다.
학교도 없고, 직장도 없고, 친구도 없이 그저 방 안에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청년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은둔의 원인을 하나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취업 실패의 좌절로, 또 다른 이는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가정 내 갈등, 혹은 타고난 성격과 낮은 사회 기술로 인해 세상과 거리를 두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특히 청년층에서 은둔 현상이 급증하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 배경에는 은둔이 가능해진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있다.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보급, 인터넷의 일상화, 배달 문화의 발달은 사람을 ‘방 안’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인터넷이 친구가 되고, 배달이 식사를 대신하며, 각자의 방은 세상과 단절된 섬이 되었다.
2022년 기준,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사용하는데 이는 수면 시간보다도 많다.
또한 과거에 비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방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은둔은 더 이상 불편한 선택이 아니게 되었다.
외부의 위협 없이 스스로를 숨기고 고립되기 쉬운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은 최대 5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만 해도 약 13만 명에 가까운 은둔 청년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숫자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어느새 사회적 위기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은둔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사회 활동에서 배제되며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며, 심리적 고통 속에 자해나 자살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이들이 사회로 다시 나오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은둔 청년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들은 스스로를 숨기고, 외부의 개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 파악보다도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은둔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설득이나 강요가 아닌,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와 부모의 협력, 사회 기술을 회복하기 위한 교육, 청년 맞춤형 자조 모임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많은 은둔 청년은 사실 다시 사회로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희망은 혼자의 힘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립을 부추긴 사회가 다시 이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관계가 단절된 시대일수록, 정서적으로 연결된 공동체가 더 절실하다.
은둔 청년은 실패자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조용히, 외롭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 신호를 감지하고,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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