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쏘아올린 뇌과학] 당신의 뇌는 안녕하신가요?

'<소셜 딜레마>에 빠진 뇌'를 시작하며

2020.11.09 | 조회 2.2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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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시선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뇌과학] 소셜 딜레마에 놓인 뇌

화장실에서 밤새 쌓인 일(?)을 처리하고 물 한 잔을 들이켭니다. 책상에 앉아서는 밤 중에 날아온 두세 개의 지메일(Gmail)과 인스타그램, 가끔은 페이스북 알람도 확인하죠. 아, 조금 일찍 자는 탓에 보지 못한 카톡을 열고는 미안한 마음으로 늦은 답장을 보내기도 합니다. 아침마다 반복하는 제 일상입니다.

내친 김에 제 얘기를 더 해볼게요. 지난주에 스마트폰을 총 9시간 50분을 썼는데, 그중에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단연 소셜 미디어입니다. 3시간 49분을 썼더군요. 카카오톡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순인데,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족히 7시간은 넘을 겁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제가 하루 평균 한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쓰고 있었던 사실 말이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소셜 미디어란 사용자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 아이디어, 개인 메시지 및 비디오와 같은 기타 콘텐츠를 공유하는 전자 통신 형식으로, 소셜 네트워크 또는 블로그를 위한 웹 사이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Merriam-Webster 사전 중에서). 현재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등록된 소셜 미디어는 무려 200여 개에 달한다. © Business Review
소셜 미디어란 사용자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 아이디어, 개인 메시지 및 비디오와 같은 기타 콘텐츠를 공유하는 전자 통신 형식으로, 소셜 네트워크 또는 블로그를 위한 웹 사이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Merriam-Webster 사전 중에서). 현재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등록된 소셜 미디어는 무려 200여 개에 달한다. © Business Review

올해 전 세계에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 사람들은 약 36억 명, 2025년에는 무려 44억 명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죠. 그중 우리나라는 소셜 미디어를 많이 쓰는 거로 손꼽히는 나라입니다. 국민의 87%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죠. 이는 아랍에미리트와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이용률이자, 세계 평균(49%)의 약 1.8배에 달합니다(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털렙 DMC미디어). 우리나라 국민의 83%가 한 달에 평균 30시간 정도 유튜브를 본다는 통계도 있죠(아이지에이웍스). 이 정도라면 진작에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사람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까요?

연결하고 공유하는 인간

가십(gossip) 없이는 사회도 없다.

로빈 던바(Robin Dunbar)

우리에겐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또 그 속에서 나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두 가지는 오랜 시간 동안 식량을 구하거나 짝을 찾기 위해서 인간 본성으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우선 관계를 맺고 그룹을 구성하게 되면 포식자로부터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룹 안에서 짝을 찾을 수 있다면 대를 잇는 측면에서도 유리하죠. 커다란 동물을 사냥하거나 농사를 지을 땐 반드시 여러 사람이 힘이 필요할 테고요. 이때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그 사회와의 결속력을 강하게 유지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는 인간의 언어에서 그 실마리를 찾습니다. 특히 사회 구성원들의 크고 작은 소문, 일종의 가십거리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이미지를 만들어간다고 말하죠. 그래서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비록 가십이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지만, 그것이 믿을 만한 정보라면 수다 떠는 사람의 신뢰도는 높아지겠죠. 또한 가십거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여러 사람과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가십이 돌고 돌면 그 사회에서 나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소셜 미디어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 것을 공유하고 싶은 충동, 나아가 명성을 쌓고 끈끈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소셜 미디어만 한 게 없으니까요.

소셜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5가지 행동 패턴들.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면,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그 정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그 사용자 또한 여러 정보를 접하고 피드백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사용자와 자신의 정보 가치를 비교하게 된다. © Meshi 외,
소셜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5가지 행동 패턴들.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면,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그 정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그 사용자 또한 여러 정보를 접하고 피드백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사용자와 자신의 정보 가치를 비교하게 된다. © Meshi 외, "The emerging neuroscience of social media."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15).

