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읽어보셨나요?
저는 아직 입니다. 공포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작가의 유명세만큼은 알고 있었습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정보라 작가의 연작소설집입니다.
사전정보 없이 이 책에 굉장한 이끌림을 느꼈는데요.
제목도 흥미진진하지만, 표지도 시원합니다.
개인적으로
표지와 목차, 편집디자인이 좋은 책은 하나의 예술이라 생각해
미술작품을 보듯 감상하는데 이 책이 그랬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청량하고 시원한 바다를 다채로운 블루로 표현하고
제목은 홀로그램(?)이라고 하나요? 신비롭게 표현했습니다.
목차를 펼쳐보고는 더 놀랐습니다.
심해 깊숙한 곳이지만 눈부신 볕이 저 아래아래 까지는 비추는 느낌이라니.
그리고 오른쪽 아래 이야기의 순서가 써있습니다. 더 놀랐습니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라니!!!
대체 무슨 내용이 펼쳐지기에!!
해양생물, 환경오염에 관한 책을 즐겨 있는 편이지만,
이 책은 상상도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상상도 못할 수밖에요!
상상 이상의 위트와 무정한 현실로 무장한 SF소설이니까요.
참! 정보라 작가가 직접 경험한 실화소설입니다.
얘기가 점점 산으로 가는 듯 하죠? 이 책의 매력입니다.
SF소설을 좋아하지 않으셔도!
환경문제, 해양생물에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기대와 상상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읽어보시면,
무조건 유쾌하지만 묵직하게 ‘하나’ 이상 얻어 가시는 게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깁니다. 여러분, 강추! 진짜 강추!
“쟈는 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빨갱이가 돼가지고 데모하는 게 뉴스에 나오더니 이제는 게한테까지 데모하는 걸 가르치고 남세스러워서 원....”
어머니가 이렇게 불평하셨고
대게가 러시아 출신이므로 아마도 원래 빨갱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드려야 하는지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너도 일단 자라’하시더니 안방으로 표표히 들어가 문을 닫으셨다. P. 63 <대게>
“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중략) 싸워서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것이다. 주로 허리와 어깨가 아픈 작업이다.
“안 싸울 수는 없잖아요.”
남편이 돌아누워 나를 쳐다보았다.
“열 받으니까.” P. 67 <대게>
“당신들의 바다가 아닙니다.”
등산복으로 가장한 검은 덩어리가 말했다.
“바다는 그 누군의 것도 아닙니다.”
(중략) 현실에서 눈을 돌려 과학의 이름 뒤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과
생계는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 사람들의 충돌은 부드럽게 끝날 수 없었다.
이 충돌은 완벽하게 무의미했다. P. 222 <고래>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 <아버지의 해방일지>류의 소설을 재밌게 있으셨다면
☞ 유쾌하고 짧은 소설을 읽고 싶다면
☞ 해양 생태계, 환경보호, 노동권,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한 권 골랐습니다.
너무 재밌는, 흥미로운, 그래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 많았거든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맡겨진 소녀>를 묶어서 키거니언 엔딩을 함께 소개할까. <있으려나 서점>은 어떨까. <작업자의 사전>,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도 좋은데..
그중 고른 단 한 권입니다.
어렵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으니
한번 꼭 읽어보시길 바라며 오늘, 소개 마칩니다.
글쓴이 소개
- 매달 1일은, 천유
기자를 거쳐 타고난 긍정과 감정이입으로 사기업 홍보팀에서 기획,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글로 버스킹 중. 글을 읽고 글을 쓰고 글을 그리고 있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