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당신도 사랑해본 적 있나요?

온전히 나를 위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할 때 최악이 된다.

2023.02.07 | 조회 2.9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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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들의 감정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부츠의 영화리뷰입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원제: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원제: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국내에서 22년 08월 25일 개봉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작품으로 대체적으로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초현실적이고 달콤씁쓸하게 표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맨스를 주제로 흘러간 이 영화는 재미있게도 국내와 해외의 제목이 다른데요. 이 작품의 원제인 'VERDENS VERSTE MENNESKE' 는 영제로는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로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 으로도 해석이 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설득이 되는 이 간단하고도 직설적인 영제와는 달리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국내의 제목이 조금 더 끌리는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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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애정을 넘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을때면 마치 스스로 최고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뺨을 스치고 가는 산들바람도,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낙엽도, 공원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고 나의 모든 신경들이 예민하게 발달하여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 발달하게 되죠.

이렇듯 사랑이 가져다주는 긍정의 효과는 아주 큰데, 왜 영화에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고 하는걸까요? 사랑을 하기 시작하면 그 전의 삶과는 달리 그 사람을 중점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듯 내 인생의 굴레 속에 누군가를 들여놓게 되면 기존에는 선별적으로 보여주고 표현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모든 면을 보여주게 되죠. 그렇게 한 사람의 최선인 모습과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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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지만 변덕스러운 율리에는 의과대학에 다니다가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그 뒤로는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율리에는 '왜' 자신이 이러한 것들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존재하여야 하는 가치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짧은 순간 지나치는 장면이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현 시대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우리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특성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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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로 전향하기 전 율리에는 스스로 두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이 시각적 자극에 강하단 것과 지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그녀는 대학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됩니다. 당시 모델과 만나고 있던 그녀는 어느 한 파티에서 저명한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악셀을 만나게 됩니다.

악셀은 율리에보다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지만 나름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하고 사회적으로도 꽤나 안정권에 정착하였지만 이에 반해 율리에는 이제서야 세상에 나와 고난들을 헤쳐나가고 있었죠. 그와의 대화에선 다양한 인사이트도 얻고 심적으로도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었지만 그와의 만남을 이어갈수록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스스로가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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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이가 많은 악셀은 율리에와의 관계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 하였지만 율리에는 아직 젊었기에 조급함이 없었을뿐더러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이런 부분에서 상호간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율리에는 길을 지나다 우연히 들린 파티에서 에이빈드라는 남성을 만나게 됩니다. ''서로 연인이 있기에 바람은 피면 안된다''고 결심을 하면서도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을듯 말듯 줄타기 하며 이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다음을 기약하지 않은 채로 작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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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의 일탈은 여태 그녀를 단단하게 옥죄어오고 불안하게 만든 무언의 압박감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사랑을 싹틔웠습니다. 율리에는 이후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손님으로 들린 에이빈드와 우연히도 재회하게 됩니다. 자신이 생각나면 베이커리로 찾아오라는 에이빈드의 말과 함께 감정의 동요가 시작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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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악셀이 커피를 내리는 사이 율리에가 옆에 있던 전기 스위치를 내리자 시간이 멈추어 버립니다. 밖으로 뛰쳐나가니 거리 위 사람들과 자동차가 모두 멈춰 있고 급히 뛰어 도착한 베이커리에는 에이빈드만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멈춰버린 세상 속을 함께 거닐고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입맞춤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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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마음은 에이빈드를 향해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한 이 장면을 기점으로 율리에는 악셀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마음 속에 있는 남은 감정들을 소진하며 악셀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악셀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율리에가 느끼는 결핍은 에이빈드만이 채워줄 수 있었기에 율리에가 가진 헤어짐의 의지는 악셀이 붙잡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죠.

그렇게 에이빈드와의 만남을 이어가게 된 율리에, 그 사랑은 악셀과 했던 사랑보다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요? 또, 에이빈드에게서 율리에는 자신이 느끼는 결핍을 모두 채울 수 있을까요? 이후의 내용은 더 이상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영화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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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지극히도 꾸밈 없이 현실적이고 깊은 관계속에 있는 두 사람이라면 실제로 나눌 것만 같은 그런 대화였기에 주연들의 생각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전지적 시점으로서 영화를 감상하기에 재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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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보면 왜 영제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세상에서 가장 최악인 사람)이 걸맞는 제목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율리에는 한 사람과의 온전한 사랑을 추구하기보단 자신의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랑을 하나의 도구의 형태로 이용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 꾸준히 애정을 주고 받는 것은 분명 좋지만 구속되는 것은 싫고 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즉각적으로 행하여야만 나 자신답게 살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반복해서 주고만 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리에를 미워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율리에의 고민과 행동들이 현 세대 청춘들의 심리를 잘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에 막 진입한 청년들의 불안감과 더 이상 지켜만보고 살 수 없는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생기는 걱정들이 분명 율리에의 그것들과 많이 닮아 있기에 그녀의 선택과 결정들은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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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악의 나를 마주해 보았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사랑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감정이기에 생전 느껴보지 못한 극도의 행복도, 또한, 극도의 슬픔도 느끼게 해줍니다. 영화에서도 율리에의 감정선을 시각적으로 섬세하게 표현을 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는 사이 율리에는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사랑이 주가 되는 영화라기보다 사랑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율리에를 극속에서 다양한 상황에 마주하게 했죠.

남성과 여성, 환경운동가와 비환경운동가, 세대차이 등과 같이 이분화되어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동감가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소소한 불편함이 느껴지는 장면들도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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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런닝 타임이지만 그 시간동안 한 사람의 연애사를 아주 꼼꼼하게 들여다본 느낌을 가져다 준 영화이기도 하였고, 지난 시간 내가 사랑을 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최악으로 비추어졌던 적이 언제였을까 곰곰히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가장 최선인 모습과 최악의 모습을 보고도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나가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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