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어가는 말
"절대"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정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이후 정의라는 개념의 상대성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과 악,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지대'는 분명 존재하는 영역이고, 사회과학 특성상 "절대 정의"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인데 ....
역시 다 읽고 나면, '절대 정의'라는 제목이 붙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4명의 친구에 의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노리코를 상징하는 단어로 '절대 정의' 외에는 어울릴만한 것이 없을 듯 합니다.
궁금해지는 부분은
1. 정의라는 개념이 '노리코' 본인에게도 적용이 되는 것인가.
2. 4명의 친구(가즈키, 유미코, 리호, 레이카)는 노리코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3. 데릴사위로 들어오게 된 노리코의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결혼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4. 노리코의 어머니. 노리코, 노리코의 딸이 정의라는 개념에 사로잡혀서 망가뜨린 사람과 일으킨 사건의 수는 얼마나 많은걸까.
- 4명의 친구가 노리코를 필사적으로 죽이려고 한 것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이라 다행). 그러고보니 노리코의 남편은 "생전의 아내는 매년 유서를 갱신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노리코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인가.
2. 이야기 전개
작가는 4명의 친구가 사건 당일 노리코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는 동기를 고등학교 시절과 성인이 되어 재회한 이후의 시점으로 나누어 보여줍니다. 4명의 친구들의 성격과 처해있는 상황. 노리코와의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가즈키
어째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노리코는 이런 식으로 나를 규탄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좋은 걸까.
결국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일까. 선악으로만 세상을 판단하고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리코는 역시 마음이라는 것이 없는 차가운 사이보그였어. 사무국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당연히 후보 자격은 박탈당할 거야. 그런 재수 없는 작품에 상을 줄 리가 없잖아. 업계에도 소문이 날 거고, 앞으로 일도 하기 힘들어지겠지. 내가 기획한 책을 내 줄 출판사가 있기는 할까. 아니, 그전에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돈'을 출간해 준 가에데 출판사가 곤란해질 거야.
유미코
정의의 편. 그 말이 이렇게 차갑게 느껴질 줄이야. 유미코의 머릿속에 악당 몬스터를 쓰러뜨히는 히어로의 모습이 떨올랐다. 히어로는 오직 정의를 위해 악과 싸우는 데 열중한다. 그러나 정의의 히어로가 공격을 할 때마다 주위의 자연이나 건물은 파괴되고, 자동차나 기차는 나가떨어지고,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이리저리 허둥지둥 도망친다. 그렇다면 그건 몬스터가 하는 짓과 다를 것이 없지 않나. 결국, 정의의 히어로는 정의에 집착하는 몬스터가 아닌가.
리호
백퍼센트 옳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결점이라는 것을 리호는 겨우 알게 되었다. 규칙투성이의 고등학교에서는 약간 지나치다 해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는 그런 융통성 없는 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노리코의 정의는 너무나 드러나 있고, 노골적이고, 보는 사람이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든다. 어디든 상관없이 상대를 가리지도 않고, 망측스럽게 '정의'를 드러내며 달려든다. 융통성과 배려라는 옷을 두르지 않은 알몸의 정의 앞에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레이카
위법인가, 위법이 아닌가. 올바른 것인가, 올바른 것이 아닌가. 단지 그것뿐. 중절은 죄가 아니다. 레이카는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니다.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노리코가 해 왔던 말들이 전부 동정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던 거였나?
죽은 줄 알았던 노리코의 이름으로 4명의 친구들 앞으로 날아온 초대장. 그 초대장의 발신인은 노리코의 딸 리츠코이고,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에필로그 - 리츠코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단죄하고 나면 뇌의 쾌락을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하여 마약을 했을 때와 비슷한 쾌감을 얻는다고 한다. 노리코의 경우 그런 경향이 일반인들보다 몇 배는 강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리츠코에게도 유전되었을 것이다.
리츠코가 가즈키를 접견했을 때 하는 마지막 이야기에 소름이 돋았다.
"제가 항상 지켜봐 드릴게요. 두 번 다시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시도록, 올바른 일만 하고 살아가실 수 있게, 계속 또 계속해서 말입니다."
-리츠코가 가즈키에게 하는 말 중에서-
3. 마치며
남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절대자. 정의만으로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사람사는 세상에 정의란 무엇인가.
여러 주제를 드러낸 잘 쓰여진 소설. 리츠코의 존재가 너무도 무섭게 다가온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4. 글쓴이 소개
매달 18일 읽고 쓰는 소시민
스무살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이후로 한동안 일본소설에 빠져들었다가 점차 가리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한때 독서량에 집착하여 읽은 책의 권수에 가치를 두었으나, 점차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중이다. 세상은 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많다. 그 많은 책 중에서 가끔 발견하는 혼자 읽기 아까운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내 개인의 취향이 대중의 취향과 맞아들어갔을 때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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