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매력은 그의 취향에서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째선지 취향을 크게 따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 여자들에게 소개팅을 주선하는 일이 많아졌다. 소개팅을 받은 사람은 나에게 상대방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키는 어떻게 되는지, 생김새는 어떤지... 남자의 취향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말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함께 사는 반려동물은 있는지... 이런 질문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나는 상대의 취향에 꽤나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말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디에서 낚시를 하는지, 어떤 고기를 주로 낚는지, 낚시 후 잡은 고기를 요리하는지를 묻는다. 낚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질문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질문은 재밌다. 상대의 취향을 알아가는 일은 재밌다. 취향을 알아가다 보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상대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나에게 호감을 보이며 친해지려고 한다. 오래전부터 알지 않아도, 비즈니스로 만나지 않아도, 취향에 대한 이야기 하나 만으로 우리 모두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
연인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의사를 만났을 때 우리는 어느 과 전공인지만 물어보고 질문을 멈춘다. 변호사를 만나면 어떤 사건이 전문인지만 물어보고 질문을 멈춘다. 하지만 세상에는 낚시를 좋아하는 의사도 있고 레고 조립을 좋아하는 변호사도 있다. (물론 이런 취미를 즐길 시간이 대단히 부족한 직군인 건 확실하다.) 사람을 직업과 일의 환경으로만 판단하는 사회, 얼마나 재미없는 사회인가.
취향을 따지는 그런 사회를 희망한다. 음악을 좋아한다하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클래식을 좋아하는지, 팝송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자. 그림을 좋아한다하면 램프란트를 좋아하는지, 고흐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자. 운동을 좋아한다하면 운동화는 어느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는지, 어느 브랜드의 운동복을 입는지 물어보자. 다함께 취향을 따지고, 나누고, 마음껏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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