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여름, 아이스크림

오후 1시. 뜨거운 태양빛을 쬐며 헬스장에 가는 길이었다. 노부부 한 쌍을 보았다.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손에 쥐고 팔짱을 낀 채 걸어가는 노부부를 보았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쳐다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숨겨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대중 앞에서 보이는 성공한 사업가들과 연예인들에게 부러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부와 명예는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금덩이 뒤에 숨겨진 혹덩이는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숨겨지지 않는 행복과 사랑이 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어르신 두 분이 팔짱을 끼고 외출을 했다. 이 문장 하나에 행복과 사랑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다. 가식도 허황도 허세도 없는 그저 순박한 사랑. 서로를 신뢰하고 아껴주는 완벽한 인간의 관계. 딱 맞는 운동화를 신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그런 느낌. 이보다 행복한 인생은 어디 있을까.

자산이 200조가 넘는 투자자 워렌 버핏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 제 주변에는 부자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노년층입니다. 그들은 수백억 달러의 자산이 있고 자신의 이름을 딴 건물도 있죠. 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식들에게, 아내에게 버림받은 이들도 많죠. 일부의 부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 불행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

인생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200조원이 넘는 자산을 모은 워렌 버핏의 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솔직히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내린 결정,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론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햇살을 받는 해바라기처럼,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으려고 한다. 

인간의 진실, 생명의 진실을 알게 되면 물질이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알게 된다. 매끈한 검은빛을 자랑하는 마이바흐, 선홍빛 물결의 페라리, 메아리가 울릴 듯한 저택, 편의점처럼 들르는 미슐랭 레스토랑... 이 모든 물질은 인간에게 영구적인 무언가를 남기지 못한다. 순간의 행복과 순간의 만족, 그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사람에게 영구적인 무언가를 남긴다. 사람은 사람 없이 살 수 없다. 사람은 사람 없이 행복해질 수 없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사람과 함께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사람. 이 한 단어의 무게를 알게 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