그래서 뭐가 문제죠?

넷플릭스 영화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더 나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한다는데,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소셜 미디어가 왜 문제일까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에서 저주없는 광대함이란 없다"는 소포클레스의 말 때문인지, 보는 내내 소셜 미디어를 향한 위기감이 감돈다. © 넷플릭스

바로 소셜 미디어가 과도하게 그 욕구를 채워준다는 겁니다. 수십만 년 동안 우리가 학습해온 생존 방식들은 상당 부분 도파민이 관여하는 보상(reward)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도파민은 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건강한 보상 시스템에서는 쾌락과 고통이 균형을 이루죠.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좋은 평판을 얻는 것 또한 인간이 간직한 보상 시스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가 지속해서 보상을 준다는 거에요.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이 눌리고 댓글이 달리는 순간 보상과 쾌락이 따라옵니다. 그런데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잖아요. 결국엔 '좋아요'와 댓글, 보상과 쾌락을 끝없이 갈구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중독이죠. 그래서 스탠포드대의 앤 램키(Anne Lambke) 교수는 소셜 미디어를 마약이라고 불러요.

간혹 뇌가 알고리즘에 휘둘린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를 볼 때 말이죠. 내 마음을 읽는 것 마냥 딱 맞는 영상을 추천해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추천 알고리즘이 자신에게 필요한 걸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사람들의 눈을 끌 만한 것을 찾는 것뿐이죠. 유튜브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한 엔지니어의 말입니다. 뇌과학으로 보자면 유튜브는 일종의 강화 그중에서도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룰 기회가 있을 거에요!) 이 강화 알고리즘에 빠지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을지도 모르죠.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시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뇌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청소년들에게 소셜 미디어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미국 10대들의 우울증과 불안이 급격히 증가하는 2011년과 2013년 사이를 꼽습니다. 10대 여자아이 중 10만 명이 매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네요, 다름 아닌 자해 때문에요.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맞물립니다. 1996년 이후에 태어난, 흔히 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10대 초반부터 소셜 미디어를 접한 세대죠. 하이트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이 세대 전체를 더 불안하고 연약하고 우울하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남는 시간에 대부분을 스마트폰을 쥐고 보내는 이 세대에게는 데이트 같은 로맨틱한 경험도 부족하죠. 

<소셜 딜레마>, 당신의 뇌는 안녕하신가요?

다음 주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 '<소셜 딜레마>에 빠진 뇌'를 전달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연결하고 공유하는 인간', 소셜 미디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셜 미디어라고 하면 흔히 인터넷을 기반한 웹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리지만, 사실 소셜 미디어는 꽤 오래전부터 여러 방식으로 존재해왔죠. 다음 이야기는 '소셜 브레인',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때 반응하는 우리의 뇌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마지막엔 알파세대를 위한 소셜 미디어 이야기를 담아볼까 합니다. 여기서 알파세대란 2010년생부터 앞으로 태어날 2024년생까지를 말합니다. 이미 소셜 미디어가 만연한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하는 세대죠. 뇌 발달단계에서 소셜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과연 미래 세대가 소셜 미디어를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 합니다.

  1. 연결하고 공유하는 인간 : 소셜 미디어의 오랜 역사
  2. '소셜' 브레인 : 소셜 미디어는 인간의 뇌를 바꿀 수 있을까?
  3. 슬기로운 '소셜'생활은 가능할까? : 알파세대와 소셜 미디어

영화의 제목대로 소셜 미디어는 딜레마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인류가 오랜 시간을 거쳐 터득해온 생존 방식인데, 그 기술이 인간을 통제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위협하니까요. 그렇다고 당장 소셜 미디어를 삭제하자고 주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미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이죠. 단지 건강하게 쓰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당신의 뇌는 안녕하신가요?" 

인스타그램 @brain_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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