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앞의 "책"
너무나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올해 생일, 문득 이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읽고 나서 제가 가지고 있던 복잡한 감정들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느꼈어요. 깨달음이나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가 필요한 순간이 있는 반면, 이런 위로와 정화를 위한 독서가 필요한 순간도 삶에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순간, 어떤 책에게 도움을 받으시나요?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을까?
1975년, 베일에 싸인 작가 '에밀 아자르'가 소설 하나를 발표합니다. 1970년 파리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 상까지 수상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작품이 오늘 소개해드릴 <자기 앞의 生>입니다. 원제는 La vie devant soi, 해석하자면 "여생" 정도의 의미라고 해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모"라는 고아입니다. 1970년대의 파리 빈민가는 모두에게 가혹하고 차갑지만, 그 속에 담긴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기조차 어린 모모는 어떤 편견이나 악의 없는 시선으로 세상을 봅니다. 모모는 만나는 어른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는데요, 그런 모모의 질문 중 하나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의식을 드러냅니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자기 앞의 生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열 네 살 모모에게 어떤 답을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책 속의 한 문장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63p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66p
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271p
呼名,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이 책을 읽고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존재 여부에 따라 사람을 살게도, 살 수 없게도 만드는 것. 그렇다면 대체 사랑이 뭘까? 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제가 내린 결론은 조금 뜬금없지만, 바로 이름이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 中
사실 이름은 개개인에게 부여되는 하나의 표식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도 아끼는 우산에 이름을 붙여주고, "모모"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모모의 진짜 이름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애정하는 존재에 마음을 담아 그를 부르는 것, 혹은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이름으로 불리는 것. 이것이 사랑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나의 시선과 언어, 감정을 주고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를 수 있는 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소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생각'이라는 의미의 'Eunoia'를 필명으로 사용하는 사회초년생입니다.
책을 통해 위로와 응원, 조언을 받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기에, 제가 받은 선한 에너지를 나눔으로써 키우고 싶다는 원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https://instagram.com/eunoia_honey?igshid=YzgyMTM2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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