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는 왜 로고 플레이에 적극적일까

[브랜드 관찰기] 디올 브랜드 리뉴얼을 중심으로

2022.05.24 | 조회 4.3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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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드 리포트

최근 다양한 로고 플레이로 제 눈에 자주 띄는 패션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디올입니다. 2018년 브랜드 리뉴얼됐고 하니 벌써 4년이 넘어가네요. 하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면 눈치 채지 못할 변화입니다. 조용하고 소리 없이 진화하듯 이뤄낸 변화로 보입니다. 제가 자주 접하지 못한 브랜드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명품 브랜드답게 요란하지 않고 점잖고 고상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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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한 전체의 상황을 살펴보니 크게 2가지 정도의 포인트가 눈에 띄였습니다.

첫 번째는 브랜드의 이미지의 변화입니다. 

대소문자형의 Dior에서 대문자 4글자 레터 DIOR로의 변화는 아름다움의 격조와 독보적인 아우라, 하이앤드의 감각의 표현을 강조했습니다. 대문자로만 이루어진 레터는 대표성이 더 올라가고 문자가 표현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세리프의 두께감도 더 얇아져 섬세해지고 정교해진 로고로 변화했습니다. 기존 로고도 같은 세리프가 있는 서체지만 대소문자의 키가 달라 외곽의 층이 생겨 복잡해 보이고 소문자의 개별성이 더 도드라졌습니다. 리뉴얼된 로고는 전체적으로 외곽의 단순한 박스 형태로써 단순하고 모던해진 감각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품 라인의 구분을 위한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다른 명품 패션 브랜드들처럼 디올 또한 패션에 관련된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의류, 액세서리, 신발, 향수, 화장품 등의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각각의 라인들은 완전히 다르다고 해서 괜찮을 정도죠. 예를 들어 화장품 제품 라인과 신발 제품은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이라 하기 어렵죠. 가령 백화점에 위치한 상황을 보면 층이 다를 정도로 다른 기능과 감성의 제품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코스메틱 부분은 기타 다른 제품의 영역과는 구분되야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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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 전에는 Dior이라는 로고가 전 브랜드 영역에 걸쳐 사용되었습니다. DIOR으로 리뉴얼된 이후에는 DIOR은 브랜드 전 영역을 대표하는 로고로 쓰이고 있고, Dior은 화장품과 향수 라인에 걸쳐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리뉴얼과는 상관없이 쓰이는 로고 플레이의 활용사례 찾아볼 수 있습니다. "Christian Dior"의 축약형인 "CD"는 여타의 명품 브랜드처럼 가방이나 벨트의 바클이나 화장품의 캡 부분에 활용되어 브랜드가 가진 상징성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축약형의 레터 마크 풀네임의 로고를 쓰는 것과는 또 다른 감성을 전달하죠. 단순한 조형은 제품에 적용하기에도 유리한 조건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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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뉴얼의 또 다른 방향성 하나는 더욱 과감해진 로고 플레이입니다. 더 과감해지고 다채로워졌습니다. 이름의 표기는 같지만 완전히 다른 라인의 브랜드 같은 모습의 제품 라인처럼 보입니다. 디올의 감성 DNA는 통일되면서도 개별 제품의 특성에 맞게 적용된 로고 플레이와 패턴들은 제품 자체의 미감뿐 아니라 그 외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재감을 통한 차별화와 동시에 시각적인 예술적 감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처럼 다양한 로고 플레이는 디올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이 로고를 자유롭게 응용하여 쓰고 있죠. 가령 티셔츠 하나를 디자인하더라도 기본 로고만 활용되는 게 아니라 고딕이나 명조 또는 핸드라이팅으로 분위기가 바뀌기도 하고 동물의 심벌마크나 레터 마크까지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유로운 로고 플레이가 브랜드의 감성을 더 풍부하게 합니다. 제품이 착용될 장소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가진 브랜드가 됩니다. 이건 아마도 ‘패션’이라는 영역에 있는 브랜드의 특성이자 특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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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반적인 브랜드 로고 특히 기업의 브랜드 로고의 경우 일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죠.일관성 있는 적용을 위해 수십 페이지의 딱딱한 규정집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규율과 법칙들이 브랜드의 자유를 억압합니다. 이에 비해 패션 브랜드는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계획이 있어야 하겠죠. 시각 전체를 관통하는 브랜드만의 감성적, 감각적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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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우아한 예술성과 고결한 품격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 정서적 기준에 맞는 로고 플레이들이 어울려 디올의 정신과 철학이 느껴지는 거겠죠. 이번 디올의 브랜드 리뉴얼을 관찰하면서 브랜드가 가진 정신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브랜드가 추구해갈 정신이 중심을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정신이 제품에 잘 투영하고 있다면, 그 외적인 분위기와 스타일은 자유롭게 가져가도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언뜻 보기에 각각 시각적으로 전혀 달라 보이는데 느껴지는 분위기나 감각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브랜드는 정체성과 정신의 DNA를 제품과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75년이 넘은 장년의 브랜드 디올의 조용하지만 화려하기도 한 변화를 보면서, 끊임없는 진화만이 브랜드의 생명력과 매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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