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속한 AC2 커뮤니티의 디스코드에서는 재미있는 주제로 공유회가 자주 열립니다. 작년 말 김창준님이 연 공유회는 저자 워크숍을 설명하고 실습하는 게 목적이었죠. 저도 저자 워크숍을 접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제대로 해본 적은 많지 않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공유회 초반부는 저자 워크숍 자체보다는, 유효한 피드백을 잘 받아서 내 삶에 임팩트를 내기 위한 5가지 방법이 메인이었습니다.
이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좀 더 제대로 학습해보기 위해 이번에는 제가 직접 AC2에서 공유회를 열었습니다. 창준님이 설명한 ‘피드백을 잘 받아 잘 써먹기 위한 5가지 조언’을 제 해석을 덧붙여 소개하고, 저자 워크숍을 그 사례로서 분석해보는 공유회였어요.
작년 연말, 성과평가 시즌에 적합하겠다 싶어 공유회 내용을 재구성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점점 확장되면서 마무리를 못하고 해를 넘겨버렸네요. 이제 좀 정리가 되어서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받기 위한 사고의 틀이 갖춰졌기에, 3편으로 나눠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다만 동시에 쓰고 있는 글이 여럿이라 2편이 언제 나올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
아래는 블로그에 썼던 글을 그대로 붙입니다.
경력과 꼰대화의 상관관계
분명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정작 피드백을 주기는 싫은/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도 몇 차례 겪었다. ‘말해서 뭐하나. 듣기나 할까? 바뀌긴 할까?’ 같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 그러다 불현듯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누군가가 내게도 이런 생각을 품는다면, 내가 뭘 잘못하더라도 피드백을 듣기 어렵겠구나. 인식도 못하고, 행동 교정의 기회도 없겠구나.
돌이켜보니 내가 어린 시절에는 원치 않아도 ‘학교 시험 성적’이나 ‘부모님에게 혼남’ 같은 형태로 피드백이 풍부하게 들어왔었다. 이는 직장생활 초기에도 유사했는데,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성과평가나 동료평가를 통해 피드백을 비교적 자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고, 상급자가 될수록 내게 저절로 들어오는 피드백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고 느꼈다.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다.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상대방이 진정으로 피드백을 원하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피드백을 준비했더라도, 만약 그 내용이 부정적이라면 어떻게 잘 전달할지 고민된다. 내가 전달한 피드백이 정말 유용할지도 모르겠고, 좋은 피드백을 주더라도 실제로 그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피드백 대상이 경력 많은 시니어나 상급자라면 이 모든 난관은 더욱 험해진다. 시니어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진심어린 조언을 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주니어가 얼마나 될까. 높은 곳에 돌을 던지려면 힘이 더 많이 드는 것처럼, 내가 경력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수록 밑에서 들어오는 피드백이 줄어들고, 약해지는 건 당연하다.
문득, 이런 변화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채 나이나 경력이 특정 임계를 넘어간 사람들이 높은 확률로 ‘꼰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은 쌓였으니 본인의 행동에는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은 상태. 이전과 다르게 본인 행동에 대한 말이 가타부타 나오지 않는다. 부정적 피드백의 부재가 잘하고 있다는 보장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결부되어 본인이 잘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더닝 크루거 효과). 가끔 피드백을 받더라도 “내가 요즘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하며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 피드백이 덜 들어가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꼰대로 변하지만, 스스로가 꼰대인지도 모른다.
이는 나 스스로에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새 나도 나이, 경력, 지위 모두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회사에서 내가 틀린 말을 했고 그걸 동료가 인지했는데도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왜 그러셨냐고 여쭤보니, 제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한 말이니까 ‘뭔가 의도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자기가 틀린 줄 알았다며. 이런 사례가 누적될수록 나도 꼰대에 가까워질 거라는 일말의 두려움이 생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이런 꼰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 어찌보면 방법은 간단하다. 내게 들어오는 피드백이 줄어드는 게 문제였으니, 피드백을 다시 늘리면 된다. 즉 저절로 들어오는 피드백에만 기대지 말고 다양한 피드백 입수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면, 경력이 쌓여도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피드백 입수 전략에 대해 논하기 전에, 내가 피드백을 애초에 왜 필요로 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가 피드백을 필요로 하는 이유
우리가 피드백을 받는 이유는 결국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여 미래 성과를 향상시키고 싶어서다. 피드백이 효과를 발휘하는 흐름을 조금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 행위(Action): 내 행동 및 행동 결과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여
- 산출물(Output): 변화를 위한 행동계획을 세우면서
- 중단기적 효과(Outcome): 나의 인식과 행동이 유의미하게 바뀌고
- 장기적 효과(Impact):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어 미래 성과가 향상된다.
단, ‘인식 및 행동 변화’가 ‘문제 해결과 성과 향상’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 매일 야근을 한다고 고객의 제품 만족도가 갑자기 올라가는 게 아닌 것처럼. 만족도가 올라가더라도, 나의 초과 근무시간과 고객 만족도 상승분이 실제로 비례관계에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 ‘미래 성과’가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대개 복잡한 맥락과 상호작용이 수반된 것일테니, 내 행동 변화 외에도 성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무수히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드백을 받아 나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것까지는 분명 내 통제 범위 내에 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전략’은 곧 ‘나의 인식과 행동이 유의미하게 변화하기 유리하도록 피드백 루프를 설계하는 전략’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리라. 한편, 피드백을 받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정보 수집 활동에 속한다. ‘미래 성과 향상’에 도움을 준다면 어떤 정보를 수집하든 피드백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정보 수집 방법은 대개 효과적인 피드백 루프 설계에도 도움이 된다.
‘피드백을 왜 받는가?’를 정의했으니, ‘피드백을 어떻게 받는가?’로 돌아가보자.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입수하는, 즉 피드백 루프 설계 전략을 2가지 차원으로 생각해봤다.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받는 3x3 매트릭스 전략
첫번째 차원은 피드백 자체에 대한 것이다.
- 내게 들어오는 피드백의 양을 늘리는 전략
- 내게 들어오는 피드백의 질을 높이는 전략
- 내게 들어온 피드백이 유의미한 행동 변화로 이어질 확률, 즉 피드백의 효과를 높이는 전략
두번째 차원은 인식 및 행동의 시점에 대한 것이다.
- 피드백을 받기 전에는 어떤 인식/행동을 해야 할까
- 피드백을 받는 도중에는 어떤 인식/행동을 해야 할까
- 피드백을 받은 후에는 어떤 인식/행동을 해야 할까
이를 3x3 매트릭스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이렇게 사고의 틀을 짜는 것만으로 시야가 넓어져서,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데 상당히 유리해졌다고 느꼈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각 칸에 채워넣을 만한 전략들을 나의 경험과 학술적 근거에 기반하여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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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만한지나침
매우 흥미로운 레터링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도 최근에 타 부서와 충돌이 발생하면서 피드백을 받아보고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더라구요. 전략이 너무 궁금합니다! 다음 레터링은 언제 나올까요?
삶의 밀도를 높이는 여정
댓글 감사해요. 재료는 있는데 정리가 덜 되기도 했고, 서두에도 썼듯 다른 글들도 동시에 쓰고 있어서.. ㅎㅎ 빠르면 2주 안에 나올 것 같습니다. 그사이에 다른 레터가 나온다면 밀릴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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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교
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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