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가이즈의 줄세우는 5가지 비밀

과거 쉐이크쉑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최근 인앤아웃 버거의 팝업, 그리고 올해 7월 파이브 가이즈의 강남점이 오픈하며 한국에서도 미국 3대 버거를 전부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미국 본토의 맛을 강조하는 파이브 가이즈는 개장 첫날 700명을 줄 세우고, 일주일간 1만 5000개의 버거를 판매했습니다. 무엇이 파이브 가이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INDEX
1. 왜 햄버거에 미칠까?
2. 온가족이 일구는 정성스럽고 단순한 버거
3. 신선함에 대한 고집
4. 특별한 개성 : 땅콩
5. 프리미엄 시장의 격전지, 강남대로

왜 햄버거에 미칠까? 맛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2030 세대에 맞춘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시장이 어디일까요? 단연 F&B(Food and Beverage) 시장일 것입니다.

메뉴, 공간, 인테리어, 팝업, 비쥬얼, SNS, 콜라보 등 F&B 시장의 변화는 다채롭고 유연합니다. '힙'하다는 메뉴를 경험하기 위해 1-2시간 기다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등의 프리미엄 소비가 대중화되었습니다. 음식 보다 셰프를 조명하는 콘텐츠들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뷰티 시장은 바르는 것 그 이상을, 패션 시장은 입는 것 그 이상의 경험을 준다고 이야기하지만 F&B야말로 와닿는 먹는 것 그 이상의 경험을 주고 있습니다. 어느덧 '가장 트렌드한 경험=F&B'가 된 것이죠.

파이브 가이즈 강남점은 궂은 비가 내리는 개장 첫날 700명을 줄 세우고, 일주일간 1만 5000개의 버거를 판매했습니다. 개장과 동시에 수많은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의 후기 콘텐츠가 발행되었습니다.

파이브 가이즈를 찾은 대부분은 2030 세대였는데요, 이들이 장시간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몰린 이유는 '맛'뿐만 아니라 '경험'을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문이 생긴다면 다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방문객 대부분은 해외에서 파이브 가이즈를 접해본 경험이 있는 2030 세대입니다. 해외에서 느낀 경험을 추억하고 공유할 수 있으니(그것도 SNS가 아닌 오프라인 공간에서) 꽤나 매력적인 경험일 것입니다.

이들에겐 '미국에서 넘어온 맛있는 햄버거'를 사는 게 아니라, '그때 그 나라 그곳에서 먹었던 그 햄버거'를 다시 경험하러 가는 여행이었던 것입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햄버거 시장의 흐름도 한몫했습니다. 국제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22년 3조 9,875억 원으로, 올해는 3조 9,999억 원까지 커지고 2025년에는 4조 1,325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해외에서 온 쉐이크쉑, 고든램지버거, 팝업을 진행한 인앤아웃을 넘어 많은 국내 많은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흥행하고 있습니다. 가성비를 추구하거나, 가심비를 추구하는 양극화된 시장 흐름 속에서 프리미엄 맛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특히 햄버거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 맛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매장이 속한 동네 등 음식에 관련한 일련의 경험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온가족이 일구는 정성스럽고 단순한 버거

파이브 가이즈는 "만약 머리를 잘 자를 수 있거나, 바에서 맛있는 음료를 팔수 있거나, 맛있는 햄버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미국에서는 언제나 돈을 벌 수 있다"라는 창립자 제리 머렐의 어머니의 말에 영향을 받아 시작되었습니다.

제리 머렐과 그의 아들 4명이 함께 사업을 전개한다는 의미로 'five guys'라 이름을 붙였으나 매장 창립 직후에 태어난 늦둥이가 있어 현재는 아버지를 대신해 5명의 형제들이 일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갓 구운 번 사이에 원하는 모든 토핑을 넣어 신선하고 육즙이 풍부한 버거'

파이브 가이즈가 선보이는 그들의 버거 컨셉입니다. 심플한 라인업으로 더블 패티로 이루어진 4종의 버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종류마다 패티가 한 장만 사용되는 '리틀' 메뉴가 있습니다.

육즙의 풍부함을 위해 버거 제조 후 은박지로 버거를 감싸 치즈가 진득하게 녹도록 해 패티와 어우러지게 하는 맛이 그들의 특징입니다. 특히 15종의 토핑을 추가 비용 없이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으로 유명합니다.

셰이크도 여덟 가지 토핑을 추가 금액 없이 다양하게 더 넣어 원하는 방식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음료 역시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서스펜서를 제공하여 다양한 종류의 음료 선택이 가능합니다. (국내의 경우 아쉽게도 음료는 기본 형태로 제공됩니다.) 기본 제공 메뉴는 단순한 대신 고객이 원하는 방식의 조합을 찾아나가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신선함에 대한 고집, 파이브가이즈 주방엔 냉동고가 없다.

파이브 가이즈가 미국 3대 버거로 뽑힐 수 있는 비결은 신선한 재료에 대한 고집입니다. 매장에 냉동고, 타이머, 전자레인지가 없이 운영하는 것이 그들의 방침입니다.

모든 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공수하고, 특히 매장 벽면에는 감자튀김에 사용하는 감자를 어느 농장에서 들어왔는지 적어놓을 정도로 감자 품질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이런 운영 방식은 처음부터 프랜차이즈가 아닌 가족 경영으로 한 지역에서 출발한 파이브 가이즈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보여줍니다. 한국 파이브 가이즈를 운영하는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는 국내에 런칭할 때에도 이러한 오리지널리티를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파이브 가이즈 강남점은 전남 보성에서 공수해온 감자를 매장에서 직원이 기계로 자릅니다. 호주산 소고기로 아침마다 패티를 만들고 빵도 자체 레시피대로 만든 전용 제품을 주 5회 공수해옵니다.

심심풀이 땅콩? 특별한 개성이 되다

햄버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감자튀김인데요, 파이브 가이즈의 감자튀김은 100% 땅콩기름으로 튀겨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장 내에도 땅콩을 가득 두어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제공하고, 땅콩기름통을 전시해두기도 합니다.

땅콩을 중심으로 하는 매장 컨셉은 파이브 가이즈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성이 되기도 하고, 버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는 소박한 서비스가 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미국 매장과 똑같이 대기 중인 고객들을 위해 땅콩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의 격전지, 강남대로

파이브 가이즈 1호점이 강남대로에 개점하며 강남대로는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의 격전지가 되었습니다. 강남대로에는 파이브가이즈처럼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쉐이크쉑 1호점, 샌프란시스코 대표 버거 브랜드로 평가받는 슈퍼두퍼 1호점이 위치해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국내 소비자 입맛을 고려한 현지화 메뉴를 내놓는 데 반해 파이브 가이즈는 본사 방침에 따라 미국에 없는 메뉴를 출시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현지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트까지 주문할 시 3만원대가 되는 가격으로 경쟁사 대비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는 “경쟁 브랜드보다 10~15% 높긴 하지만 직접 메뉴를 받아보면 크기, 중량 등 모든 면에서 높은 가격을 상쇄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 최근 슈퍼두퍼는 3호점을 늘렸고, 쉐이크쉑은 하반기 26호점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파이브 가이즈는 5년 내 15개 개장을 목표로 두고 있고, 2호점은 더현대 서울에 10월경 문을 열 예정입니다.

하지만 모든 프리미엄 버거가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바마 버거'로 알려진 미국 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가 대표적입니다. 이 브랜드 역시 1호점을 강남대로에 냈지만, 지난해 10월 개점 5개월 만에 철수했습니다. 고환율과 높은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강남대로 특성상 많은 브랜드들이 이슈와 오픈런을 만들지만, '핫'한 브랜드들이 점포를 늘리며 수개월 내 인기가 식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과열된 햄버거 시장 속 꾸준한 프리미엄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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